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선생 김봉투’, 지적장애인 모습 신선하긴 하지만…
본문
일요일 저녁 한가롭게 TV에서 <개그콘서트>를 보던 중 지적장애인(혹은 발달장애인)으로 연상되는 인물이 등장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짐작해 보건데, 이 장애인캐릭터도 지능이 떨어져 출연진들의 놀림감으로 나오거나 동정을 받는 그렇고 그런 인물일거라고 애둘러 생각하며 지켜보았다. 그런데 웬걸! 이전의 코미디프로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장애인의 모습이었다. 지능이 낮아 지식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은 존재가 학생들과 선생도 모르는 문제를 척척 맞춰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지능적으로 선생까지 홀리는 모습은, 전에는 본 적 없는 신선한 지적장애인 캐릭터였다.
'바보' 캐릭터의 대명사였던 故배삼룡씨 코미디프로그램 속 바보의 변천사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사회에서 ‘바보’란 비속어로 불리던 지적장애인(혹은 발달장애인)을 한두 명 쯤은 보았을 것이다. 내가 살던 동네에도 두어 명 즈음 있었던 것 같은데, 그들과 어울리거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아주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그들(혹은 비슷한 유형의 장애인이라고 추측되는)을 자주 본 것은 안방의 TV에서였다.
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웃으면 복이 와요>란 코미디프로를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향유를 즐길 여건이 안 된 시절이었기에, <웃으면 복이 와요>는 요즘 내로라하는 코미디 프로나 예능 프로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생각된다.
그중에서 ‘바보’로 불리던 지적장애인 인물 연기를 도맡아 한 코미디언 故 배삼룡 씨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TV는 물론 영화나 광고에서도 상종가를 기록했었다. 아마도 지금의 유재석과 강호동을 합쳐 놓은 것보다도 더 인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대중미디어 평론가는 그의 코미디를 “결국 그의 바보 연기는 ‘나는 당신만 못합니다’, ‘나는 매사가 부족합니다’라는 것을 바탕에 깔고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고 난 후 그 틈새로 웃음의 비타민을 쏟아 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배삼룡 씨 바보 캐릭터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의 이주일→영구 심형래→맹구 이창훈으로 이어지며 계속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코미디언들은 바뀌었고, ‘바보’ 캐릭터의 형태는 조금씩 변해왔다. 예전에는 현실적인 지적장애인의 개념이 아니라 그저 ‘바보’, ‘모자란 이’ 정도로 그려져 왔는데, 2006년 영화 <말아톤>의 흥행 이후 지적장애인 캐릭터들은 현실의 지적장애인들과 상당히 유사한 말투나 표정을 보이려고 노력 해왔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을 그려내는 기본적인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바보=지적장애인=사회적 지능이 낮아 웃음거리인 존재’란 코드는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으로 보였다.
그 예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맨발의 코봉이’는 코로 지렁이를 넣고 이상한 행동으로 놀림감이 되어 웃음거리가 되는 기존의 ‘바보’ 이미지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지적장애인은 아니지만 KBS <폭소클럽>의 ‘바퀴달린 사나이’도 직접 휠체어 타는 장애인이 출연했지만 개그라기보다는 장애인 인식 계몽 캠페인을 애기하는 것에 머무르고 말았고, 2008년에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틱장애를 가진 사람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장애인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아 바로 폐지된 경우도 있었다. 이후 <개그콘서트>에서는 한동안 장애인캐릭터를 볼 수 없었다.
KBS <개그콘서트> ‘선생 김봉투’ '바보'캐릭터의 새로운 시도
그러던 중 지난 7월부터 <개그콘서트> 속 ‘선생 김봉투’라는 코너에 지적장애인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선생 김봉투’는 돈 봉투만 밝히던 서울학교의 한 선생이 오지마을 분교로 좌천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 ‘선생 김봉두’를 모티브로 삼아 개그형식으로 패러디하는 코너다.
그래서 코너의 배경도 초등학교 수업시간이고 학생들 4명(남학생 2명 여학생 2명)과 선생이 등장하는데,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개그프로그램답게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은 찾아 볼 수 없고 학생들, 선생 모두가 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로 그려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선생이 학생에게 자신의 꿈을 그려오라는 숙제를 내줬는데, 반장은 자기 아버지처럼 훌륭한 목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이에 선생이 기특해하며 이름을 묻자, “이슬람입니다!”라고 대답해 황당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상한 사람은 반장뿐만이 아니다. 선생은 여학생이 귀여움을 떨자 그 학생의 귀여움을 가져가겠다고 하고, 남학생은 짝꿍인 여학생의 가족 사항을 애기하며 “쟤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고요, 아버지는 첼리스트, 할아버지는 테러리스트에요.”라며 황당한 말을 한다.
이 때 “백 원만, 백 원만~”하며 밖에서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여학생 우리 동네 ‘바보’인데요. 백 원 줄 때까지 절대 안 간데요.
선생 그럼 내가 내는 문제를 맞히면 백 원을 주겠다.(어려운 문제를 내서 돈을 안 주려 한다)음악의 8음계를 만든 사람은?
지적장애인 (갑자기 정숙한 태도를 보이며)피타고라스! 그는 수학자였지만 음악에도 천재성도 갖고 있었지.
선생·학생 일동 헉!
이뿐만 아니라 이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은 매회 등장하여 파키스탄 대통령 이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작품들 제목, 리모컨 발명가의 이름 등 어지간한 지식이 없으면 알기 어려운 문제들을 척척 맞추는 놀라운 지식의 소유자임을 보여준다.
여기까지 보면 간혹 발달장애인 중에 나타나는 서번트증후군(놀라운 기억력을 소유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개그의 소재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보면 서번트증후군만을 이야기하는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선생 (돈을 주려 하는데 카드밖에 없다고 하자)
지적장애인 (휴대용카드결제기를 꺼낸다)
출연진·방청객 헉!
지적장애인 (휴대용카드 결제기로 선생카드를 긁는다)
여학생 선생님 ‘바보’가 백 원이 아니라 만 원을 긁었어요!
지적장애인 (여학생을 보며) “나대지 마라!”며 핀잔을 주고는 교실을 나간다.
매회 방식은 다르지만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은 항상 선생으로부터 돈을 얻어간다는 설정인데, 이 장면을 통해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이 ‘바보’처럼 행동하며 돌아다니는 것은 진짜 ‘바보’가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돈을 얻어 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임을 드러내며, 지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똑똑하지 못할 것이라는 방청객의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선생 김봉투’에서 보여준 지적장애인(혹은 발달장애인)의 캐릭터는 예전의 배삼룡, 심형래로 이어져 온 (흔히 ‘바보’로 불리던) 이미지와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유형이었다.
기존에 코미디에서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지적장애인 캐릭터들이 ‘사회적 지능이 낮아 글자나 상식도 모르고 넘어지고 맞으면서 웃음을 유도하는 이미지’였다면, ‘선생 김봉투’에 등장하는 지적장애인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놀라우리만치 똑똑하며 기억력만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치밀한 위장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작진이 그려낸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 캐릭터에 대한 한계점이 보인다는 아쉬움도 있다. ‘선생 김봉투’ 코너에서 고령인 할머니도 한글을 배운다며 학생신분으로 수업을 받고 있는데, 이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은 나이가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임에도 학생이 아닌 동네를 떠돌며 ‘바보’스런 행동을 하는 존재로 나온다는 점이 그렇다.
이는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은 기존 사회 속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차용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이 평소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로부터 돈을 달라고 한다는 설정과, 선생으로부터 돈을 얻어내는 모습(비록 퀴즈를 맞혔기에 받는 것이긴 하지만)은 장애인들이 거리에서 앵벌이를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부정적인 인식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이 캐릭터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뚜렷하게 구분짓기도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지적장애인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서번트증후군은 발달장애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 김봉투’ 속 지적장애인의 모습은 기존의 지적장애인 이미지를 뒤엎는 새로운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더욱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도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주길 바라며, 앞으로 장애인은 무능력하고 우스꽝스럽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지적장애인 캐릭터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보' 캐릭터의 대명사였던 故배삼룡씨 코미디프로그램 속 바보의 변천사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사회에서 ‘바보’란 비속어로 불리던 지적장애인(혹은 발달장애인)을 한두 명 쯤은 보았을 것이다. 내가 살던 동네에도 두어 명 즈음 있었던 것 같은데, 그들과 어울리거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아주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그들(혹은 비슷한 유형의 장애인이라고 추측되는)을 자주 본 것은 안방의 TV에서였다.
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웃으면 복이 와요>란 코미디프로를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향유를 즐길 여건이 안 된 시절이었기에, <웃으면 복이 와요>는 요즘 내로라하는 코미디 프로나 예능 프로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생각된다.
그중에서 ‘바보’로 불리던 지적장애인 인물 연기를 도맡아 한 코미디언 故 배삼룡 씨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TV는 물론 영화나 광고에서도 상종가를 기록했었다. 아마도 지금의 유재석과 강호동을 합쳐 놓은 것보다도 더 인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대중미디어 평론가는 그의 코미디를 “결국 그의 바보 연기는 ‘나는 당신만 못합니다’, ‘나는 매사가 부족합니다’라는 것을 바탕에 깔고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고 난 후 그 틈새로 웃음의 비타민을 쏟아 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배삼룡 씨 바보 캐릭터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의 이주일→영구 심형래→맹구 이창훈으로 이어지며 계속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바보'캐릭터의 계를 이은 이창훈씨 |
그러나 지적장애인을 그려내는 기본적인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바보=지적장애인=사회적 지능이 낮아 웃음거리인 존재’란 코드는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으로 보였다.
그 예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맨발의 코봉이’는 코로 지렁이를 넣고 이상한 행동으로 놀림감이 되어 웃음거리가 되는 기존의 ‘바보’ 이미지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지적장애인은 아니지만 KBS <폭소클럽>의 ‘바퀴달린 사나이’도 직접 휠체어 타는 장애인이 출연했지만 개그라기보다는 장애인 인식 계몽 캠페인을 애기하는 것에 머무르고 말았고, 2008년에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틱장애를 가진 사람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장애인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아 바로 폐지된 경우도 있었다. 이후 <개그콘서트>에서는 한동안 장애인캐릭터를 볼 수 없었다.
KBS <개그콘서트> ‘선생 김봉투’ '바보'캐릭터의 새로운 시도
그러던 중 지난 7월부터 <개그콘서트> 속 ‘선생 김봉투’라는 코너에 지적장애인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선생 김봉투’는 돈 봉투만 밝히던 서울학교의 한 선생이 오지마을 분교로 좌천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 ‘선생 김봉두’를 모티브로 삼아 개그형식으로 패러디하는 코너다.
그래서 코너의 배경도 초등학교 수업시간이고 학생들 4명(남학생 2명 여학생 2명)과 선생이 등장하는데,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개그프로그램답게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은 찾아 볼 수 없고 학생들, 선생 모두가 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로 그려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선생이 학생에게 자신의 꿈을 그려오라는 숙제를 내줬는데, 반장은 자기 아버지처럼 훌륭한 목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이에 선생이 기특해하며 이름을 묻자, “이슬람입니다!”라고 대답해 황당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상한 사람은 반장뿐만이 아니다. 선생은 여학생이 귀여움을 떨자 그 학생의 귀여움을 가져가겠다고 하고, 남학생은 짝꿍인 여학생의 가족 사항을 애기하며 “쟤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고요, 아버지는 첼리스트, 할아버지는 테러리스트에요.”라며 황당한 말을 한다.
이 때 “백 원만, 백 원만~”하며 밖에서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KBS <개그콘서트> ‘선생 김봉투’ |
선생 그럼 내가 내는 문제를 맞히면 백 원을 주겠다.(어려운 문제를 내서 돈을 안 주려 한다)음악의 8음계를 만든 사람은?
지적장애인 (갑자기 정숙한 태도를 보이며)피타고라스! 그는 수학자였지만 음악에도 천재성도 갖고 있었지.
선생·학생 일동 헉!
이뿐만 아니라 이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은 매회 등장하여 파키스탄 대통령 이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작품들 제목, 리모컨 발명가의 이름 등 어지간한 지식이 없으면 알기 어려운 문제들을 척척 맞추는 놀라운 지식의 소유자임을 보여준다.
여기까지 보면 간혹 발달장애인 중에 나타나는 서번트증후군(놀라운 기억력을 소유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개그의 소재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보면 서번트증후군만을 이야기하는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KBS <개그콘서트> ‘선생 김봉투’ |
지적장애인 (휴대용카드결제기를 꺼낸다)
출연진·방청객 헉!
지적장애인 (휴대용카드 결제기로 선생카드를 긁는다)
여학생 선생님 ‘바보’가 백 원이 아니라 만 원을 긁었어요!
지적장애인 (여학생을 보며) “나대지 마라!”며 핀잔을 주고는 교실을 나간다.
매회 방식은 다르지만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은 항상 선생으로부터 돈을 얻어간다는 설정인데, 이 장면을 통해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이 ‘바보’처럼 행동하며 돌아다니는 것은 진짜 ‘바보’가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돈을 얻어 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임을 드러내며, 지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똑똑하지 못할 것이라는 방청객의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선생 김봉투’에서 보여준 지적장애인(혹은 발달장애인)의 캐릭터는 예전의 배삼룡, 심형래로 이어져 온 (흔히 ‘바보’로 불리던) 이미지와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유형이었다.
기존에 코미디에서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지적장애인 캐릭터들이 ‘사회적 지능이 낮아 글자나 상식도 모르고 넘어지고 맞으면서 웃음을 유도하는 이미지’였다면, ‘선생 김봉투’에 등장하는 지적장애인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놀라우리만치 똑똑하며 기억력만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치밀한 위장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작진이 그려낸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 캐릭터에 대한 한계점이 보인다는 아쉬움도 있다. ‘선생 김봉투’ 코너에서 고령인 할머니도 한글을 배운다며 학생신분으로 수업을 받고 있는데, 이 지적장애인(또는 발달장애인)은 나이가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임에도 학생이 아닌 동네를 떠돌며 ‘바보’스런 행동을 하는 존재로 나온다는 점이 그렇다.
KBS <개그콘서트> ‘선생 김봉투’ |
게다가 근본적으로 이 캐릭터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뚜렷하게 구분짓기도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지적장애인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서번트증후군은 발달장애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 김봉투’ 속 지적장애인의 모습은 기존의 지적장애인 이미지를 뒤엎는 새로운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더욱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도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주길 바라며, 앞으로 장애인은 무능력하고 우스꽝스럽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지적장애인 캐릭터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성자심승보 (장애인문화센터 방송모니터단)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