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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상자 모임 뒷이야기

그림상자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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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은 그림상자의 43회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이 날은 이전의 그림상자 모임과 달리 장애우, 비장애우가 함께 2인 또는 3인 1조로 나뉘어 각 극장의 편의시설을 조사한 후 2차 모임장소에 모여 토론하는 그림상자의 특별 모임이었다.

이런 특별한 모임을 하게 된 이유는 비장애우가 장애우에 대한, 장애우가 비장애우에 대한 의식이 바뀌어지는 것과 장애우들이 능동적 사고를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림상자에서 조사하기로 한 극장은 코아아트홀, 건영옵니극장, 녹색극장, 대한극장, 씨네하우스, 서울극장, 브로드웨이, 중앙극장, 녹색극장 등 모두 9곳. 회원들이 주로 본 영화는 <처녀들의 저녁식사>, <마스크 오브 조로>, <정사> 정도였다.

이 가운데 서울극장에서 상영된 <정사>는 기혼 여자와 연하의 남자 사이의 불륜을 다룬 지극히 통속적인 내용의 영화였지만 깔끔한 화면구성과 절제된 표현이 좋았다. 서울극장의 편의시설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나 관계자들의 서비스도는 좋았던 것 같다.

각 조원들은 자신에게 배정된 극장에서 영화를 본 후 2차 모임장소로 생각했던 시네코아 옆 사카 커피숍으로 조원과 함께 오후 2시쯤 갔다.

그곳에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저 조금 후 5시경에 20여명 정도 일행이 오니까 공간을 확보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그 찻집의 주인은 “당신들이 그 시간에 오면 손님을 받을 수 없으니 지금 오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속된 말로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었음) 우리는 “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희도 여기 손님으로 오는 것인데요”라고 말씀 드렸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막무가내로 “지금 오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엇이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 그곳을 나와 근처 쁘렝땅 백화점 7층의 식당가로 갔다. 마침 그곳에는 많은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아 한산했고 한쪽에 벤치같은 휴식공간이 있었다. 괜찮겠다고 생각되어 비상연락망을 통해 2차 모임장소가 바뀌었음을 회원들에게 알렸고, 회원들 모두 약속 시간인 5시에 모였다. 그래서 각 조가 체험한 극장시설에 대한 토론을 하려는데, 그곳 경비인 듯한 분이 오시더니 “여기서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얘기하고 있는데요”라고 대답했더니 “여기서 이러시면 가게들이 영업하는데 방해가 되니 다른 곳에 가서 하세요”라고 얘기하는게 아닌가.

순간 그곳에 있던 우리는 흥분하기 시작했지만, 참으로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 여기는 가게 앞도 아니고 사람들이 누구나 와서 휴식할 수 있는 공공장소인데 왜 그러시죠?”

“여러분들이 여기서 이러는 것은 누가 보아도 단체행동이라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니 가세요.”

경비아저씨의 그 말에 회원들 저마다 격한 어조의 한 마디를 하였고, 회원 중 한 사람은 저 아저씨에게 “좋습니다. 가되 아저씨 성함을 알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 말에 경비아저씨는 대단히 흥분하였고 험악해진 상황을 말리는 사람들 때문에 그곳을 나왔다. 결국 우리는 을지로 지하도로 자리를 옮겨 노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토론하며 모임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에 우리 회원들 머리 속에는 수많은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내 돈을 주고 물건을 사면서도 떳떳할 수 없고,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장소에서 가까운 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제지받아야 하나. 이런 사회가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장애우의 권리와 자유는 장애우 자신들에 의해 잃은 것이라고. 장애우들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권리와 자유라는 단어는 장애우에게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감히 질문합니다. 장애우들의 생각과 행동이 먼저인지 자유와 권리가 먼저인지를···.


글/ 문화시설토론모임 그림상자

작성자문화시설토론모임 그림상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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