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향유는 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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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문화공간 주최 연극 <타락한 장애인>. ⓒ소연 기자 | ||
연습실 없어 사무실 복도, 인근 공원 이용하기도
장애인들이 주체가 되는 연극, 영화 활동들이 이러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건 결코 녹록지 않다.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돼야 장애인 문화도 성장할텐데 말이다.
활동의 지속성과 생산하는 콘텐츠의 성장을 위해서는 작품을 만들 공간과 기자제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기본적 생계조차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 열악한 재정구조를 가진 장애인 단체들이 이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를 편집할 공간이 있다면 장소 대여 받는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시간동안 편집을 할 수 있을 텐데, 영상편집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미디어 장비가 있는 곳을 찾아 제한된 시간동안만 작업을 해야 한다.
최재호 대표는 “미디 액트에서 미디어교육을 진행하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사용하라고 시간을 배정해주었다.”며 “세 시간 대관해주면서 한 시간은 점심시간에 끼워 대관해 주니 수업 진도에 차질을 빚는다.”며 장소 제한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애인문화공간 측에서는 영상 편집기라도 두 대 들여놔 사무실 내에서 작업을 하려고, 방송위원회 등에 편집기 두 대, 삼각대 등을 지원 신청했으나 관련 기관에서는 기자제로 신청하지 말고 사업으로 신청하라는 말만 들려줬다 한다.
‘춤추는 허리’는 연극을 준비할 때마다 연습할 적당한 공간이 없어 공감 사무실에서 연습하거나 사무실 옆 복도, 사무실 근처에 있는 공원을 이용한다고.
장애인이 연극과 영화에 관심을 가져도 이를 훈련시킬만한 교육기관이 부재하다는 것 또한 관련 활동가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으로 꼽힌다.
장애인은 어릴 적부터 문화를 접할 기회를 대부분 갖지 못해 연극, 영화와 관련해 훈련된 장애인 인력을 만나기 어렵고, 관련 교육에 관심이 있어 뒤늦게 시작하려 해도 이를 훈련시킬 수 있는 기관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연극 부분에서는 극단 휠만이 2005년부터 장애인연극아카데미를 운영해 전문적인 장애인 연극인을 배출하려 노력할 뿐이다.
영화 부분에서는 미디어 교육이 장애인문화공간, 미디 액트, 장애인 단체들의 사업, 복지관 등등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초급, 중급, 고급 과정으로 나눠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보다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기본적인 과정만 꾸준히 진행하는 형국이다.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관련 교육을 시행했다 해도, 강사 확보 문제에 또 부딪히게 된다. 장애인에게 맞는 교육과정과 교육방식을 짜고 고민하는 강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
장애여성문화공동체 김미주 대표는 극단 끼판의 연출자 면접을 봤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면접을 볼 때마다 장애가 있는 몸을 가진 여성들이 전문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할 수 있겠냐는 물음을 던졌다. 그런데 한 연출자가 어렵다고 얘기를 하는 거다. 극본에 소아마비 장애인이 등장하도록 되어 있어 실재로 소아마비 장애인을 배우로 등장시키면 관객들은 연극이 주는 판타지에 빠지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거다.
연극 무대는 판타지의 공간인데 실제 장애인을 등장시킴으로써 그 공간은 판타지의 공간이 아닌 현실의 공간이 되어버려 극이 주는 판타지가 깨져버린다고 했다. 유럽에서 장애인들이 공연하는 극을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풀어내는 극은 극이 주는 판타지를 깨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접근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 연출자는 그러나 자신은 그렇게 극을 풀어낼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면접을 본 연출자 중 거의 유일하게 끼판의 지향점을 이해하는 연출자라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 연출자가 끝까지 거절해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예술국 이형호 팀장은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주체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며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정책이 미흡한 실정이며, 문화관광부 내에서도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재한 실정이다. 장애인 문화 관련 전문가들 또한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장애인 문화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에게 문화를 전하고 교육시킬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 내 장애인문화 전담부서 신설 절실
이 모든 문제와 연관되는 것은 바로 재정 지원 문제. 연극, 영화와 관련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 중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단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극, 영화 제작을 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들에게 어떤 문제가 가장 시급한가를 물으면 모두들 하나같이 재정 지원 문제를 꼽는다.
끼판은 재정 문제 때문에 몇 번이나 활동을 중도에 접어야 했고, ‘춤추는 허리’는 지원을 자주 받았다는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2007년 정기공연 예산을 지원 받지 못했다고. 대신 휴대용 카세트를 들고 나가 길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걸로 대신했다 한다.
극단 휠은 장애인 전문극단을 지향하지만 배우들에게 소액의 활동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활동비를 지급하게 된 것도 최근에서다.
앞에서 언급한 공간 확보, 기자제 구입, 장애인 문화예술인 양성 등등의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으면 허사가 될 뿐이다.
장애인 주체의 연극, 영화 활동이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문화관광부 예술국 이형호 팀장은 “무엇보다 문화관광부 내에 장애인 문화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예산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별도의 팀이 꾸려지지 않으면 장애인 문화와 관련한 예산 또한 별도로 책정되기 어렵다. 이외에도 복권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복권 기금은 소외계층에게 할당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장애인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장애인 관련 단체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와 맞물려 장애인들 또한 집밖으로 나와 당당하게 자신의 문화 욕구를 드러내고 관심 분야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소모임 등을 조직해 자신의 솔직한 욕구를 털어놓고, 상대방의 욕구를 들어주며 서로 지지하는 움직임을 펼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적인 생계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긍정하고 정립해나가는 작업, 자신의 솔직한 욕구와 만나고 이를 겉으로 표출하는 작업 또한 생계만큼 중요하다. 문화권 또한 인간에게 필요한 또 다른 기본권인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언저리에 위치해 자신의 솔직한 욕구를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데 사회적 방해를 받는 장애인들에게 문화권은, 더욱더 요구되는 기본권인 것이다.
‘춤추는 허리’는 복지관 등에 초청 공연을 갈 때마다 ‘춤추는 허리’의 공연에 충격을 받고 참여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장애인문화공간도 영상교육 심화과정을 편성할 수 없는 건 교육을 원하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점점 많은 장애인들이 문화 활동의 힘을 느끼고 문화 활동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장애인의 문화 욕구가 제도를 뛰어넘은 지는 한참 되었다. 장애인에게 새로운 삶을 만나게 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지원을 정부는 이제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들도 더더욱 문화적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사회의 벽을 끊임없이 두드려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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