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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 하는, 스스로에게 하는 뻔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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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궁금이>

애인 사이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성관계 횟수도 뜸한데다 재미없어지고 있고, 때로 술을 같이 마시거나 영화를 볼 때 같이 가는 그냥 그렇고 그런 남자친구는 있는데 수다를 떨거나 같이 만나서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터놓을만한 동성 여자 친구가 없다고 하신 아이디 귀여운 꽃사슴 님!

주변의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실제 만나보면 매번 이성인 남자들과만 친해지고 여자들은 꽃사슴님을 만나게 되면 또래 친구들끼리 꽃사슴님을 험담 하거나 왕따를 시켜서 결국은 좋지 않게 헤어지는 것 같아서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요?

참 여러 가지 문제를 물어보셨는데, 하나씩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사실 같은 얘기겠지만 연애든 성관계든 마찬가지로 관계와 권력 그리고 정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을 어렵게 해서 관계라고 이야기할 뿐이지 누군가와 살아가는데 맺어지고 흩어지고 지지고 볶고 싸우는 그 일상을 우리는 ‘관계 맺기’라고 합니다.

이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러니까 성관계까지 포함해서입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사소통하기’입니다. 그러니까 성적인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다르게 알아듣거나 내 마음대로 해야 하는데 상대편이 맘대로 하려고 하거나해서 관계가 틀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 현재와 달라지고 싶다면 고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쪽이 먼저 움직이고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애인분과 관계를 지속하고 싶고 더불어 성관계도 재미나게 하고 싶은 일타이피(一打二皮 !)를 노리신다면 먼저 나부터가 무엇인가를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동안 가만히 누워서 선교사 체위를 구사하셨다면 가끔은 남성의 위에서 움직여주는 여성상위를 해보시거나 몸의 이곳저곳에 시큼한 살구쨈이나 액상초콜릿을 갖다놓고 혀끝 감각으로 애무해주는 방법도 그 중 하나가 되겠지요.

무엇인가 시작하는 것! 그게 중요하단 말씀입니다. 이야기를 바꿔서 동성친구 만들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주처럼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해서 친구가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면 꿈 깨세요!

혹시라도 ‘신과 인간과의 관계’ 라든가 “제가 왜 사는 걸까요?” 라는 식의 질문을 하고 싶은 거였다면 가까운 교회에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건... 신의 영역이지, 인간 조항주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벗어난 것이거든요. -조항주 드림-

   
▲ ⓒ일러스트 김병무
흔한 일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로맨틱한 ‘연애질’을 보여주는 온 스타일 혹은 OCN 따위의 미국드라마 채널을 돌려 보노라면 머릿속에서 거대한 울림이 들리곤 한다. 다름 아닌 ‘지금 당장 연애하라!’는 메시지 그것!

그런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본 필자가 즉각적으로 이 메시지에 응대할 수 없는 건 선천적인 게으름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본 필자의 배위에 두텁게 내려앉은 지방덩어리가 원인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경험상 그따위 복부비만은 체위에 영향을 줄 뿐이지, 결코 연애를 가로막지는 못했으니까 말이다. 하다못해 어쩌다 하룻밤 원나잇이라도.

이쯤해서 쌀자루 터지듯 쏟아지는 독자들의 원성이 들리기도 하지만 에둘러 말하자면 ‘태초에 말씀이 아니라 행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 행동형의 인간들이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복부비만이 하고 싶은 연애나 섹스로 이어지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행동형’ 인간이라면 거울을 보며 살을 빼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본 필자에게 상담하러 온 친구들은 ‘행동형’이 아니라 아쉽게도 대부분 ‘고민형’ 인간에 속한다. 그들은 실제로 필요한 살을 뺀다던가-그것이 그만큼 절실하다면-혹은 연애학을 공부하지는 않는다. 정작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금 움직이자.’는 것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채 온 시간을 ‘연애’를 못하게 된 원인을 생각해내고 스스로 고통 받게 하느라 시간을 쓴다.

이를테면 연애의 결격사유가 온통 나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쓰는 경우도 그 축에 속한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 줄 수는 없겠니?” 를 외치거나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며 눈물바람을 일으키고야 마는 것이다.

남들이 나를 사랑해주기 전에 자신이 어떤 연애를 원하는지, 연애가 아니라면 단순한 하룻밤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과 만나고 싶어 하는지 따위는 생각조차 안한 채 말이다.

야박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런 식의 맹목적인 “연애가 아니라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는 것은 연애강박증이랄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2010년도 이제 두 달째 지나간다.
한 살씩 더 나이를 먹은 독자들은 지금쯤 올 한해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했다가 작파하고도 남을 시기일 터이다. 본 필자 연애에 대해서라면, 시시콜콜하게 말하는 성격은 아니지만(섹스라면 몰라도) 오늘은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연애를 못해서 미칠 것만 같다며 눈꺼풀이 짓무르도록 울고 있는 친구들 덕분에 말이다.

연애는 상호작용이어서 남 생각을 먼저하느라 온통 내 문제만을 찾아내는 자신감 없는 당신들에게 말이다.(이렇게 얘기한다고 남을 배려하지 말라고 오해하는 촌스러운 가독력을 지니지는 말았으면 한다.)

다만 말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기 전에, 연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려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남 생각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체위나 내가 원하는 연애의 방식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엉뚱하게도 아랫배에 두텁게 자리 잡은 지방층이나 생각보다 귀여운 짝 궁둥이를 탓하기 전에 말이다.
작성자조항주 (성칼럼니스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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