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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메모리, 그날을 기억하라

27년 만에 만들어진 영화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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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이야기를 보냅니다. 송강호가 말한 헝그리 정신이 없어졌나 봅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상태에서는 영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 법입니다.

본디 영화란 오감의 즐거움을 느끼는 경쾌한 산업화 시대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뭔가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치우친 탓이지요.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를 못하는 속성은 결국 교육이라는 먹물(?)을 많이 먹은 사람들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먹물근성에 따라 영화를 봐왔던 셈입니다.

오늘 영화 ‘화려한 휴가’는 그런 의미에서 저의 뒤통수를 때린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영화 어디에도 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의 이념이나 정치철학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현대사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자 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날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묘한 배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 마음의 심연에 존재하는 무엇을 끄집어내고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죄책감과 연민을 느끼게 하고, 그 시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경악과 분노,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비정치적인 것이 더 정치적이라는 명제를 실현시킨 셈입니다.

평론가들과 소위 먹물들은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해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코미디와 멜로로 희석시켜 관중동원력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든가, 시나리오의 허점, 신파조의 멜로 등에 문제를 있다는 등 먹물근성을 버리지 않습니다. 네이버 영화평에서는 관람자들의 평점과 평론가들의 평점이 무려 2배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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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평론가들이 내린 10점 만점의 5.0이라는 평에 대해 저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니들이 영화의 맛을 아냐" 라고 말입니다. 또한 아일랜드 영화 ‘블라디 선데이’를 어떻게 봤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그날의 광주에 대해 느끼는 분노가 전두환 일당들에서 이제는 이들을 비호한 언론들에 몸담았던 영화 기자들에게까지 뻗치는 묘한 전이현상이 제게서 일어납니다.

역사는 그 자체로 존재하고 분화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의 열흘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권욕에 눈이 먼 집단들에 의해 자행된 집단 살인으로 인해 멀쩡한 사람들이 많이, 억울하게, 그것도 모자라 참혹하게 죽었다는 것이지요.
더 웃기는 것은 그 만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여전히 정치적 타협에 의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이 땅의 코미디 같은 현실이지요.

저희 가족은 그날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초등학생 딸은 진우(이준기)가 전남도청 앞에서 총에 맞아 죽을 때 울고, 중학생 아들은 민우(김상경)와 흥수(안성기)가 죽을 때 울었다고 합니다.
집사람은 신애(이요원)가 광주 시내를 돌며 외치는 "계엄군이 쳐들어옵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를 도와주세요" 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울고, 저는 아무 때나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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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자료화면을 하나도 쓰지 않고도 그 열흘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모든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결코 뛰어난 시나리오나 연출력의 결과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이 시대에 체험한 광주 민주화 운동이 실존하는 탓입니다. 또한 메멘토 메모리(Memento Memory), 그 날을 기억해달라는 사람들의 혼이 배인 역사적 진화성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진화는 인간의 본능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인간 본연의 장치입니다.
결코 인위적으로 억제되지 않는 것이지요, 진화성의 바닥에는 소통이라는 깊은 강(江)이 흐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의 눈물에서 저는 소통의 강을 지난 역사의 진화를 다시금 봤습니다.

27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이제야 만들어 진 ‘화려한 휴가’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전두환 일당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반성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우리의 역사속에 결코 동참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의 대사를 인용합니다. '너희들은 다 아웃이야.'

이 영화 이야기가 지면에 나올 때까지도 관람객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작성자이영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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