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장애우 영상 시사회를 마치고
[퍼블릭엑세스] 첫사랑, 영상과 만나다
본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는 방송모니터 활동에서 장애를 왜곡하거나 편파적인 방송을 사후적으로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좀더 적극적으로 장애 문제를 알리고, 대안이 있는 영상으로 설득하는 "퍼블릭엑세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올해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손잡고 장애우 퍼블릭엑세스 사업을 펼치게 되었다.
장애우 퍼블릭엑세스 사업은 공개설명회를 통한 모집>교육>시사회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은 초급 2회, 중급 1회이며, 초급은 기획, 촬영, 편집 등의 제작과정을 집중적으로 경험하고, 중급은 방송할 채널(iTV 게릴라 리포트, RTV, KBS 열린채널 등)을 정하여 직접 방송을 내보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캠코더는 물론, 사진기도 잡아본 경험이 없었다. 참가자들끼리 서로 토론을 해가며, 작품의 주제와 소재, 방향을 정하고,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배우를 섭외하거나 혹은 직접 배우로 출연도 하고, 그렇게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컴퓨터와 씨름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런 다양한 우여곡절 속의 경험은 긴장과 설렘,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자신감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지 않을까.
그래서 비록 서툴고 거칠지만, 이 소중한 경험은 마치 ‘첫사랑’의 그 느낌과 같다. 시사회 타이틀은 그렇게 정해졌다.
이번 시사회는 장애우 퍼블릭엑세스 교육에 첫걸음한 교육 참가자들의 ‘첫 작품’을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는 점과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사회 기획, 홍보, 진행 등 참가자들 스스로 준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 "미완성한 작품도 상영한다"는 원칙을 가졌는데, 작품의 완성도 중요하지만, 준비한 사람과 관객이 영상에 담아내지 못한 이유와 작품의도, 영상에서 다하지 못한 뒷이야기 등을 소통하기 위함이었다. 관객들의 의견은 이후 작품 완성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참, 점자 리플렛을 따로 제작하고, 수화통역사를 배치해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세심함도 엿보였다.
하하,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날 시사회는 7월 7일, 칠월 칠석이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 눈물을 흘려, 온 세상에 비로 흩뿌려진 것이다. 비가 오면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외출이 힘들어지는데, 시간도 더 걸릴 테고…. 하지만 그건 기우였고, 많은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성현(초급 1차 대표)씨의 사회로 시사회는 시작되었다.
시사회 상영 작품의 주제는 3가지 였다.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우의 불편함을 풍자하여 비장애우에게 리프트를 탈 것을 권하는 광고 영상 <리프트를 타자>, 장애여성의 주체적인 성적결정권을 극과 다큐로 다룬 <나도 여자이고 싶다>, 취업하지 못하거나 취업하고서 장애 때문에 겪은 어려움을 담아낸 <장애여성의 취업>. 상영작품은 개인작품과 공동작업 작품, 두 종류였다.
조별로 작품을 상영한 후에는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나와 기획의도, 제작과정 중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한 관객은 그 중 자막처리가 없는 영상은 보는 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는데, <나도 여자이고 싶다>는 주제로 작품을 제작한 박성준 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는 “장애우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일부러 자막을 넣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이긴 했지만, 자막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꼭 필요한 소통 수단이라는 점도 다시 새겨 볼 지점이다.
<장애여성의 취업>을 주제로 삼은 함미선 씨는 인터뷰를 통해 장애여성이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섭외한 전문가에게 원했던 답이 나오지 않고 실제로 짧은 촬영 일정 때문에 재섭외 하기 어려워 편집하면서도 답답하고 속상했다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애우 퍼블릭액세스 활동은 영상을 통해, 제작자는 영상으로 장애문제를 담아내고, 관객은 영상을 통해 장애문제를 인식하게 만든다. 또 자기를 뒤돌아보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짧은 영상이지만 그것들을 통해 장애우의 현실을 인식하고, 사람을 이해하며 고민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대안을 모색한다. 그런 점에서 퍼블릭액세스는 장애문제를 가장 솔직하게, 당사자의 시선으로, 당사자의 뜻으로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장애우 퍼블릭액세스는 그래서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것이다.
글 김민경(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활동가)
작성자김민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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