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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로 새로운 삶의 노래를!

연극 ‘타락한 장애인’ 관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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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설에서 나와 새로운 삶을 꾸리고 있는 명동과 한나. ⓒ소연 기자  
 
“네가 사회로 나가면 타락한 장애인이 될 거다.”
장애인문화공간(이하 공간)이 한국장애인재단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후원을 받아 마련한 노래극 ‘타락한 장애인’.
극 제목 ‘타락한 장애인’은 극의 연출을 맡은 박정혁(한국사회당 장애인위원장) 씨가 생활하던 시설에서 나가려고 하자 시설 측에서 박정혁 씨의 자립 의사를 비웃으며 내뱉은 말이었다 한다.

‘타락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마음이나 행동이 잡되고 잘못된 길로 빠짐’이라고 표기돼있다. 그 시설 운영자에게 박정혁 씨의 자립을 시도하는 모습은 장애인으로써 응당 살아야 하는 길을 거부하는 ‘잘못된’ 길을 택한 장애인이었던 것이다.

이에 공간은 노래극 ‘타락한 장애인’을 통해 이야기한다.
사회가 장애인에게 요구하는 ‘기형적인 틀’을 당당하게 거부하는 장애인을 ‘타락’했다 표현한다면, 자신들은 ‘타락한 장애인’이 맞다고 말이다.

#1. 절망에 잠식되는 시설에서의 삶

언제부터인가 언제인지 몰라 내가 하고픈 것 알 수가 없어/(중략) 이곳에만 갇혀서 나를 둘러싼 절망감이 나를 뒤엎어/ 내가 절망이 되고 절망이 내가 되어 나를 가뒀네
- 노래 하나 ‘나를 가두지마’ 중


텔레비전에서 정규방송이 끝났음을 알리는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이때 멍하니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명동에게 절망이 찾아와 속삭인다. “넌 (이곳을) 나갈 수 없어.” 더 이상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지 말라며 절망에게 절규하는 명동.

그러나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던 시설에서의 생활은 명동에겐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어머니의 사망,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인해 시설에 맡겨졌던 명동은 구타와 폭언이 난무하던 시설에서 나와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살 집을 마련했고, 시설에서 함께 나온 한나와 사귀고 있으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학업도 시작했다. 간간히 한나와 영화관도 가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음은 물론이다.
연극 ‘타락한 장애인’은 시설에서 자립한 명동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2. 부당함에 대한 요구, 절망을 균열내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시설에 들어오게 된 명동.
보육사는 명동을 보자마자 “휴우 - 힘든 놈 하나 들어왔네.”라고 짜증스러워 하며 명동을 끌고 가 머리를 짧게 깎는다. 울며불며 명동이 거부함에도 보육사는 머리감길 시간이 없다며 머리를 짧게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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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설에 들어간 명동은 보육사에게 머리를 짧게 깎인다. 이유는 보육사가 명동 머리감기는 게 귀찮기 때문이라는 것. ⓒ소연 기자  
 
이후 명동에게는 지루한 일상이 이어진다.
집에서 지낼 때도 하루종일 방안에서 책들을 벗삼아 지내야 했지만, 머리를 강제로 깎인 적은 없었고, 이유없이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욕설과 폭행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오전 6시 기상, 삼시 세끼 식사, TV보기, 오후 8시 취침 등의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명동의 단조로운 일상은 한나라는 존재와 만나게 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경직으로 숟가락을 떨어트린 생활인을 보육사가 폭행하자 한나가 이를 항의 하고 나선 것. 결국 한나는 보육사가 시말서를 쓰게 만들었다. 명동은 이를 바라보며 자신으로선 꿈도 꾸지 못할 행동을 하는 한나에게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3. 꿈을 꾸기 시작하다

한나와 친밀감을 형성해갈수록 명동은 자신 안에 꽁꽁 묶어두었던 부당함에 대한 분노를 점점 표출해내기 시작한다. 명동의 정항은 베개에 피를 흘렸다며 더럽다고 폭언을 내뱉는 보육사에게 “내가 빨면 되잖아요!”라고 소리치면서 시작된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그에게 당장 기쁨을 선사해주진 못했다. 부당함을 외쳐도 요구가 번번히 좌절될 때마다 그는 더 깊은 절망감을 맛봐야 했으니까.

그러나 친구 효영이 보육사에게 심한 구타를 당한 뒤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고, 명동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더 이상 못참겠어. 우리는 개가 아니라고, 우리도 사람이라고!” 관객 여기저기에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단체행동으로 생활인들은 원장의 사과와 보육사의 해고를 받아냈다. 명동은 그 사건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긍정하기 시작했으며, 시설에 나갈 결심을 하게 됐다. 한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함께 시설을 나가자고 한나에게 제안하는 명동.
아직 세상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한나에게 명동은 이제는 자신이 한나의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한나는 명동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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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에게 사랑고백하는 한나. 명동의 "사랑해, 누나!"라는 장면에 많은 관객들이 호응을 보냈다. ⓒ소연 기자  
 
시설에 나와 그 둘은 비로소 ‘꿈’을 꾸고, 그 꿈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쌓은 아픔일랑 있으면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두자/(중략) 우리 앞에 높인 억압을 깨트리고 나가고 모두 다 함께 힘차게 웃어보자.
- 노래 열 ‘새로운 삶의 노래’ 중


‘탈시설’ 의미 모르는 사람 마음까지 움직이기를…

연출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극을 만들어서인지 노래극 ‘타락한 장애인’에는 시설에서의 생활이 세밀하고, 실질적으로 그려졌다.
17년동안 시설에서 생활하고 자립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던 박성희(35세, 뇌병변 1급) 씨는 연극을 관람하고 난 뒤 “모든 장면이 다 좋았고, 마음에 와 닿았다.”며 “시설에서의 생활이 잘 그려져 있어 되게 마음이 아팠다.”며 감상을 이야기했다.

보육사로 일하고 있다는 김영일(36세, 지체 2급) 씨는 “명동이 베개에 피를 흘려 보육사가 폭언을 내뱉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실제로 보육사들이 시설 장애인들을 그렇게(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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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설에서 명동과 함께 한 친구 (왼쪽부터) 효영과 진우. ⓒ소연 기자  
 
장애인들의 자립을 준비하는 기관이 아닌 장애인들의 자립의지를 앗아가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생활시설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존재가치를 앗아가는 트라우마를 장애인들에게 입히고 있는 생활시설들의 잔악한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말아달라고 노래극 ‘타락한 장애인’은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다.

노래극 ‘타락한 장애인’이 11월 23일~24일 양 이틀간의 공연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공간에서 상연돼 장애인 생활시설에서의 인권유린, 인권침해의 실태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면 어떨까?
이 노래극이 ‘탈시설’의 의미를 몰랐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여 함께 ‘탈시설’을 외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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