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라!
광주 유일의 장애인 조정선수 김세정씨
본문
[시민의 소리]
불의의 교통 사고로 ‘불완전 마비’ 진단
소음진동기사 공부에 올림픽 출전 꿈도
동료 조정선수 구한다는 광고 신신당부
김세정씨 |
처음 봤을 때 그녀는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항상 밝게 웃는 모습, 똑 부러지는 자기표현, 정확한 발음, 그녀는 매력덩어리였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그녀였다.
방송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를 받은 그녀는 전남대 콜센터 산업정보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었다.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그녀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MRI를 찍어도 나타나지 않는 ‘불완전마비’가 그녀가 받은 진단명이다. 완전마비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녀는 두 팔까지만 쓸 수 있다. 팔 밑으로는 마비가 돼 움직일 수 없는 상태, 휠체어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다.
교통사고 후 3년간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녀는 물리치료 말고는 더 이상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없음을 알고 퇴원을 했다. 3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그녀, 처음엔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기 어려웠다. 결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또 무작정 그러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을 이겨내고 그녀는 활동을 시작한다. 2008년 장애인체전 럭비선수로 뛴 것이 운동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녀가 조정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이다. 전에 한번 본적이 있던 장애인조정연맹의 조정 감독이 조정으로 전향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연락을 했고, 그것이 인연이 돼 조정으로 배를 바꿔 탔다.
“조정은 장애인의 재활에 매우 좋은 운동입니다. 상체만 움직여도 근육이 하체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체운동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라고 말하는 그녀. “의사가 제 다리를 보면 깜짝 놀라요. 언제 이렇게 하체가 통통해 졌냐고 물어 와요”라며 활짝 웃는다.
일반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점점 더 다리가 말라간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더 다리가 튼실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희망을 가져본다. ‘불완전마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녀가 조정을 열심히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광주광역시의 유일한 장애인 조정선수인 그녀는 선수층이 얇아서 메달을 딴 것이지 본인이 특별하게 잘해서 딴 것은 아니라고 겸손이다. 감독1명과 선수 1명, 현재 광주지역 장애인 조정 종목의 전부다.
지난해 10월 충주호에서 열린 전국조정선수권대회에서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김세정씨 |
매일같이 장애인복지관에 가서 체력단련을 받는 그녀. 조정을 위해서는 기초 체력을 단련하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녀는 또한 모든 일에 열정적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이면 그녀는 북구 두암동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오후 2시까지 머문다. 그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수지침 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둘째, 넷째 주 수요일 오전에는 장애인복지관에서 본인과 처지가 비슷한 장애인들을 위해 수지침을 놓는다.
그녀는 또 ‘소음진동기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자격증을 따서 나이가 들면 환경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3년 세계조정 선수권대회 출전을 꿈꾸고 있다.
“저와 함께 할 조정선수를 구합니다. 조정이 장애인들에게 좋은 재활운동이 된다는 것은 저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저와 함께 조정을 연습할 동료를 구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라며 밝은 얼굴로 말하는 그녀는 꼭 조정선수를 구한다는 말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장애는 차별이 아니라 다름이다. 장애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랑스런 세정씨의 모습에서 장애는 ‘disability’ 가 아니라 ‘또 다른 능력’임을 새삼 느낀다.
찬바람에 굴하지 않고 따뜻하게 내리쬐는 가을햇살의 따사로움을 나는 오늘 그녀 얼굴에서 보았다.
작성자임은주 시민기자 ej65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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