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푸르네 가족과 어느 특별한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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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울림스페셜 제공 |
프랑스 남부 지방 카마르그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폴루 할아버지는 한 청각장애인 가족에게 집을 판다. 가족 모두가 청각장애인인 푸르네 가족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따뜻한 우정을 쌓아가는 폴루 할아버지. 하지만 푸르네 가족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런 큰 홍수로 마을에 큰 난리가 나고, 푸르네 가족과 마을 황소들은 고립되게 되는데…….
차이와 편견을 넘어 ‘따뜻한 우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감동의 메시지
미국 남동부에 있는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서는 ‘수화’를 공통의 언어로 사용한다고 한다. 모두가 수화를 사용하는 이 특별한 마을에서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귀가 들리거나 들리지 않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특별한 마을’이 있다. 차이와 편견을 넘어 ‘따뜻한 우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 바로 ‘수화가 꽃피는 마을’이다.
“여기 도착해서 사람들이 수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제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죠. 남편과 저는 가끔씩 건청인과 청각장애인이 서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려본답니다. 그런데 그게, 그 세계가 존재하네요! 바로 우리 마을입니다!” (본문 p.184)
이 책은 청각장애인 푸르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차이와 편견을 넘어 ‘수화’로 소통하며 하나가 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청소년 소설이다. 또한 그 마을에 숨겨진 비극적인 역사를 19세기 청각장애인 청년 장의 편지를 통해 보여주면서, 푸르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화합이 갖는 의미를 극대화시키고, 청각장애인들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펼쳐지는 아주 특별한 이 마을의 이야기는 ‘장애란 무엇인지’,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함께 노력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일구어갈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깨달음과 감동을 전해주는 책이다.
‘21세기 폴루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19세기 청각장애인 청년 장의 편지’가 교차되는 독특한 구성
이 책은 ‘21세기 폴루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19세기 청각장애인 청년 장의 편지’가 교차되는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먼저,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폴루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청각장애인 푸르네 부부의 아들 앙투안과 폴루 할아버지 사이에 쌓아가는 아름다운 우정과, 편견에 가득 찼던 마을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폴루 할아버지는 이 모든 과정을 아이처럼 천진하면서도 노인의 지혜와 유머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두 번째로 ‘장의 편지’는 사회적 편견과 몰이해로 일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청각장애인 청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편지는 ‘폴루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을의 오래된 떡갈나무가 왜 ‘목매달아 죽은 귀머거리의 나무’가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임을 암시하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더해준다.
만일 통역이 없었더라면 때로는 웃음 짓고 때로는 진지했던 이 세 사람의 손짓, 이 손놀림들이 아무런 보람도 없이 그저 침묵과 무지 속에서 춤을 췄을 것이다. 나의 무지 속에서. 그리고 그들에게 내 목소리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이런 깨달음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지금 여기서는 누가 장애인이지? 바로 나로군!’
나는 내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묘한 느낌이었다.
― 본문 p.6 ‘폴루 할아버지의 이야기’ 중에서
파리, 1874년 7월 7일
생자크 학교에 입학하여, 재빠른 손놀림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던 그날 이후로, 전 제가 그 아이들과 더불어 특별한 민족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바로 수화를 언어로 사용하는 민족이지요. 상급생들 가운데 한 명인 알리베르, 제가 알리베르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렸었죠. 알리베르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언어는, 숨을 쉬자면 공기가 필요하듯이 우리 지능에 반드시 필요한 거야.”
유럽 여기저기에서 농아인들을 상대로 말을 가르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정말이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지요.
― 본문 p.68 ‘장의 편지’ 중에서
“여러분, 이 모든 일, 정말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정말로 기뻐요! 여러분이 수화하는 것을 보니 모두 재능을 타고 나셨네요. 여러분에게 수화를 가르쳐 주신 올리비에 씨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여기 도착해서 사람들이 수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제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죠. 남편과 저는 가끔씩 건청인과 청각장애인이 서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려 본답니다. 그런데 그게, 그 세계가 존재하네요! 바로 우리 마을입니다!”
― 본문 p.176 ‘폴루 할아버지의 이야기’ 중에서
<추천의 말>
우리가 장애(영어로 disability, 말뜻 그대로 하자면 무능력)를 어떤 개인이 지니고 있는 ‘손상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로 이해한다면, 농인들은 주변의 환경에 따라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즉 청각 ‘장애인’이란 말 자체가 비장애인/건청인 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온 일방적인 용어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손상은 손상일 뿐이죠. 특정한 관계 속에서 손상은 장애가 됩니다. 그리고 장애인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됩니다.
언어는 하나의 문화이며, 문화는 삶의 양식입니다. 두 개의 문화와 삶의 양식을 진정으로 통합하고자 한다면, 이는 일방주의가 아닌 상호주의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이는 통합이라기보다는 흡수일 뿐이며, ‘수화를 사용하는 민족’에 대한 식민주의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만 한다는 것을, 이 책은 19세기의 청각장애인의 편지와 21세기의 청각장애인 가족을 둘러싼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낮고 절절한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 김도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저자 및 역자 소개>
글쓴이_ 자닌 테송 (Jannie Teisson)
글쓴이 자닌 테송은 프랑스의 툴롱에서 태어나 모로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프랑스어 교사를 비롯해 재단사와 어릿광대 같은 다양한 일을 하다가 1992년에 첫 작품을 펴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으며, 지금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첫 소설 《미친 소녀》로 ‘상베리 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으며, 프랑스 서점 협회에서 뛰어난 청소년 책에 주는 ‘소시에르 상’을 받았다. 그의 21번째 작품인 《수화가 꽃피는 마을》은 프랑스의 교육상인 ‘NRP 상’과 벨기에 가족연합이 뽑은 ‘놀며 아무것도 안하기 상’을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뤽스 극장의 연인》 《투아라마와 푸른 소금 호수》 등이 있다.
옮긴이_ 정혜용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3 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등에 출강하며, 출판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산 자와 죽은 자 1, 2》 《단추전쟁》 《작은 보석》 《집착》 등이 있다.
출판사_ 한울림스페셜
가격_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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