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장서가에서 뽑아낸 책] 나무가 사람에게 말했다 더불어 함께 생명을 지키라고
본문
아무런 기교를 부리지 않고 생각난대로 술술 써내려 간 듯한 신영복 님의 에세이는 일견 시적(詩的)으로 매우 단순하고 평면적인 느낌을 준다. 때론 지나치게 소박하고 아무런 위악(僞惡)이 없어 따뜻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우선 독자들은 그의 에세이를 아무 철학적 선험의식이나 문예 이론적 지식의 준비 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편안하게 읽은 독자들에게 신영복 님의 글은 우리의 삶이 잃어버려서는 안될 어떤 본질적이고도 절대적인 구원의 복음을 도란도란 전해주기도 하고 그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을 기억시켜 주고 있다.
또한 그의 에세이를 좀 더 복잡하게 내지는 두세 번 정도 더 읽어야겠다는 독자들에게는 깊은 예술적 감염력과 종교적 체험 경지와 세계문명에의 심오한 혜안의 눈을 선사한다.
이는 그의 글이 비록 에세이일지라도 이 시대의 고전으로 어떤 탁월한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암시한다.
타자에 대한 겸허한 인식과 동반의 길이 그린 듯이 뻗어 있는 ‘당신!’이라는 부름은 젊은 가슴에게는 연정의 설레임을, 종교인에게는 구도자의 음성으로, 진보적인 지사(志士)에게는 현실에 대한 차가운 이성적 사유능력을 채찍질하는 <의사소통의 첫 타전(打電)>으로서 경건함의 표상인 어머니 “당신의 마음” 그 광활한 대지(大地) 같다.
신영복의 <당신>은 때로는 한없이 부드러운 애무의 대상이기도 하고, 여느 투사의 곡진한 언어이기도 하다.
때로는 우리의 범사(凡事)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애정의 조건이기도 하고 그 모든 사물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규정하는 현존(現存)이기도 하다. 삼라만상에게 공기를 생산해주는 숲은 다름 아닌 <더불어 사랑>하라는 자연의 목소리일 뿐만 아니라 <나만의 숲으로서의 사적 소유의 재산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더불어 숲>이다.
자연의 숲뿐만 아니라 인간의 숲에도 <당신의 목소리가>가 쟁쟁 울리고 있다는 화두를 던지기 위해서, 결국 신영복 님은 그와 같은 경건한 어법을 구사하며 그 자신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까지 한없는 겸손의 땅으로 가는 길을 차근차근 묻고 있다.
이 점에서 <더불어 숲>은 사라져 가는 당신의 현존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고 그럼으로써 인간의 구원이 연기된 까닭을 묻는 화두이고 만인의 자유가 억압되어 있는 현실에 가해지는 최대의 문학적 성찰이자 타격이다.
이는 절망과 좌절의 심연에서만 길어 올릴 수 있는 비할 바 없이 고양된 희망과 결의의 노래다. 그러므로 <당신>이라는 우리 시대의 반성과 사랑의 울창한 숲은 불귀(不歸)의 곡(哭)이 아니라 둥지를 찾아오는 저녁 새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고 어머니에게 걱정이 안 되는 자식이 없듯이 신영복 님의 <당신>은 숲에서 더불어 함께 맑은 하늘 향해 웃고 싶지 않은 나무 없고 또한 사람 없다.
“나무가 사람에게 말했다. 더불어 함께 생명을 지키자”고.
<중앙 M&B출판사 각권 7천 원>
민담은 어릴 적 어른들의 입을 통해서건 각색이 되어진 인형극을 통해서건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이다. 너무나 익숙하기에 그 속에 ‘왜?’라는 질문은 사장되기 십상이고 그 속에 담긴 교훈들도 하나의 정답처럼 우리의 뇌리에 박혀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너무나 평범한 것들로부터 “왜”라는 질문을 도출해본다면? 그리고 그 “왜?”라는 질문에 따라 오는 반전이 또 다시 우리의 허점을 찌른다면.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은 우리에게 친숙한 민담 11편을 뒤집어 읽거나 재해석함으로써 지배적 가치와 질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윤영수 씨의 새 소설집이다.
자린고비는 자본주의적 삶의 논리를 비웃은 위대한 행위 예술가로 새롭게 정의되고, 나무꾼은 선녀를 약탈해서 짓밟고 죽음으로 내몬 못된 인물로 그려지며, 혹 떼러 갔다 혹 붙인 영감이 혹 뗀 영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버리고, 진실인 척하면서 위선적인 인간을 조롱하는 등 이 소설집은 우리의 통념을 흥미롭게 뒤집어 놓는다.
익숙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 정형화된 것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집이다.
<창작과 비평사 7천 5백원>
글/ 이재필 (성대앞 사회과학서점 논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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