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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며수행하며(마지막)]독하게 준비하고 장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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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 공양간에서는 버섯을 많이 먹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절에서는 버섯은 대표적인 사찰요리의 재료이지요.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 새송이 버섯 등 장보러 갈 때 매주 필수 구입 부식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절대 안 사먹는 버섯이 있습니다.
뭔지 아세요? 바로 팽이버섯입니다. 한 3년 넘게 팽이버섯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군요.
왜냐? 부처님이 먹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아닙니다. 불가의 금기하는 버섯이라서? 아닙니다. 팽이버섯은 오신체(불가에서 먹지 못하게 하는 5가지 음식: 파, 마늘, 부추, 달래, 홍거)가 아니랍니다.
그 이유는... 비닐에 싸여있기 때문입니다. 팽이버섯은 낱낱이 비닐로 싸여져 있어서 비닐포장 된 물건을 절대 구입하지 않기로 한 정토회에서는 사지 않습니다.

가락시장 안에 있는 마트에서 김을 주문해도 항상 10개들이를 비닐 하나에 담는 것을 거부하고 전체를 통째로 박스에 담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그리고 비닐을 사용하면 절대 돈을 못 주겠다고 협박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협박은 김밥을 주문하거나 떡을 주문할 때, 과일을 주문할 때도 항상 하는 레파토리입니다. 그래서 지난번 법륜스님 막사이사이상 축하리셉션의 다과회를 위해 빵을 주문할 때도 빵집에서 종이 포장지에 포장해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평균 1회 시장을 봅니다. 주로 가락시장을 가지요. 가기 전에 공양간의 안주인 안응연 보살님과 함께 메뉴를 짜고 구입할 부식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가락시장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물건의 상품, 중품, 하품 부식의 시세를 대강 확인합니다. 그리고 매주 돌아가며 운전을 자원봉사로 하시는 신도님께서 아침 9시에 차를 가져오면 공양간 팀들이 한 3명이 장을 보는데 가락시장이 가장 비싼 월요일은 피해서 매주 화요일 가게 됩니다.
우리가 가락시장을 비롯하여 장에 갈 때는 항상 배낭을 갖고 갑니다. 그 안에는 마대자루 한 10개와 샤망, 투명망, 그물망, 방수망 몇 개와 재활용 비닐, 쇠로 만든 컵 4개가 들어 있습니다.
내가 소임을 맡기 전에 김승정 법우가 아주 꼼꼼히 지정 가게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우리가 다니는 야채시장, 과일시장, 건어물 시장에는 이미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가게가 있습니다. 비닐을 극도로 거부하는 우리를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하고 어디 검사기관에서 온 사람으로 오해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편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대와 투명망을 꺼내는 우리는 보고, ‘독하게 준비하고 시장 오셨군요’ 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근처에 알려져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모두들 동의하고, 아주 좋아하여 덤으로 많이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아주 관심 있어 하는 사람이 많아 졌습니다. 그래서 김석순 법우의 제안에 따라 이제는 월간 정토지를 가게마다 하나씩 드리고 옵니다.
우리가 부식을 구입할 때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비닐 포장 된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닐 포장이 안된 제품을 찾기 전까지 그 음식 먹기는 포기한다.
둘째, 각종 야채를 담아 올 때는 비닐봉지를 거부하고 마대나 투명망을 사용한다.
셋째, 기본 양념 류 등 비닐을 사용한 제품을 도저히 구입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면 가능한 크게 포장 된 것을 구입하고 낱개 포장 된 것은 그 자리에서 비닐을 벗겨서 가져온다.
넷째, 비닐을 거부하거나 비닐 포장지를 뜯을 때는 큰소리로 당당히 거부하며 우리의 취지를 알린다.
다섯째, 가능한 제철에 나는 것을 구입한다.
여섯째, 가능한 유기농으로 재배한 우리나라 채소를 구입한다.
일곱째, 일회용품 구입은 우리에겐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지요.

정토회는 그 동안 쓰레기 제로(0)를 위해 쓰레기 성상을 일일이 기록,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이류, 비닐류, 플라스틱, 일회용품 순으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하나씩 없애는 운동을 해 온지 4년이 되었습니다. 만 3년 간 매월 별의별 방법으로 이 운동을 진행하여 쓰레기 량은 처음에 비해 1/10로 줄어들었습니다. 종이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정토회관의 화장실에는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뒷물을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말 끝까지 안되는 것이 바로 비닐문제 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닐과 그토록 노고 어린 싸움을 하고 있는 거지요. 비닐제품을 벗겨 오기도 하고, 일절 구입하지 않는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회관 내 반입을 금지하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신도님들이 정말 좋은 마음으로 보시를 하면 비닐로 쌓여 있는 것이어서 받지 않았던 적도 있어서 오죽하면 정토회에 신도님들은 공연히 야단맞을까봐 무서워서 보시도 못하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정토 공동체에서는 매일 함께 살고있는 40여명이 아침 6시 30분에 발우 공양합니다. 그것도 일반 선방이나 강원에서도 하지 않는 옛날 전통적 방식으로 합니다. 발우공양은 그야말로 먹는 것도 바로 수행으로 생각하는 불가의 소중한 지혜와 전통, 부처님의 가르침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거룩한 의식입니다. 먹는 행위는 사람이 우주와 자연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먹는가가 개인의 건강과 의식에 아주 중요합니다.
발우공양 할 때 외우는 소심경에 ‘여래응량기 아금득부전 원공일체중 등 삼륜공적(如來應量器 我今得敷展 願共一切衆 等 三輪空寂)’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신 적당 양을 담을 수 있는 이 그릇을 내가 이제 받아 펴오니 원컨대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삼륜이 함께 청정하게 하소서"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중 ‘삼륜공적’이라는 말은 보시하는 사람, 보시물, 보시 받는 사람이 모두 깨끗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바로 곡식을 생산하는 사람, 곡물, 곡식을 먹는 사람이 모두 청정해져야 한다는 의미로 연장해서 본다면 우리가 시장에 가는 것은 바로 청정한 곡물을 선택하는 소중한 행위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굳이 환경운동이라고만 생각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음을 돌아보고 깨어있는 수행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쁘고 서두르는 삶, 꼼꼼히 자신에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놓치면 도저히 안 되는 일이 바로 이 일입니다. (끝)

글 법운 유정길(정토회 공양주 법사)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연재되었던 ‘요리하며 수행하며’를 마칩니다. 그동안 이 글을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정토회에 감사드립니다.

 

작성자유정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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