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에 설 곳 잃은 경계인
[리뷰]경계도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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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
▲ 영화 <경계도시2> 포스터 |
<경계도시1(2002)>이 간첩 혐의를 받아 35년 간 입국금지 상태였던 송 교수의 귀국 시도와 좌절을 그린 ‘인물 중심’의 작품이었다면, <경계도시2>는 2003년 극적으로 성사된 귀국을 통해 실체(송두율)와 상관없이 욕망으로 가득 찬 한국 사회를 희화한 성격이 강했다.
촬영기간은 1년이었으나, 감독은 개봉되기까지 7년을 끌어야 했다. 그만큼 스스로 혼란을 겪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진 덕택이다.
감독은 내레이션을 통해 오랜 편집 기간 동안 느꼈던 여러 혼란과 방황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홍 감독이 서울시사회 당시 “그동안 벌어졌던 이념 논쟁이 얼마나 허구에 찬 인격모독인지를 보여주려 했다”며 “한편으로, 나 역시 그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데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았다”는 자기 고백적 성찰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영화 속 ‘양심적인 철학자’였던 송두율이 ‘거물간첩’으로 추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열흘.
송 교수의 귀국과 동시에 그의 입장을 옹호해주던 사람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은 단 며칠 사이에 사상 전향을 강권하며, 역사적 대의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다.
“경계인(남과 북의 경계에 있는 사람을 지칭)으로 남고 싶다”고 울부짖던 송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결국 자신의 과거를 반성한다고 말하며 전향 의사를 밝힌다.
▲ 영화 <경계도시2> 스틸 컷 |
최후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송두율에게 한 기자가 묻는다. “한국에 오신 걸 후회하십니까?”
송두율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대답한다. “네, 후회해요.”
그 기자가 다시 다급하게 묻는다. “한국에 오신 걸 후회 안 한다고 그 말씀만 한마디 하시죠.”
관객들은 헛웃음을 지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얘기한다. “기자는 관찰자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어다”라고.
무엇보다 영화의 매력은 감독조차도 상황을 두고 혼란스러워 하는 솔직함에 있다. 의도적으로 방향을 설정해 놓고 촬영하는 기존 다큐멘터리와는 색다른 느낌이다. 또 정작 송두율은 아무 말이 없지만 과하다 싶을 만큼 상황을 관망하거나, 비판하거나, 윽박지르고, 떠미는 주변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감독의 메시지가 자연스레 전해진다.
▲ 영화 <경계도시2> 스틸 컷 |
2003년 그는 스파이였고, 2009년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
그때 그의 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한국사회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영화<경계도시2>는 오는 4월 1일부터 광주극장에서 개봉된다.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bordercity2 및 전화 062-224-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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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유진 기자 cho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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