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비평]장애인주간과 여성주간을 대하는 방송의 태도,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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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청춘시트콤 <논스톱4>를 보면서 상상에 빠진다. 봉태규와 한예슬의 귀여운 사랑에 논스톱 밴드의 새로운 멤버 시각장애우 권상우가 끼어든다면? 앞도 안보이고 혀도 짧은 상우를 무시하는 태규, 전공서적을 대신 읽어주다 상우의 근육을 목격하고 또 다른 사랑에 빠지는 예슬. 소리를 통해 몽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흉을 보는 상우. 시각장애우 천재 피아니스트로 착각하는 멤버들. 특수학교에서 배운 안마를 이용해 여자를 유혹하는 상우. 점자로 컨닝 하는 상우….」
억지스런 감동을 호소하는 휴먼 다큐 보다, 무게 잡는 시사고발프로보다, 인간승리를 보여주는 드라마보다, 한편의 시트콤이 장애우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진리를 전달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장애가 코미디의 소재가 되어도 시청자들이 흐뭇하게 웃으며 일상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꾼다.
달라지고 있으나, 여전히…
각 방송사가 생각하는 장애우의 모습을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의 맞아 준비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 마련됐던 프로그램들은 KBS 애니메이션 <우리사이 짱이야>, <TV동화 행복한 세상>(이희아 편), 다큐멘터리 <청각장애우 부부의 육아일기> MBC <2004 함께가는 세상>, 특집드라마 <나의 숨은 사랑>, SBS <나는 나가고 싶다> 등이다. EBS는 <생방송 60분 부모>, <퀴즈 죽마고우>, <미래의 조건> 등 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과 고용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다뤘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마련된 기획들이 과거에 비해 내용적으로 많이 진보한 것은 사실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KBS <극복의 한마당>, MBC <인생을 오르는 사람들>, <기쁨만 있는 나라>, SBS <사랑하는 딸아>(1995년) 등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개인’의 극복에 더 초점을 맞춰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BS <엔터, 장애 없는 세상으로>(2001), KBS <최웅렬의 나의 왼발>, MBC 스페셜 <정신지체인의 사랑>, SBS <경민이가 취직했다네>(2002년) 등 장애우의 교육, 이동, 고용, 결혼 문제를 다루면서, 소재의 다양성을 물론이고 그 시각도 한 단계 올라섰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날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나 MBC <함께사는 세상> 등의 모금 프로그램들은 우리 사회 장애우 문제에 대한 인식의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울러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정규방송 시작 전 편성되거나 과거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행태들은 장애우의 날을 맞아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마련됐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규방송을 살펴보면 좀 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지하철을 점거하고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우, <러브하우스>에서 개조된 집을 보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장애우, <병원 24시>에서 희귀병에 걸려 고통과 싸우는 장애우, 모금 프로그램에 나와 함께 사는 세상을 호소하는 장애우, 각종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세상을 고발하는 장애우들…. 이 고정된 모습 속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장애우를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몇 해전 KBS <청춘>에서 악녀로 설정된 여성이 청각장애우를 낳고 “자신의 죄를 아이가 안고 태어났다”고 울부짖는 모습은 수많은 장애우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또 최근 종영된 MBC <불새>에서 사고로 두 다리를 쓸 수 없었던 윤미란(정혜영 분)은 자신의 장애를 빌미로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 역시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 시청자모니터모임인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은 7월 27일 「지상파 방송 3사의 일일드라마 모니터보고서 - <금쪽 같은 내 새끼>, <왕꽃 선녀님>, <소풍 가는 여자>」를 발표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금쪽 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정신지체인 진수(주호 분)에 대해 일일드라마에서 장애우를 가족의 주요 구성원으로, 긍정적인 존재로 그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진수를 집안에서만 머물고 있는 폐쇄적인 인간으로 그리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보고서는 “사춘기 연령 대 장애우의 관심사도 성적인 면으로만 나타내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장애우의 존재를 성적인 문제로만 풀어나가기보다는 교육, 자립, 교우관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관련 프로그램의 변화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관련 프로그램들의 변화이다.
여성관련 프로그램들은 ‘여성주간’ 등의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기획되고 있으며, 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달라진 여성의 지위, 혹은 이 시대 여성들이 고민하는 삶이 잘 반영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 올해 방송된 여성관련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자.
KBS는 7월 1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 9회 여성주간을 맞아 특별기획 2부작 다큐멘터리 <여성>을 마련해 국내 400여 명의 여성을 직접 인터뷰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 5월에 방송된 KBS <일요스페셜 - 미래의 코드 여성>은 ‘여성지수를 높여라’와 ‘리더십이 아니라 파트너십이다’편을 마련해 여성성(性)이 미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여성과 남성간의 사회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했다.
아울러 5월에 마련된 각종 가족관련 기획들은 가족관의 변화와 함께 그 속에서 여성의 지위의 변화를 짚어 내고 있다.
KBS <일요스페셜> ‘여자, 새로 쓰는 가족이야기’(5. 9)는 30대 독신 여성과 아이 낳기를 거부한 여성, 남편과 헤어진 후 두 여성이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여성 공동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CBS TV <특집다큐 가족의 발견>(5. 17)은 세계 각 국의 가족문화를 3부작으로 담아 과거와 달라진 우리시대, 가족의 정의는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EBS는 특집다큐 <인연, 온유네 가족이야기>(5.8)는 두 아이를 입양한 지 3년 만에 아버지가 숨진 한 입양가정의 애환을 그렸다.
드라마 속 여성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과거에 방송 됐던 MBC 아침극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KBS 일일극 <노란 손수건>, SBS 아침극 <당신 곁으로> 호주제 제도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등 변화된 여성의 의식을 읽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MBC는 아침드라마 <열정>는 재혼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는 30대 초반 여성들이 일과 사랑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사실성 있게 표현했고, 흔히 남성과는 다르다고 치부됐던 여성들 사이의 우정도 밀도 있게 그려냈다. MBC 일요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도 못생긴 여고생 ‘시루떡 시스터즈’를 정면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외모콤플렉스를 정면으로 풍자하고 있다.
‘문제’대신 ‘가능성’을 부각시키자
이처럼 방송은 ‘여성’을 ‘여성의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태도가 엿보이며, 여성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미래 사회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여성의 변화된 모습들은 새로운 아젠다를 형성해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장애우에 관련된 방송프로그램에도 적극 도입될 필요가 있다. 시사고발프로그램이나 각종 기획다큐는 장애우의 ‘문제’에만 초점을 두고 접근할 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생산성, 다양한 인간적 고민 등에 접근하려는 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아울러 장애우를 사람이 아닌 그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장애우가 갖고 있는 ‘장애’는 그가 가진 하나의 특징일 뿐, 그를 설명하는 전부가 될 수 없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는 그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송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 활동이나 다양한 아이템 제시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 몫은 방송에게만 있지 않을 것이다. 장애를 갖고 있는 시민들이 적극적이면서도 열린 시선으로 방송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며, 방송 또한 장애우와 장애우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 황지희(PD연합회보 기자)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장애우복지신문, 참여사회 기자로 활동했다. 장애우복지신문에서 활동할 때도 부지런히 장애계 현장을 뛰어다니더니, 일반 언론에서도 장애문제에 대한 관심을 적절히 녹여내고 있다. 아는 만큼, 관심과 실천을 확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이다.
*박스기사 : 주요 방송사의 장애우 편의시설과 장애우 고용율
-주요 방송사의 장애우 편의시설의 실태
방송에서 그려지는 장애우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제작과정에서 장애우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필수적인 장애우편의시설은 턱없이 모자라며 기본적인 의무고용율 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4월, PD연합회와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편의연대)가 공동으로 KBS, MBC, SBS, EBS, CBS 5개 방송사 장애우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방송사들은 지체장애우를 위한 편의시설은 어느 정도 갖춰놓고 있었으나 고장 등으로 실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시·청각 장애우를 위한 장애우편의시설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사는 방송사까지의 접근로, 장애우전용주차구역, 건축물의 출입구, 장애우가 이용 가능한 승강기, 방청석 및 스튜디오, 시각·청각장애우를 위한 안내시설, 직원식당 등 10개 항목을 중심으로 실시됐으며, 특히 이들 10개 항목 가운데 장애우에게 필수적인 4개 항목을 방송사별로 평가(100점 만점 기준)했다.
다음은 편의연대가 방송사들의 장애우편의시설 평가 결과를 요약한 내용이다.
KBS: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깊으며 앞으로 편의시설 개선방향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공개홀과 KBS홀에 휠체어사용자용 관람석이 있으나 일부 좌석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처럼 형식적인 편의시설 설치는 장애우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애우 전용주차장의 경우 일반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지하주차장 바닥표면이 미끄러워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우에게는 위험했다.
MBC: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미비하며 개선해야 할 곳이 많았다. 특히 시각·청각장애우를 위한 시설(유도·안내설비 및 경보·피난설비 등)은 전무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원식당. 직원식당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중간까지밖에 설치돼 있지 않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계단을 이용해야 하므로 휠체어사용자는 이용할 수 없었다. 이용 가능한 화장실은 공개홀이 있는 건물에만 설치돼 있었고 이 또한 여성용은 휴게실로 이용되고 있었다.
SBS: 2004년에 개국한 신사옥답게 편의시설이 가장 뛰어났다. 주변 보도환경 및 접근로, 주출입구는 장애우의 이동과 접근에 불편이 없도록 턱을 거의 없앴으며 사옥내부도 턱이 전혀 없어 공간이동에 장애가 없었고 층간이동을 위한 승강기도 장애우가 사용하는데 불편이 없었다. 문제점으로는 20층 건물에 장애우 이용 가능 화장실이 1층 한 곳 밖에 없었고 그나마 핸드레일이 올바로 설치돼 있지 않아 불편했다.
EBS: EBS 우면동 별관 스튜디오는 그 시설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조사는 본사를 중심으로 조사됐다. 장애우 전용 주차장의 크기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바닥이 평탄하지 않았다. 장애우 전용 주차구역을 알리는 입식표시도 없었다. 출입구에는 계단이 두개가 있는데 기울기가 1:4 이상의 경사로가 설치되어 수동휠체어 사용자가 혼자 오르기 불가능했다.(기준 1:12) 장애우 이용 가능 승강기와 장애우 이용가능 화장실은 없었다(EBS는 5월 중 장애우 이용 가능 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개관한 EBS스페이스는 좌석의 분리가 가능해 소극장 측면에서 보았을 때 장애우편의시설이 뛰어난 편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CBS: CBS는 장애우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CBS는 타방송사에 비해 장애우의 방문 및 출입이 잦은 곳이므로 하루빨리 이를 완비해야 한다. 접근로 및 출입구에 바닥면이 고르지 않고, 보도에서 접근로로 내려오는 곳에 단차가 제거되지 않아 휠체어 사용자가 접근하기 불편했다. 경사로 또한 가파르고 바닥면이 평탄하지 않아 이동에 불편함을 주고 있다. 승강기는 출입구에서 먼 거리에 있고 승강기 내부에 편의시설은 제대로 위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장애우 이용 가능 화장실은 남, 녀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방송사 장애우고용률 여전히 저조
주요 방송사들이 여전히 장애우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최근 조사 발표한 ‘2003년도 주요언론사 장애우고용현황’에 따르면, KBS, MBC, SBS, EBS, CBS, iTV 6개 주요 방송사 가운데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에 따른 의무고용율 2%를 지키는 방송사는 KBS와 EBS 단 두 곳뿐이었다.
KBS는 적용대상 근로자수 4,234명 중 고용의무 인원이 84명이지만 장애를 가진 직원을 119명 채용해 2%를 웃도는 2.8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고용율인 2.70%보다도 증가한 것. 현재 KBS는 사원 채용시 장애우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채용에서도 신체장애가 있는 PD이 2명 고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EBS는 적용대상 근로자수 392명 중 의무고용인원이 7명인데, 한 명을 더 고용, 8명이 되어 2.04%를 기록했다. 이 또한 2002년 고용율인 1.90%보다 높아진 것이다.
반면, 이 밖에 4개 방송사 장애우 고용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02년 12월말 현재 의무고용업체들의 장애우 고용율인 1.1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MBC는 고용의무인원 23명 가운데 4명만을 고용해 0.25%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2002년 고용율인 0.6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는 고용의무인원 11명중 5명을 고용해 0.84%, CBS는 고용의무인원 5명 가운데 2명을 채용해 0.69%에 그쳤다. 또 iTV의 경우, 장애우 고용의무인원은 4명이지만,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아 0%를 기록했다.
편집자: <PD연합회보> 363호 기사를 요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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