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합니다 ‘굿바이 디제이’
[이영문의 영화읽기] 영화 ‘굿바이 만델라’
본문
그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한국의 민주화와 자유, 인권 그리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실현하신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김대중 대통령마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를 꿈꾸시던 두 분의 죽음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한편으로는 올바른 대통령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상식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만델라(데니스 헤이스버트 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백인 교도관 제임스 그레고리(조셉 파인즈 분)의 시각을 중심으로 정치적 입장보다는 인간적 면모를 그리고 있습니다. 27년의 수감생활 속에 제임스와 만델라 사이에 흐르는 의식의 변화가 담겨있습니다.
1968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4백만 명의 백인들이 2천만 명의 흑인을 철저하게 강제로 탄압하며 투표권과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독재국가였습니다. 남아공 최초의 변호사였던 만델라는 조국의 비참한 현실에 반정부 투쟁을 하게 되고 ‘로벤 아일랜드’라는 작은 섬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이곳에 새로 부임한 제임스는 흑인들의 언어인 코사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 만델라와 친구들을 담당합니다. 로벤 아일랜드로 향하는 길목에서 아내인 다이앤 크루거가 아이들과 대화합니다. 테러리스트가 뭐하는 사람들이예요. 다이앤이 대답합니다. 테러리스트는 테러블(끔직한)한 사람들이고 백인들을 잡아서 죽이는 사람들이라고. 제임스는 만델라를 불온한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입니다.
만델라는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흑백 분리가 없이 다함께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사이좋게 살자고 하는 것이 공산주의자라면 그 말이 맞습니다. 제임스는 또 묻습니다. 그렇다면 왜 폭력을 쓰느냐는 것이지요. 만델라는 또 대답합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폭력을 도구화할 때 힘없는 사람들이 모두 죽어가며 비폭력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때의 폭력은 인간의 자유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면회와 편지를 감시하던 제임스의 의식에 서서히 인종차별 문제가 각인되기 시작합니다. 세월이 흘러가며 제임스는 만델라와 친구들을 이해하고 존경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변화는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낳게 하고, 가족들은 테러 위협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만델라와 마찬가지로 제임스는 아들을 교통사고로 위장한 백인들의 테러로 잃게 됩니다.
1991년 27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떠나는 만델라에게 제임스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나무칼 싸움을 가르쳐 준 흑인 친구(그의 이름은 바파나입니다)의 선물을 건넵니다. 일전에 나무칼 싸움을 하고난 뒤 만델라는 제임스에게 말합니다. 우리말(코사어)만 배운 것이 아니군요, 미스터 그레고리. 2003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제임스는 훗날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만델라의 친구가 되어 살아갔다고 합니다.
훗날 대통령이 된 후에 만델라는 화해와 용서, 그리고 이를 통한 사회통합을 실천합니다. 만델라의 자서전인 ‘자유를 향한 긴 여정’에 나오는 그의 말을 인용합니다.
인간은 피부색깔, 성장배경과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도록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사람을 미워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증오를 배울 수 있다면, 사랑하는 법을 또한 배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증오보다 더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김대중 대통령은 만델라와 닮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디제이의 영정이 화면 곳곳에 투영되는 것은 저만의 착시일까요.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그 분의 말을 믿으며 그 분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잘 가세요 우리의 민주대통령, 굿바이 디제이.
작성자이영문 (아주대학교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