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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영문의 영화읽기] ‘캐피털리즘:러브스토리(Capitalism : A Love Story, 2009)’

본문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계’, 이른바 자본주의 경제 속에 우리는 매일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동을 통해 임금을 보존 받는 전형적인 생산방식입니다.

만일 노동이 없다면 당연히 임금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겠지만, 사회주의 이론에 따라 공동체의 생명들에 대한 책임을 사회가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자본주의’ 반대어로는 ‘공산주의’가 있고, ‘사회주의’ 반대편에는 ‘개인주의’가 있습니다. 모두 민주적 절차에 따른 생산과 분배방식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라는 절차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실체입니다.

민주냐 독재냐의 이념적 대결을 넘어 자본의 독점과 중산층의 붕괴라는 현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영화 이야기에 경제이야기를 삽입한 이유는 오늘 얘기해 드릴 영화가 바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캐피털리즘:러브스토리(Capitalism:A Love Story, 2009)’이기 때문입니다. 전작과 같이 이 영화 역시 마이클 무어의 독특한 인터뷰와 해석으로 진행됩니다. 당연히 폭로성 다큐멘터리에 속하며, 보수진영으로부터는 선전용 다큐로 낙인찍혀 있습니다.

로마제국의 몰락을 현재의 미국 사회에 비유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제국의 탐욕과 무능한 관료와 민주주의의 쇠퇴가 로마의 말기 증상이듯이 미국에 드리운 불운한 징조들이 흡사하다는 것이지요. 천주교 사제들의 입을 빌어 미국식 자본주의의 타락과 오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집니다.

레이거노믹스로 표방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조세감세와 사회복지에 대한 지출억제, 금융규제 완화 등으로 요약되며, 시장만능주의를 원칙으로 내세웁니다. 수많은 기업의 합병과 자본의 집중이 소수에게 집중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최근 시티은행 보고서에는 1%의 부자가 95% 미국 국민들이 소유한 부와 맞먹는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신자유주의에 올인(All-in)한 결과입니다.

21세기 들어 자본의 집중은 월가를 지배하고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하지만,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자본가와 은행들의 도덕 불감증 상태가 묘사됩니다. 파산하는 은행들에 대한 공적 자금지원 정책을 불과 2주 만에 진행하고 부시 행정부는 도망갑니다. 남은 것은 오바마 정부의 무능력과 한계가 노출되는 것이겠지요.

미국 정치권은 이념 성향을 가리지 않고, 저소득층도 빚을 내어 자산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왔습니다. 적어도 1970년대까지는 이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 셈이었지요.

영화 속에서도 왜 95%의 다수가 1%의 부자들을 밀어내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바로 당하는 사람들은 항상 다수의 빈민층이지만, 그들은 자본주의를 지지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도 미래에 소수의 상위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지나친 일반화 오류입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통해 많은 서민들이 자신들이 살던 집을 금융자본가들에게 강탈당했습니다. 늘씬한 미녀가 TV에서 선전합니다. ‘돈을 빌려 집을 장만하세요. 저렴한 이자로 다른 곳에 투자하시고 황금빛 여유를 즐기세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광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 즉시, 저는 ‘주택담보대출’, ‘보금자리론’, ‘DTI 규제완화’ 등에 대한 위험한 상상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이 가진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하는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생각했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를 알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빌린 돈을 회수하겠다는 공지가 나오게 되면, 우리 모두 집을 고스란히 은행들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 전역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속이 뒤틀리고, 한국의 현재와 미래가 그대로 투영되는 환상을 느꼈습니다.

청교도들에 의해 건설된 미국은 스스로의 모순에 놓여 있습니다. 일찍이 감리교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 목사가 이야기하였습니다. 종교가 근면과 절약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종교재산은 증식될 수밖에 없다고. 축적된 부는 자연히 자만과 세속적 애착을 낳게 되기 때문에 종교자본의 증식을 경계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존 웨슬리 목사의 예언은 적어도 미국 사회에 비관적으로 적중되고 있습니다. 그 미국을 열렬히 추종하는 한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나시면 경제관료들과 정책에 대한 맹목적 지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미국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서브프라임 사태: 미국의 TOP 10에 드는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가 파산하면서 시작된, 2007년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온 연쇄적인 경제위기
작성자이영문 (아주대학교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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