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인 성, 기술적이지 않은 성
본문
|
▲ ⓒ김병무 |
김 모 기자와 약속한 마감 시간, 본 필자는 한강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오지랖도 넓게 다른 사람의 소개팅을 주선하고 있었다. 오늘의 소개팅 대상자인 그녀는 내 친구여서가 아니라 학창시절부터 빼어난 미모와 성우 뺨치는 목소리로 학내에서 남학생들에게 최고의 퀸카로 불리던 친구였다. 그뿐이 아니다. 화장기는커녕 로션도 바르지 않아 각질이 진 얼굴, 며칠 동안 감지 않아 떡이 진 머리로 학교를 방황하던 또 다른 친구부대에게 ‘유혹의 기술’이니 ‘전화할 때 섹시해 보이는 방법’ 등등을 전수해 주었었다. 헌데 그랬던 그녀가 이혼을 하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여기 와 앉아 있는 것이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이것저것 물을 수는 없었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조용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다소곳하니 앉아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너도 남들처럼 이혼사유가 ‘성격차이’가 아닌 ‘성적인’ 문제가 아니냐고 말이다. 사실 말이지 요즘 이혼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성격차이’라는 이혼사유는 너무나 광범위하거니와 모호하게만 들리지 않던가 말이다.
한참을 이것저것 묻는 필자에게 시큰둥하게 앉아 있던 그녀가 몇 마디 대답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남자친구를 만나다가 마음에 맞지 않거나, 성적으로 꽝이다 싶으면 헤어지거나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는데 결혼이란 것을 해보니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러는 게 쉽지도 않을뿐더러 세월이 흐를수록 결혼 초에 일어났던 열정처럼 다양하게 성적인 테크닉을 구사하고 살 수는 없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 시간이 갈수록 부부관계는 무미건조해졌다고 대답한다.
재차 이혼한 이유를 묻는 본 필자에게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 가진 에너지도 달라졌을 뿐더러 오랫동안 연애하고 잘 안다고 생각해서 결혼한 남편은 시큰둥하게 “가족끼리는 섹스해서는 안 된다”며 말 한마디로 마음에 상처를 주었단다.
잠자리 횟수가 줄어든 것이 출산 후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자존심 상해서 묻지도 못하고 오래도록 우울증에 시달렸고 급기야는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퀸카였던 그녀뿐만 아니라 최근 주변에서 이혼한 커플들의 내용을 들어보면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언어 때문에 오해하거나 상처받아서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이혼의 이유라는 것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성격차이이기도 하고, 성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항상 스무 살의 넘치는 다이내믹한 섹스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도 우리는 넘치는 힘만이 최고인줄 알아서 보양식을 찾아먹거나 성 백과사전을 들춰가며 오만가지 체위를 익히는 것이 여성의 기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중요한 기술인 대화의 기술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로 말이다.
그러니까 기술은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인 대화가 필수 인 셈이다. 덧붙여서 스무 살에는 백팔가지 체위를 익히는 것이었다면 서른이나 마흔을 넘어서서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성인용품을 사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패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라면 인생의 시작이라는 육십이 넘어서 팔십이 된다 해도 당연히 성관계는 할 수 있는 것이고 관계의 방식은 자신에 맞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싶다.
좀 더 역할모델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모 방송국 ‘남자의 자격’에 등장하는 것처럼 ‘꼭 해보고 싶은 섹스방식 10가지’를 적어서 하나씩 실행해보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꼭 일러주고 싶다.
작성자조항주 (성 칼럼니스트)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