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하는, 스스로에게 하는 뻔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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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김병무 |
그런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본 필자가 즉각적으로 이 메시지에 응대할 수 없는 건 선천적인 게으름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본 필자의 배위에 두텁게 내려앉은 지방덩어리가 원인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경험상 그따위 복부비만은 체위에 영향을 줄 뿐이지, 결코 연애를 가로막지는 못했으니까 말이다. 하다못해 어쩌다 하룻밤 원나잇이라도.
이쯤해서 쌀자루 터지듯 쏟아지는 독자들의 원성이 들리기도 하지만 에둘러 말하자면 ‘태초에 말씀이 아니라 행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 행동형의 인간들이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복부비만이 하고 싶은 연애나 섹스로 이어지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행동형’ 인간이라면 거울을 보며 살을 빼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본 필자에게 상담하러 온 친구들은 ‘행동형’이 아니라 아쉽게도 대부분 ‘고민형’ 인간에 속한다. 그들은 실제로 필요한 살을 뺀다던가-그것이 그만큼 절실하다면-혹은 연애학을 공부하지는 않는다. 정작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금 움직이자.’는 것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채 온 시간을 ‘연애’를 못하게 된 원인을 생각해내고 스스로 고통 받게 하느라 시간을 쓴다.
이를테면 연애의 결격사유가 온통 나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쓰는 경우도 그 축에 속한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 줄 수는 없겠니?” 를 외치거나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며 눈물바람을 일으키고야 마는 것이다.
남들이 나를 사랑해주기 전에 자신이 어떤 연애를 원하는지, 연애가 아니라면 단순한 하룻밤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과 만나고 싶어 하는지 따위는 생각조차 안한 채 말이다.
야박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런 식의 맹목적인 “연애가 아니라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는 것은 연애강박증이랄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2010년도 이제 두 달째 지나간다.
한 살씩 더 나이를 먹은 독자들은 지금쯤 올 한해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했다가 작파하고도 남을 시기일 터이다. 본 필자 연애에 대해서라면, 시시콜콜하게 말하는 성격은 아니지만(섹스라면 몰라도) 오늘은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연애를 못해서 미칠 것만 같다며 눈꺼풀이 짓무르도록 울고 있는 친구들 덕분에 말이다.
연애는 상호작용이어서 남 생각을 먼저하느라 온통 내 문제만을 찾아내는 자신감 없는 당신들에게 말이다.(이렇게 얘기한다고 남을 배려하지 말라고 오해하는 촌스러운 가독력을 지니지는 말았으면 한다.)
다만 말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기 전에, 연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려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남 생각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체위나 내가 원하는 연애의 방식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엉뚱하게도 아랫배에 두텁게 자리 잡은 지방층이나 생각보다 귀여운 짝 궁둥이를 탓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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