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객이 불편함 없이 영화를 즐겨야죠 ” > 문화


“모든 관객이 불편함 없이 영화를 즐겨야죠 ”

- 영화 ‘비천무’의 김영준(32) 감독

본문

 

장애인영화제에 비천무를 출품한 것을 계기로 참가하게 되었다고 수줍게 말하지만 실상은 지체1급장애우인 형님 김형준 씨(34세) 덕에 장애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것을 알고 있었다. 영화감독으로서, 한 장애우의 가족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를 만나 장애우가 즐길 수 있는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바쁘신 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장애인영화제에 비천무를 출품하셨잖아요. 듣기로는 장애우들에게 조사를 한 결과 비천무가 장애우들이 보고싶어하는 영화 순위에 뽑혀서 상영하게 된거라고 하던데 기분이 어떠세요.

“비천무가 개봉을 7월 1일에 했는데, 그 조사를 8월에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시기에 작품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뽑히지 않았나 싶네요.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만들고 나서도 아쉬운 점이 참 많았던 작품인데, 일단 장애인영화제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참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뭐, 영광스럽죠. 그런데 좀 아쉬웠던 건 홍보가 조금 부족해서 장애인영화제에 영화인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예 모르고 지나간 분들도 많구요. 하지만 장애인영화제는 이제 시작이니까 이번 기회를 계기로 홍보도 많이 하고 2회, 3회 계속 함으로써 장애우들과 영화인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는 모든 관객이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어야 


―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직접 보셨나요?

“직접 상영하는 것은 못봤습니다만 팜플렛에 ‘한글자막’이라고 써 있는 것은 봤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무심코 한국영화에 한글자막이 왜 들어가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장애인영화제를 하기 전 한국영화축제에서 ‘박하사탕’이 한글자막으로 상영되는 것을 보고 청각장애우를 위한 배려라는 것을 알았지요. 개인적으로는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느꼈지요.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볼 수 있고, 청각장애우들도 우리 영화를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며, 또 그럴 권리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장애인영화제에서는 제 작품이 어떻게 상영되는지 못봤습니다. 제가 들어가면 한 자리가 없어짐으로써 다른 한 사람이 관람을 할 수 없지 않겠어요?(웃음)”


― 주위를 보면 장애우들이 특히 한국영화를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편의시설을 비롯해 영화를 볼 수 있는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못보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영화계에서도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많이 운동하고 계시잖아요. 이렇게 한국영화를 보고싶어도 못보는 장애우 관객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한 노력들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그게 바로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극장들을 다 가봐도 아직까지는 장애우들을 위해서 편의시설을 갖추어놓은 곳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막문제만 해도 그렇죠. 그래서 한번은 영화관계자들에게 만약에 한국영화에 청각장애우를 위해서 자막을 넣으면 어떻겠느냐, 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일단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대부분이 비장애우이고, 이런 비장애우들한테는 좀 불편하다고 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한 장면에서 대사가 자막으로 나올 경우 사운드에 의존하지 않고 그 장면을 미리 예측을 하게 돼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감동이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그것도 문제로 대두되겠죠. 장애우분들께는 죄송스런 말이 될지 모르지만 어쩌면 자막을 넣어서 대다수의 관객이 거슬림을 느낀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적절한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생각한건데, 그렇게 전체적으로 다 한글자막을 넣는 것보다 영화가 개봉하면 일주일 중 적절한 요일을 잡아 장애우들이 볼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상영하는 겁니다. 한글자막이나 시각장애우용 화면 해설기 같은 것을요. 아니면 장애우 전용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구요. 곳곳에 장애우전용관을 세워 그곳에서만큼은 시각장애우든 청각장애우든 휠체어장애우든 영화를 보는데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면 많은 장애우들이  영화를 조금 더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많이 협조해야겠지요.”


장애우에 대한 관심은 형님을 케어하면서부터


― 장애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시나 봐요.  형님이 장애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영향인가요?

“아무래도 그런 점이 있겠죠. 제 바로 위에 친형님이 장애우이신데 7년전, 결혼을 하시고 4개월만에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어요. 전신마비세요. 경추를 다치셔서 1급 지체장애우으로 등록이 되어 있죠. 그땐 다 죽는다고 했는데 다행히 고비를 잘 넘겨 지금은 아프시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비록 팔다리를 못쓰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형이랑 밥이라도 한 끼 먹으려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탁이 있는 음식점을 선호하죠. 그런데 경사로같은 편의시설이 되어 있는 곳은 거의 찾기가 힘듭니다. 일반 공공시설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경험 때문에 분노도 많이 하고 심각성을 많이 느껴 장애우문제에 관심도 더 가지게 되었습니다.”


― 형님을 직접 케어하시나요?

“아뇨. 케어는 형수님이 하세요. 처음엔 제가 했지만 지금은 형님이 분가를 하셔서 형님을 만날때만 가끔 케어를 하고 있죠. 그래서 편의시설문제라든가 차별문제, 비장애우들의 편견 등 간접적으로 많이 체험을 해서 그 심각성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님께서 나름대로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지금은 장애우들끼리 모여 회사를 차려서 홈페이지나 전자앨범 만드는 일을 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좋아보입니다.”


― 형님께서 컴퓨터를 잘 다루시나 봐요.

“예. 사고 후에 주로 집에서 지내다 보니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아무래도 많죠. 하지만 손을 못 쓰시기 때문에 입으로 마우스도 만지고, 키보드도 치고 그래요.”


― 자주 만나시는지요.

“요즘은 좀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2주에 한번 정도씩은 꼭 만나는 편이죠. 어쩔 땐 만나서 소주도 한 잔 하구요. 그리고 가끔은 형님이 활동하시는 장애우단체에 가서 비디오나 사진을 찍어드리는 등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원활동도 하고 있죠.”


― 얼마전 장애우문화센터에서 조사를 한 바에 의하면 장애우들이 가장 하고싶어하는 문화활동이 바로 영화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소박하죠?

“그러고 보니 저도 이번에 영화를 처음으로 찍고 감독으로 데뷔해서 형님을 모시고 편안한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게 못내 걸리네요.”


― 형님께서는 비천무를 못 보셨나요?

“나중에 보셨더라구요. 불편함을 무릅쓰고 메가박스라는 극장을 가서 도움을 받고해서 땀흘리며 보셨다고 하는데, 그렇게 시설이 안 좋음에도 동생이 찍은 영화를 보시기 위해 그렇게 수고를 하셨다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그런 점들을 봐도 빨리 장애우들도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여건들이 마련되어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문화’라는 측면에서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웬 호강이냐, 라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경험해본 바로는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형님을 케어하면서 돌아다녀봤지만 지하철이나 공연장이나 이런 곳에 가서 ‘좀 도와주세요’ 하면 다들 서로 도와주려고 합니다. 도와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어색한 면이 있는 것 같지만요. 그러니까 장애우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문화활동, 사회활동 등을 많이 함으로써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익숙하게 해야죠.”


― 혹시 나중에 장애 관련한 작품을 만들어보실 의향이 있으신지.

“언젠가는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소재예요. 물론  다른 감독들보다 더 관심있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요. 그런데 지금은 좀 겁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장애우에 대해 더 연구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해서 제가 역량이 좀 쌓이면 꼭 한번 해 볼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각오 있으세요?

“지금 후속작품 준비중입니다. 글 작업 한창 진행중인데요, 뭐 앞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영화 만들겠다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네요.”


정리 김경희 | 사진 김학리 기자


작성자김경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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