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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장애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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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장애인은 장애인들을 구원하는 수호천사?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 시각장애인여성 류민은 20살 나이의 한창 피어나는 청춘이고 집안도 부유하지만 도무지 미래를 위한 준비는 찾아 볼 수 없다. 학생도 아니고 특별히 공부 하는 것도 취미도 없으며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오로지 자신의 장애에 아파하고 괴로워 할 뿐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돌보아준 가정교사도, 집사도 믿지 못하고 외부세계와 어떠한 소통도 거부한다.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하루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 뿐. 이렇게 한심하고 불쌍한 장애인 류민을 구원해주는 사람은 비장애인 남자 줄리앙이다.

 
 
줄리앙은 호스트바에서 일을 하는 어두운 세계에 살고 있지만 장애인 류민을 만나자 갑자기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를 전도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장애 때문에 괴로워하는 대신 사랑의 의미를 알게 해주고 외부로 데리고 나가 사람은 세상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작품은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것인데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 속 장애인 캐릭터의 특징은 비장애인과의 사랑과 이별을 통하여 장애인이 아픔에서 벗어나 비로소 보통 사람들 같이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이 많다.

영화 ‘조제 호랑이 물고기’에서 지체장애인여성은 20여 년간이나 장애의 아픔에 갇혀서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며 살아가지만 남자와의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고 말하고 있고. 드라마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는 청각장애인 여성이 장애로 인하여 온갖 어려움 속에 살아가지만 비장애인 애인이 언제나 그녀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여 준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 속 장애인 캐릭터는 대부분 자신 장애의 아픔에 갇혀 지낸다는 설정이 많은데 이는 일본의 제작진들이 장애인들은 장애의 아픔에만 갇혀서 지낸다고 보고 있어 비장애인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리메이크 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제작진들도 장애인을 보는 관점은 일본의 제작진들과 비슷하므로 장애인들에 대한 별다른 연구 없이 원작 그대로를 재현한 것이다.

장애인은 가족의 짐덩어리 가족들은 희생양으로 그려져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40세의 정신지체인 인섭을 무능력자, 집안의 애물단지로만 보고 있다.
고등학생 때 정신지체장애인이 된 뒤로 20 여년 이상을 아무런 하는 일이 없이 ‘하루 종일 헤드폰을 끼고 지내며 아무 가게에나 가서 음악 CD를 공짜로 달라고 생 떼를 쓰고, 야한 만화만을 탐닉’하며 ‘동생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박카스나 축내는 존재’라고 얘기한다.

   
 
 
가족은 물론 외부 사람들과도 전혀 소통을 하지 못하는 답답한 인간인 인섭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어머니마저도 죽게 만든다. 하지만 비장애인인 동생은 사랑하는 여자도 포기하고 섹스탐닉자인 형을 위해 불법매춘을 알선 해주고, 정신요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수시로 면회를 가는 등 끝까지 형을 지켜주고 돌보아 주는 천사로 바라보고 있다.

장애인은 가정의 행복을 방해하는 존재로 비장애인 가족은 가족이라는 미명아래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장애인을 끝까지 지켜주면 살아가는 것이 가족의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설정은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인용하는 설정이다.

‘말아톤’에서 발달장애로 인해 초원이는 자신의 장애 속에 갇혀서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 한다고 바라보며 가족은 초원이 때문에 늘 불행하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집안의 애물단지 역할 밖에 못하는 초원이를 끝까지 보살피며 살아간다.

‘웰컴투 동막골’ 에서도 정신지체장애인 여성인 여일이는 특별한 능력이나 하는 일이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일이를 끝까지 돌보아준다라는 설정을 취하고 있었다.

정신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격리 되어야 할 존재인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등장하는 정신 장애인들은 하나같이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이 싸이보그라 착각하고 사는 영군(임수정)과 남의 특징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순(정지훈)을 비롯해 뒤로 걷는 사내, 요들송만을 노래하는 소녀 등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기괴하게 느껴 질만한 다양한 정신 장애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기계와 대화를 하기도하고 굴러서 다니고 양말을 신은 채로 발끼리 비비면 날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장애로 인한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조롱과 어이없는 웃음을 강요한다. 이 영화의 작가인 정서경씨도 정신 장애인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데, ‘맨발의 기봉이’도 정신지체의 장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갖가지 기봉씨의 행동들을 희화화 시켜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도 하고 있는 영화였다.

이렇듯 장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모습들을 강조하고 희화화 시켜서 사람들에게 웃으라고 강요하는 것을 예술의 임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고유한 세계를 존중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정신장애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감독이 간과한 것은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 소재로 차용하고 있는 정신병원과 정신장애인의 모습들이 과연 적절한가란 물음이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인 ‘공동경비구역JSA’에서는 사회제도와 틀로서 개인을 규정지으려 할 때 개인이 어떻게 파멸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소재로 차용된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은 남북의 이념 차이에 의해 만들어 진 곳이고, JSA병사들은 국가의 명령에 움직이는 존재이므로 적절한 소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세계를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정신병원과 정신장애인들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개인의 고유한 세계는 그 사람의 전부라 할 수 있고 치료나 교육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정신장애는 정신장애인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며 치료와 교육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영화의 무대로 사용되고 있는 정신병원은 정신 장애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그들을 치료하고 교육하여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해 존재 하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차이점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 비교를 함으로써 여기서의 장애인들은 정신병원임에도 정상적인 치료나 재활교육을 받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밥 먹기를 거부하는 영군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이는 모습을 마치 고문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집단 상담치료를 희화화 하고 조롱할 뿐이다. 영화는 개인의 고유한 세계는 불변 하고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 계속해서 온갖 유형의 기괴한 정신장애인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관객에게 조롱과 비웃음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정신장애인은 치료가 될 수 없으며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이므로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 되어야 할 존재라는 느낌을 들게 하고 있다.

영화 제작진, 장애인의 부정적인 모습만 연구하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박찬욱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장애인 캐릭터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영화의 제작진들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비장애인들이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듯이 장애인들도 다양한 삶을 살고 있으며 또 그렇게 살고 싶어 한다.

제작진들은 영화 속 배경과 비장애인들의 모습은 현실과 비슷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제작진들이 인터뷰 때마다 자랑스럽게 이야기 것 중 하나가 캐릭터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과 몇 달을 숙식을 같이 하며 연구 했다, 촬영장소를 선정하려고 전국을 몇 년을 돌아 다녔다는 등 영화의 배경과 비장애우캐릭터를 묘사하는 데는 온갖 심혈을 기울여 연구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장애우캐릭터는 영화의 내용과 부합하는 점을 연구하기 보다는 장애우의 다양한 모습 중 부정적인 부분만을 연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애인 캐릭터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 비장애인인 줄리앙은 호스트로서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 류민은 20살 또래로서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학교도 다니지 않고 친구도 없으며, 취미나 꿈도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오로지 시각장애에 갇혀 사는 여성이라고 얘기 할 뿐이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서도 비장애인인 동생(약사)과 애인(짝퉁 옷가게 주인)의 묘사는 시시콜콜 한것까지 묘사하고 있다. 동생은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국에서 정수기 필터 등 온갖 생필품을 팔아야 하는 처지, 동네주민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는 모습 등 동네약사로서의 생활을 자세히 보여준다.

또 동생의 애인은 짝퉁 옷을 팔다 경찰에 연행되고 신고한 이웃가게 사람과 싸움을 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짝퉁 옷을 파는 사람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신지체장애인 형은 중산층 집안의 장애인이면서도 이에 걸 맞는 치료나 재활하는 모습은 전혀 안보이고 오직 장애에만 갇혀서 가족의 짐 덩어리로 지내며 산다는 것을 묘사하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도 갖가지 캐릭터의 인물의 성격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의상이나 배경 등을 세밀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하지만 정신 장애인을 치료하는 정신병원이 배경이지만 병을 치료 하는 모습보다는 장애로 인해 온갖 기괴한 행동만을 일삼는 점을 강조함으로서 병원이라기보다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싸이코들을 수용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렇게 영화에서 장애인들의 다양한 삶 중에 특정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장애인들은 장애에만 갇혀서 가족의 짐 덩어리로 살아가며, 사회에서는 격리 되어야 할 존재라는 느낌만을 갖게 할 뿐이다. 이는 제작진들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캐릭터를 연구하지 않고 비장애인 입장에서 영화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장애인의 부정적인 모습만을 생각하며 만들기 때문에 벌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신화를 갖고 있는 일반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더욱 공고히 다져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왜곡된 신화를 만들어 장애인들의 삶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영화의 제작진들은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장애인들이 장애에만 갇혀 사는 존재라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탈피하여 다른 캐릭터나 배경을 연구하는 것처럼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장애인캐릭터를 연구한다면 장애인들도 똑 같은 욕구를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캐릭터를 끌어다 쓰기 전에 이들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보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많이 아쉽다.

작성자심승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모니터 회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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