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본, <내 사촌 다운>
본문
‘다운은 중국 사람일까?’ ‘도대체 염색체가 뭐지?’
시로는 어른들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엄마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란 언제나 “더 크면 알게 된단다.”는 것뿐, 호기심 많은 소년 시로의 머릿속은 늘 물음표로 가득 차 있다. 이모는 이모부의 머릿속에서 나사가 하나 빠졌다고 하고, 다운증후군인 사촌은 아무래도 중국 사람인 것 같다. 게다가 ‘염색체’란 무엇인지……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시로에게는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을 친구도 동생도 없다. 새로 전학 간 학교는 아직 낯설기만 하고, 전학 오기 전 가장 친했던 친구 미겔에게는 절교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학 갈 학교의 아이들이 화성인처럼 생겼다니! 시로는 자신을 속이고 놀린 미겔을 용서할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부가 쓰러지고 사촌 다운은 학교 화장실에서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는데…….
이 책은 주인공 시로의 목소리를 통해 어른들의 말이나 행동 등,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냈다. 사촌 다운과 이모부네 식구들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로의 질문들은, 이모에게서 이모부의 머릿속에 나사가 하나 빠졌다는 말을 듣고 직접 거울 앞에 서서 나사를 찾으려 머리카락을 헤집어 보거나, 다운증후군인 사촌의 독특한 외양을 보고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다운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시로가 직접 털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세계와 마음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새로 전학 가는 학교의 학생들이 ‘화성인’이라고 믿는다든지, 온갖 궁금증에 잠이 오지 않아 밤새 양을 세며 논다든지, 사촌 다운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등 아이다운 생각과 질문들이 시로의 익살스런 목소리로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다운증후군인 사촌 기예르모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로에게 사촌 다운은 중국 사람처럼(?) 생기긴 했지만, 그저 꽃을 좋아하고 손재주가 좋은 장난꾸러기 사촌이다. 어른들에게는 무겁고 불편한 다운증후군이라는 장애도 시로에게는 ‘다운’이라는 훌륭한 애칭이 될 뿐이다.
단지 휴지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는 다운 때문에 한차례 소동을 피우는 엄마와 선생님을 보며 ‘어른들은 정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중얼거리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장애의 차이를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순수한 아이의 시선이, 장애에 대한 기존의 어둡고 무거운 생각을 가볍게 뒤엎는 책이다.
-본문 中
“그런데 항상 둘이 한 쌍이 되나요?
만약 시로가 잘못해서 제가 세 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선생님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맞아,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지. 23쌍의 염색체 중에서 21번째 염색체에 카드가 하나 더 들어가서 세 개가 있을 수 있어. 세상에는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단다. 21번째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
글 안 알파야
그림 루이스 필레야
값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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