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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어 같이 여행 떠나요

헌책과 여행이 공존하는 공간, 헌책 카페 "캘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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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연남동의 한 주택가 초입.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곳에 <함께걸음>이 이번 달 소개할 헌책 카페 "캘커타"가 있다. 분명 도심지 주택이건만, 혼자만 옥수숫대와 호박넝쿨을 벽에 두르고 문 앞엔 커다란 항아리 단지를 갖다놓아 마치 소박한 시골 찻집 같은 느낌을 주니, 저절로 눈길이 간다.
물론, <함께걸음>이 헌책 카페 "캘커타"에 눈길을 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이곳이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하는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사람들의 사랑방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궁금한가? 그럼 "캘커타"의 특별한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도심 속 시골 같은 여유를 안겨 주는 공간
지난 2004년 12월에 문을 열었다는 헌책 카페 "캘커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편엔 헌책방답게 천장까지 책이 꽂혀 있고 한쪽 구석에 놓인 턴테이블엔 LP판이 돌아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론리플래닛과 녹색평론. 편견인가? 주인장이 어떤 사람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오른편 하얀색 격자무늬 창에는 지금 한창 전시 중인 최종규씨의 헌책방 사진이 격자창과 어울리게 하얀 줄을 따라 집게에 매달려 있고, 그 앞엔 창틀에 팔을 괴고 앉아서 차 마시기 좋게 알맞은 높이의 항아리를 엎어 놓고 방석을 얹어 의자로 만들어 놨다. 책장과 격자창을 이어주는 천장은 초록색 물감으로 포인트를 준 계란판이 앙증맞게 붙어 있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돼 있는 안쪽 작은방은 작은 탁자 몇 개만 놓인 게 딱 시골방 같다. 창밖으로 옥수숫대가 살짝살짝 흔들리는 게 창밖이 공기 맑은 시골일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그 시골방에서 삶의 여유가 묻어나는 시골 농부 차림의 "캘커타" 주인장 윤화용씨와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제 욕심이었죠. 여행도 좋아하고 자원봉사도 하고 싶은데 같이 할 방법을 모색하다보니,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하는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하는 여행을 기획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그저 자기 욕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사실 장애우 시설에서 하는 자원봉사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비장애우는 "봉사자"일 뿐 그곳 장애우들과 동등한 개인으로서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 그런 아쉬움 때문에 그가 직접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하는 여행"을 기획하면서는 장애우가 여행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비장애우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여행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단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온라인 카페 "캘커타코코넛"(http://cafe.daum.net/calcuttacoconut) 이다. 2002년 8월 문을 연 이 온라인 카페를 통해 그는 여행의 동반자를 모집했고,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해외 오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헌책 카페 "캘커타"는 이러한 활동에 필요한 기금도 마련할 겸, 온라인 카페 "캘커타코코넛"의 회원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공간으로도 쓸 겸해서 열게 됐다.

 

 

장애우와 함께한 해외 오지 여행만 7번
그가 처음 사람들을 모아 여행을 간 곳은 중국 서부. 청각장애우 2명과 비장애우 2명 총 4명이 두 달에 걸쳐 사천, 운남을 지나 라오스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청각장애우는 이동에 불편함이 없으니 여행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잘 섞이지 않아서 쉬운 여행은 아니었다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그게 특별한 어려움은 아니었다. 어차피 비장애우끼리 가도 여행지에선 싸우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해외 배낭여행만 벌써 7번을 다녀왔다. 그동안 중국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 파키스탄도 갔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북유럽으로 자전거 여행도 다녀왔다. 휠체어로 러시아를 거쳐 몽골을 지나가기도 했고, 인도 사막은 휠체어와 낙타를 이용해 벌써 2번이나 다녀왔다.
이렇게 그가 그동안 다녀온 곳들을 들었으니 금세 눈치를 챘겠지만, 사실 윤화용씨는 오지여행 전문가다. 그런 만큼 그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선택해 적어도 2달 이상의 장기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그와 함께 가는 여행은 오늘 준비해서 내일 떠날 수 있는 여행이 아니다.
게다가 보통 장애우와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편의시설부터 조사하고 미리 이동경로를 파악해 이동에 불편함이 없는 곳만 가는데, 이곳 여행은 그렇게 장애우를 "모시고" 가는 "복지관식 여행"과도 확실히 다르다. 그의 여행 목적은, 장애우든 비장애우든, 잘 갔다 오는 게 아니라 혼자 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시고" 갔다 오면 혼자서 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편의시설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오지에서 야영도 하고 먹을 것도 직접 해결한다. 야영을 하지 않으면 숙소도 직접 돌아다니면서 구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장애우라고 예외를 두는 법이 없다. 일방적으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떠난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지를 다니다보니 여행 중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은데 그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편의시설이 된 곳에 찾아가면 그 건물만 달랑 편하고 그 주변은 불편해요. 문명이 장벽을 만들어낸 거죠. 자연엔 턱이 없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오지가 편하죠. 이동은 대부분 동물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하니까 큰 어려움은 없어요."한다.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속도 문제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남달랐다. 사실 장애우와 여행을 떠나보면 알겠지만, 장애우와 비장애우는 속도에 차이가 난다. 하지만 윤화용씨는 여행하면서 이런 속도 차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별로 없다고 했다. 이유는 천천히 가기 때문. 장기 여행을 고집하는 데는 이런 영향도 있었다.
"보통 여행을 가서 시간이 없다고 느껴지는 건 여행이 아니라 관광을 하기 때문이에요. 뭘 자꾸 보겠다고 하니까 가야할 곳이 생기고 마음이 조급해지는 거죠. 저희는 관광이 아니라 여행을 가는 거라 조급할 것도 바쁠 것도 없어요."
윤화용씨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는 거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도, 커다란 욕심을 갖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때그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아 묵묵히 해나갈 뿐이다. 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긴다더니, 그가 딱 그런 사람 같았다.

 

 

캘커타 운영도 장애우와 함께
어쨌든, 이렇게 해외로 장기 여행을 떠나다 보니 여행을 가는 횟수는 1년에 딱 2번이다. 해외로 두 달간 여행을 한다고 해서 여행 경비가 어마어마할 줄 알았는데, 한 번 여행에 드는 비용은 대략 200만원 정도. 그나마도 절반은 교통비에 들어간다. 해외여행인데도 이렇게 비용이 적게 드는 건 육로를 주로 이용하는 배낭여행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용은 자부담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 돈이 없고, 돈을 벌기도 어려운 중증장애우의 경우에는 "캘커타"의 수익금 등으로 여행경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교통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작년의 경우엔 바자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기금을 사용한 사람들이 나중에는 조금씩 돈을 기부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캘커타코코넛"에서 떠나는 여행에는 얼마전부터 또 다른 특징이 생겼는데, 가기 전에 모았던 여행 경비는 절대 남겨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은 돈은 되가져오지 않고 여행지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갔을 땐, 한 마을의 작은 학교에 기부하고 왔어요. 이렇게 남은 돈을 기부하고 오는 건, 큰 돈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소중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윤화용씨 말이다.
이렇게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보니 어느새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주문해뒀던 짜이(인도 밀크티)가 나왔다. 앞서 말하지 않았지만 "캘커타"에서 윤화용씨 말고도 조선영씨, 김미진씨, 이동환씨 이렇게 3명이 더 일하는데, 이들은 모두 장애가 있다. "장애우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복지관을 통해 소개 받은 이들인데, 복지관을 통해 소개받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캘커타코코넛 회원 중 한분이 다리를 놓아 준 셈이다. 보통, 윤화용씨를 포함해 두 명씩 짝을 이뤄 하루 2교대로 캘커타를 운영하는데, 이들이 주방에서 음식도 준비하고, 서빙도 하고, 헌책도 판매한다. 이날 짜이는 조선영씨 작품이었다.
"캘커타"에서는 짜이 말고도 인도 야채커리와 현미밥이 나오는 소박한 밥상, 우리 통밀 샌드위치, 고구마 샌드위치, 플레인 요거트, 오늘의 볶은 커피 등을 판매하는데 주방을 주로 담당하는 김미진씨와 조선영씨가 이 모든 요리를 한단다.

 

 

장애우 여행가이드 양성이 꿈
윤화용씨는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카페 "캘커타코코넛"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미루씨와 함께 중국에 갈 예정이란다. 미루씨는 컴퓨터 자판을 치기도 어려워서 가족이 도와줄 정도로 중증장애우라고 들었는데 윤씨 표정에는 전혀 걱정하는 빛이 없다. 미루씨는 특히나 오랫동안 이번 여행을 준비해왔으니 더더욱 걱정이 없단다. 전동휠체어만 아니면 된다. 수동휠체어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게 윤씨 생각이다.
욕심이 없는 윤화용씨지만 꿈은 많다. 앞으로 캘커타는 지금 함께 운영하고 있는 장애우들에게 넘기고 귀농해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싶단다. 그러면서도 장애우 여행가이드도 양성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벌써 1년 전부터 대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해원씨가 캘커타코코넛을 통해 두 달에 한번씩 국내여행을 기획하고 있으니 그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차근차근 이뤄가는 행복한 사람이다.

 

 

 

 

 

글 사진 조은영 기자

 

 

 

**사진1

헌책 카페 "켈커타"는 윤화용, 김미진, 조선영, 이동환씨가 함께 운영한다.
기자가 찾아 갔을 때 윤화용(오른쪽)씨와 조선영(왼쪽)씨가 켈커타를 지키고 있었다.

 

 

**사진2 

안쪽 작은 방의 책장. 책장 중간중간 오래된 필름카메라가 보물처럼 숨겨져 있었다.


 

작성자조은영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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