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를 기억하고 싶기나 할까
노순택의 사진이 사람에게 일흔일곱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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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순택 |
이제는 사라져버린 그곳
사람을 먹여 살리는 풍성한 들녘이었으나,
사람 죽이는 전쟁기지가 되어버린 그곳
1933년 일본군에 쫓겨났나가,
1952년 다시 미군에 의해 쫓겨나고,
2006년 미군에 굽실대는 이 나라에 의해 쫓기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질긴 삶을 이어왔던 조선례 할머니가 엊그제 돌아가셨다.
대추리 고난의 역사가, 아흔두 해 자신의 삶이었던 할머니
세 번의 “생지랄”을 겪으며
그런 꼴 안 보고 콱 죽고만 싶었던 할머니는
끝내 새로운 대추리가 지어지는 걸 못 보시고 돌아가셨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곁으로 가셨다.
할머니는 이 나라를 어떻게 기억하실까
기억하고 싶기나 할까
말로 못할 고생을 하며 애간장을 다 녹여버렸던
조선례 할머니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작성자노순택(사진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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