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도 서비스 업종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어요” > 문화


“장애인들도 서비스 업종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어요”

제주 로얄호텔 고인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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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45명 중 43명이 장애인, 제주도 내 서비스 업종으로는 유일하게 장애인을 고용해 지난 6월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선정된 호텔이 있다.
오는 8월 27~29일까지 전국장애인활동가대회의 공식행사가 진행되는 제주도 로얄호텔이 바로 그 곳.
자신의 호텔을 통해 서비스 업종에서도 장애인들이 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다부진 포부를 갖고 있는 로얄호텔 고인희 회장을 <함께걸음>이 만나봤다.

   
 
  ▲ 제주도 서비스 업종으로는 처음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선정된 제주 로얄호텔의 고인희 회장 ⓒ전진호 기자  
 
제주도 토박이 출신인 고인희(51) 회장이 처음 관광업계에 발을 내딛게 된 건 24년 전 일이다.
제주대학교 관광학과를 1기로 졸업한 후 서울에 있는 한 호텔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는 고 회장은 “처음엔 멋진 호텔리어를 꿈꾸며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연세 지긋이 든 분이 국제 가이드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어요. ‘나도 저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험을 보고 일본어통역 가이드가 됐죠. 그게 벌써 24년 전 일이네요.”라고 회상했다.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겠지만, 특급호텔의 회장이 다른 종업원과 똑같은 옷을 입고 프론트에 서있는 건 유난스러운 게 아닐까 싶었다.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처음 여인숙을 운영할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스스로의 다짐일 뿐, 별다른 의미는 없어요.”라고 말했지만 이 원칙을 지키느라 웃지 못 할 사건도 많았다고.

“제가 음식 나르는 모습을 보고는 ‘회장이 일해야 할 정도로 호텔사정이 안좋다’는 소문이 퍼졌더라고요. 그래서 유니폼을 안 입은 적이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화가 나데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닌데 ‘내 소신대로 살자’ 싶어서 다시 입게 됐죠.”

장애 때문이 아니라 ‘못한다’는 선입견이 문제

이런 고집스러움이 있었기에 장애인 다수 사업장을 무리 없이 꾸려가는 것은 아닐까.
쉽지 않았을 선택에 궁금증이 생겼다.

“6년 전쯤 아는 분이 농원을 운영하는데 ‘장애인을 채용해서 써보니 좋더라, 너희도 고용해보라’고 제안하더라고요. 처음엔 저도 선입견이 있어서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같이 일하게 됐는데 일을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채용하게 된 게 지금까지 온 거죠.”

장애인 다수기업이라도 비슷한 장애영역만 채용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로얄호텔 내에는 지체장애인을 비롯해 정신지체, 청각장애, 정신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43명이 근무하고 있다.

“장애특성에 맞게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배치한다면 큰 어려움이 없어요.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에게는 조용히 일할 수 있는 로비청소를 맡기고, 반복되는 한 가지 일에 집중력을 보이는 정신지체인에게 빈 방 정리를 맡기면 되거든요.”

문제는 애초부터 ‘못한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라고 고 회장은 지적했다.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 충분히 조정하면서 일한다면 호텔만큼 쾌적하게 일할 만한 곳도 없을 거라고.

“지난 6월 제주도에 있는 서비스 업종에서는 처음으로 로얄호텔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선정됐어요.
의도적이었는지 모르지만 심사위원 중 한 분이 ‘특급호텔서 장애인을 이렇게 고용하고 운영이 가능한가’라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서비스 업종이라고 해서 못한다는 편견을 나로 인해서 깨기 바란다. 충분히 할 수 있고, 지금까지도 잘 해왔다’며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드렸더니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대학생 시절 품었던 호텔리어의 완성단계까지 올라선 고 회장에게 남은 꿈은 무엇일까.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장애인 전문 호텔을 이곳 제주도에 꼭 만들고 싶어요. 장애인들도 편안하고 안락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애인 중심의 호텔을 건립할 때까지 더 힘내서 뛰어야죠.”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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