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학교 캠프-내 안의 인권을 찾아서
본문
▲인권학교 캠프 |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우이동 봉도수련원에서 열린 제 3회 인권학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주최)를 다녀왔다. 올해 인권학교 테마는 "일상에서 인권찾기 - 차별허물기 그리고 전쟁과 장애"이다. 총 20여명이 참가자들은 2박 3일간 때로는 치열하게 논쟁하고 때로는 즐겁게 어울리면서 인권의 감수성을 키우는 뜻 깊은 시간들을 보냈다.
첫날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는 모두를 긴장케 했다. 참가를 취소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속속 들어왔고 어렵게 참가를 결정한 사람들도 캠프장소인 봉도수련원까지 가는 길부터 수월치 않았다. 장애인 콜택시의 승차거부(?)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는 우리의 이동에 큰짐을 안겨주었다. 또 잔뜩 기대를 갖고 준비한 야외 프로그램들의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스텝들의 얼굴은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수련원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시원한 물소리, 더불어 활기차게 진행된 인권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이러저러한 걱정들을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김영원 활동가가 진행한 "내 안의 인권을 찾아서-인권과 나" 강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권학교 프로그램들이 시작되었다. 다양한 상황을 놓고 인권의 시각에서 문제를 점검해 보고 인권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노예나 다름없는 삶의 고통을 호소한 브라질 소녀의 시 "무차차"를 인용해 자신의 인권을 소재로 시를 지어 발표하는 시간에는 발표되는 시마다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어 듣는 이의 가슴을 적셨다. 몇 편 소개하겠다.
나는, 나는 핸드폰 보다 못합니다
언어 장애가 있는 나는 핸드폰 문자로 이야기합니다.
나는, 나는 볼펜보다 못합니다.
볼펜이 없으면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김광표)
나는, 나는 목적지가 "있는" 방황자
쉽게, 그리고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시간을 허비하며 빙 돌아서 가야하는
나는, 나는 목적지가 있는 방황자 (고지혜)
나는, 나는 이 시대의 대상자
나에게 던져지는 동전 한 잎으로
그들에게 자기 만족감을 주는
나는, 나는 이 시대의 대상자 (정종남 )
이튿날 밤새 비 오지 말라고 기도한 효력이 나타난 걸까? 오랜만에 펼쳐진 쾌청한 날씨에 감격해 하면서 둘째 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장애차별과 나"시간에 강의를 맡은 박경석 활동가(노들야학 교장)는 이동권연대의 그간의 투쟁과정을 생생히 들려주었다. 박경석 활동가 특유의 농담과 투박한 말투는 시종 강의 분위기를 밝게 했다. 이어 연단에 선 박숙경 활동가(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팀장)는 그동안 장애인권운동의 역사와 최근의 활동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권침해 문제에 직면할 때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지, 또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나는 반차별활동가"시간에는 장애차별을 내가 어떻게 인식하고 활동할 것인가를 조별로 구상해서 발표하였다. 모두들 어찌나 열심히 토론하고 성실히 임하던지 스텝들이 감동받았다고 한다.
특히 이날 밤에는 야외 잔디에서 "이지상과 함께 하는 전쟁과 평화 콘서트"가 있었다.
인권학교 참가자뿐 아니라 콘서트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 온 여러 손님들이 자리를 더욱 빛내 주었다. 이어진 뒤풀이 시간에는 인권학교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서로 부족했던 친교를 나누었다. 아니 술을 나누었다고 해야 옳을 걸까?
마지막날 어제의 늦은 뒤풀이로 일어나기 벅찼지만, 숙소를 정리하고 평가와 졸업식으로 인권학교는 마무리되었다. 특히 "칭참함"(2박3일간 서로 칭찬할 내용을 적어서 넣는 우편함)을 공개하여 자잘한 생활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배려하고 서로의 장점은 무엇인지를 칭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인권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교차했다.
인권이라는 너무나 당연해서 거론하는 것조차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이 두 글자 때문에 어떤 이는 분노하고 심지어 어떤 이는 생명을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당연한 이 두 글자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리고 있다.
내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함께 고민했던 참가자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택한 길이 험난할 지라도 함께 가는 친구가 있다면 든든할 것이다.
인권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의 얼굴이 미소짓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글 함은혜 기자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