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뛰어넘어 세계 수준에 도전한다”
[베이징장애인올림픽] ② 시각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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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호 기자 |
‘소리로 듣는 축구’라는 제목의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면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시각축구는 5명(선수 4명, 골키퍼 1명)으로 구성돼 핸드볼 크기의 소리 나는 볼을 이용, 그 소리를 듣고 골을 넣는다.
전후반 25분의 경기로 진행되며, 오프사이드 규칙이 없고, 언더핸드 드로우 인이 가능한 것을 제외하면 비장애인 축구 룰과 똑같다. 다만 눈가리개와 머리보호용 패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수비지역에서는 골키퍼가, 공격지역에서는 골대 뒤의 가이드가 공격수를 박수로 골대의 위치를 알려주고, 자기편이나 상대편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면 파울을 받게 된다.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이옥형 감독 ⓒ전진호 기자 |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하자, 볼의 위치를 알려주는 가이드의 목소리 톤이 점점 올라가더니만 결국 “뛰면서 볼을 잡으란 말이야!”라는 이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시각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인 이옥형 감독역시 국대출신 감독이다.
어떻게 대표팀을 이끌게 됐냐는 질문에 “처음 제가 대표팀을 맡겠다고 했을 때 반대도 많았어요. 어떻게 전맹이 팀을 꾸려나갈 수 있겠냐는 편견 때문이었죠. 하지만 선수들이 저를 믿어줬고, 저 역시 잘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소신을 굽히지 않았죠.”라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대표팀은 일부 관계자의 우려를 코웃음 치듯 지난해 열린 IBSA 아시아 시각장애인 축구선수권대회에서 강호 일본을 격파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다음정도? 아시아 내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실력인데, 전 세계로 따지면 아직 멀었죠.”라고 한국팀의 수준을 설명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른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두텁지 못한 선수층과 실업팀 부재 등은 시각축구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세계적인 강호인 브라질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시각축구 클럽리그가 있을 정도로 활성화 됐기 때문에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동호회를 제외하고는 뛰는 선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지금은 맹학교에서조차 안하니...”
▲ 코치들과 함께 드리블 훈련을 하고 있는 시각축구 대표단 ⓒ전진호 기자 |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는데, 대표팀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매미’라고.
“이곳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이 다른 건 다 좋은데, 나무가 울창하다 보니 여름철에는 매미소리 때문에 볼에서 나는 소리를 선수들이 들을 수 없어 훈련을 할 수 없어요. 궁여지책으로 오전, 저녁 훈련은 이곳에서 하고, 낮에는 인근 상무 체육관으로 이동해 훈련받고 있죠.”
그나마 시각축구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 건립하는 등 다른 장애인 체육에 비해 좋은 조건이다.
물론 선수수급 등 산적한 문제들이 쌓여있지만 ‘다른 걸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좋아하기 때문에 뛴다’라는 선수들이 있고, ‘이들과 함께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코칭스태프가 있기에 클럽 대항 시각축구 경기가 열리게 될 날이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닐 듯싶다.
▲ 골대 뒤에 있는 가이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드리블과 슛을 연결하고 있는 대표선수의 모습 ⓒ전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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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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