제발 가지마, 어서 찍어
[사진이 사람에게] 아흔다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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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순택 |
선녀는 나무꾼이 건네 준 날개옷을 입고는
두 아이를 양팔로 품은 채 먼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슬픔으로 얼룩졌으나
돌이킬 수 없다는 체념의 슬픔이었습니다.
떠날 수밖에 없는 이가, 남을 수밖에 없는 이에게 보내는 눈물의 인사였지요.
아기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방실거렸습니다.
나무꾼은 뒤늦게 후회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땅에 발 디딘 채 날개 단 선녀 아내를 붙들 도리란 없었습니다.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손을 내뻗으며 그녀가 사라져가는 걸 보는 수밖에요.
슬픈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입에서 입으로, 책에서 책으로, 그림에서 그림으로 이어져 왔답니다.
이야기는 재현되고, 또 재구성 되었지요.
사람을 닮은
선녀와 나무꾼 ‘인형’은 사람을 닮도록 만들어졌는데,
거꾸로 사람들이, 그 사람을 닮은 인형과 닮은 표정 닮은 몸짓을 하려고 애쓰는 이 모습.
인형은 사람을 닮으려하고, 사람은 다시 그 인형을 닮으려하고, 그걸 다시 사진기에 담아 확인하고.... 현실이 재현을 흉내 내는, 진짜가 가짜를 따르는 모습이 단지 이런 장면뿐일까요?
작성자노순택(사진가) sunt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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