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건 햇빛 아래에서 그들을 잃다
노순택의 사진이 사람에게 (스물다섯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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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29일 오전 11시 10분께, 전라북도 군산시 개복동 '대가' 유흥주점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등 1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2층에는 철제 비상계단이 있었으나 이곳으로 통하는 창문이 막혀 있어 희생자들이 사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바깥과 안에서 모두 잠글 수 있는 2중 자물쇠는 이들 무허가 성매매업소가 2중3중 특수감금장치로 되어 있어, 평상시는 물론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에도 탈출이 불가능한 구조임을 드러냈습니다.
이 두 사건은 2004년 9월 23일부터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및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5년 3월 27일 낮 12시 36분께, 서울시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의 4층 건물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5명이 숨졌습니다. 좁은 방안에는 카펫, 침대 등 인화물질이 가득했지만, 소화기는 아예 갖추지도 않았습니다. 이 업소는 전날 밤 9시30분께 성매매 사실이 적발돼 업주와 건물주, 종업원 9명 등이 경찰관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은 뒤에도 영업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종업원 9명에 대해 상담센터 입소를 권유했지만 모두 거절해 27일 새벽 1시쯤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반복되는 사건, 무엇이 문제일까요? '허울 좋은 여성인권'은 무엇이며, 그들에게 필요한 '생존권'은 또 무엇일까요?
한 밤중도 아닌 벌건 햇빛 아래서… 검붉게 치솟은 화마가 스물네 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가도록 방치한 건 누구일까요?
노순택(사진가) http://nohst.simspace.com
작성자노순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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