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눈물로 포장된 장애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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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후배가 결혼을 하여 부인이 임신하고 아기를 처음으로 낳게 됐을 때, 아기가 잘 생겼는지 여부보다 손가락 발가락이 각각 5개씩이 맞는 것을 보고 안심을 하였다고 한다. 그 후배는 전에도 다른 아기들을 많이 봐왔지만 그때마다 얼굴 생김새 위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아기다 생각하니 얼굴보다는 손발에 혹시 장애가 있는지에 신경이 먼저 쓰이더라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얼굴은 좀 못생겨도 사는 데 직접적인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손발에 장애가 있을 경우에는 살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다 보니, 산모들은 기형아 검사를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검사 결과 태아에게 질병이 있거나 장애가 발견될 경우는 거의 대부분 낙태를 하게 된다고 한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아는 태어날 권리를 갖는다. 아니, 가졌었다
장애태아의 낙태가 옳은가 그른가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9세기까지는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가 장애나 질병이 있는지 여부는 거의 알 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고대의 스파르타같이 건강하지 못한 아기들을 절벽에서 던져버리는 무지막지한 곳이라도, 모든 태아들은 일단 세상구경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임신 중에 있는 태아의 장애유무를 알 수 있게 되자,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판명 받지 못하는 태아는 낙태란 미명 아래 세상에 첫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은 한 단계 더 발전(?)했음을 MBC스페셜은 보여준다.
작년 5월에 1부가, 이번에 2부가 방영되면서 각종 언론과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선아 씨가 앓고 있는 희귀병 ‘골형성부전증’을 설명한다.
태어나면서부터 30년이란 시간 동안 재채기나 문 여닫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희귀병으로 인해, 지금까지 수십 번 넘게 골절이 돼서 팔과 다리가 성한 곳이 거의 없고 키도 120cm밖에 자라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선아 씨는 미성과 재치 있는 말솜씨를 바탕으로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고 라디오방송 DJ도 다년간 해올 만큼 재능이 뛰어나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왔으며, 작은 체구 때문에 ‘엄지공주’란 예명으로도 불리는 여성이라고 소개한다.
또 지금의 비장애인 남편 변희철 씨를 만나게 된 사연과, 바닷가에서 정답게 데이트했던 과정도 친절하게 재연해 보여준다. 바닷가 데이트 때 희철 씨가 고기를 잡고 싶다며 낚시대를 구하려 하자, “나 같은 미녀를 월척했는데 뭘 또 낚으려 하느냐.”며 위트 넘치는 말솜씨의 선아 씨를 드러내 준다. 결혼해서도 장애의 불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 구석구석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으며, 꼼꼼한 요리 솜씨로 퇴근한 남편을 흐뭇하게 하는 누구 못지않은 현모양처라고.
또 남편은 이런 부인을 공주님이라고 떠받들며 부인 앞에 서서 각종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재롱을 피우고, 식사 후에는 설거지를 하는 등 천하무적 잉꼬부부임을 자랑하고 있다.
태아는 선별될 의무를 갖는다?
이렇게 깨가 쏟아지는 부부지만, 이들에게도 걱정이자 한 가지 소망이 있다. 결혼한 지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기가 없는 것이다. 이유인 즉 부부는 진작부터 아기를 갖고 싶었지만, 아주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되는 선아 씨의 몸 상태와 엄마의 장애가 2세에게 유전될 확률이 50%나 된다는 점 때문에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고.
그러던 중 2006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인공수정을 하게 되면 엄마와 같은 장애가 없는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부는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부부는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것임을 곧 깨닫게 된다.
둘은 임신에 관한 수많은 검사로 고생을 하게 되는데, 특히 선아 씨는 건강한 유전자를 지닌 수정란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장애인 부인들보다 많은 수의 난자가 필요해 이를 채취하느라 더욱 큰 고통을 감내하게 된다.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는 이렇게 선아 씨와 같은 중증장애인 여성이 야무지게 살림도 하고, 인공수정의 험난한 과정을 강한 모성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장애여성들을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마련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청자들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사랑이 아름답구나 느꼈다.’라고 벅찬 감동들을 쏟아냈으며, 각종 언론에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찬사를 줄줄이 내놓았다.
그렇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선아 씨 부부는 각종 검사를 통해 정상적인 임신이 가능한 상태임이 증명되었음에도, 자연 임신을 피하고 많은 비용과 고통을 수반하는 인공수정을 택했다는 점이다. 이들 부부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앞서도 밝혔듯이, 선아 씨의 장애를 유발한 골형성부전증이란 희귀병이 아기에게 유전될 확률이 50%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채취하여 10여 개의 수정란을 만들고, 이것들 중 희귀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수정란을 배제하고 건강한 유전자만을 보유한 것을 골라 인공수정을 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작진이 강조하는 것은, 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보유한 생명체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란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제작진은 선아 씨의 장애가 얼마나 사람을 고통스런 삶으로 내모는 것인가를 추적하고 있다. 먼저 선아 씨를 중증장애인으로 만든 골형성부전증이 얼마나 위험한 병인가를 세세히 묘사한다.
이 병은 선천적으로 뼈의 형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이 병의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태내에서 또는 유아기에 사망하기 쉬운 무서운 병이라 한다. 이로 인해 선아 씨는 태어나면서부터 사춘기까지 무려 60여 차례나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당해왔고, 그 결과 팔에는 수많은 수술 자국 때문에 여름에도 긴팔 옷만 입고 다녀야 했으며, 허벅지에 기다란 쇠막대기를 심은 X-ray 사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등, 선아 씨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장애 때문에 얼마나 엄청난 고통을 당해왔는지를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조명하고 있었다.
덧붙여서 이 같은 잦은 골절로 인해 키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는 심리적인 상처도 받아 왔음을 토로함으로써, 선아 씨는 장애 때문에 평생을 정신적·육체적으로 아주 힘겨운 생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이렇게 선아 씨는 그동안 장애 때문에 아주 힘겨운 삶을 살아왔고 어렵게 임신을 하였지만, 임신을 하더라도 몸이 아주 작기 때문에 임신 후반부에 들어서는 아기가 갈비뼈까지 차고 올라오기도 하여 누워서 잘 수조차 없어 앉아서 자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고 한다.
출산 과정에서는 ‘정상적인 사람하고는 다르게 아주 힘들다. 가지고 있는 병 자체가 마취과 의사한테는 굉장히 부담이 되는 병이다.’ ‘병 때문에 보통의 산모보다 자궁절개부위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산모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의료진들의 입을 통해, 선아 씨 같은 장애여성들이 출산을 하는 것이 생명을 건 도박임을 주지시키고 있었다.
또 ‘아이가 걷기 시작했을 때 위험한 데 가면 다른 엄마들은 달려가서 잡아 줄 수 있는데 나는 그게 안 된다.’ ‘길을 걷다 보면 아이들이 절 너무나 신기해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니까, 내 아이도 나중에 엄마를 창피해 하면 어떡하나 고민이 되기도 한다.’는 선아 씨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여성의 어려움은 아이를 낳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형임을 되뇌고 있다.
논리 속에 감춰진 장애의 차별
여기에 덧붙여서 임신과 육아에 따르는 어려움은 장애인인 부인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인 남편에게도 부인 못지않게 많은 부담을 준다고 애기한다. 남편은 부인의 임신 사실을 안 순간부터 건강과 안전한 출산을 위해 대신 집안 살림을 도맡기 시작해야 했고, 집도 희철 씨의 직장 근처로 옮겨서 부인과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언제든지 달려 갈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것은 남편에게 직장일과 집안일을 모두 혼자서 도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항시 집 방향으로 안테나를 세워 놓고 긴장을 한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장애인 부인을 둔 남자라면 겪지 않아도 될 2중 3중의 짐을 지우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장애 때문에 평생에 걸쳐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남들 다하는 임신과 출산도 목숨을 거는 희생을 통해야만 겨우 할 수 있음을 애기하는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편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인간승리의 감동과 더불어 또 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그것은 작년 5월 당시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장애태아의 낙태는 허용해야 된다.’에 집약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에 장애계는 이 대선주자의 사무실을 점거하고 성명서를 내면서 성토를 하였지만, 현행 모자보건법은 기형태아의 낙태는 분명히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아 씨의 눈물겨운 임신 출산기 모습을 담은 MBC스페셜은, 장애가 있는 아이는 아예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걸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는 시청자들에게 첨단과학시대인 지금은 논란이 많은 낙태보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시작 단위랄 수 있는 수정란에서부터 아예 장애가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수정란들을 배제하는 게 좋은 것이라고 애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수정란들만이 아기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합리적인 진실인 양 믿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인간만이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인간 우생학은 스파르타 이래 30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을 이 다큐멘터리는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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