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물을 버리기 전에, 먼저 아기를 건지세요
본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갓난아기라니, 이거 너무 오만한 거 아냐?”
누군가는 다르게 말합니다.
“말이야 바른 말 아닌가요? 우리나라 민주주의, 갓난아기 맞거든요?”
영국의 ‘파이넨셜 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갓난아기인 한국의 민주주의가 목욕물과 함께 버려질 우려에 처해 있다.”는 기사였지요.
아이가 버려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데, 그 아이가 대체 몇 살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이 상황 자체가 우리의 위기를 말해주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아이를 낳고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아이를 기르다보니 여간 돈이 드는 게 아닙니다.
아이와 씨름하다보니 여간 속이 썩는 게 아닙니다.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은 충동, 하루에도 골백 번이지요.
그렇다고 버리시렵니까, 죽이시렵니까. 우리의 아기, 우리의 민주주의.
얼마나 사랑해서, 얼마나 고생해서 낳은 아기던가요.
새해 벽두부터 ‘노들장애인학교’는 배움터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멀쩡한 고3 입시생은 성적을 비관해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통통제 카메라에 매달려 칼바람을 맞았습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 패자외면의 날카로운 바늘에 찔려
도처에 신음하는 아기들이 넘쳐납니다.
사람들은 인면수심의 세상을 탄식합니다만, 그건 짐승에 대한 모독일지 모르지요.
짐승도 아기를 함부로 버리지는 않거든요.
자, 보세요.
귀엽지 않나요? 버릴 생각이 드나요?
작성자노순택(사진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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