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 문화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출판 녹색평론사 / 저 이필렬(방송대 교수) / 값 8,000원
  -석유시대의 필연적인 종말 앞에서,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명석하게 밝히고 있다-

▲책이야기

〈석유시대, 이제 끝이다〉
석유시대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지난해 가을 녹색평론사에서 출판된 이필렬 교수의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는 석유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거리, 실천거리를 던져준다.
석유는 흔히 40년에서 50년 정도 쓸 것이 남아있다고 얘기한다. 이 수치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제 석유시대가 반세기도 남지 않은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이 단순한 수치는 석유자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석유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과 석유 생산량은 유전 발견부터 서서히 증가해서 생산량이 최대치에 이르렀다가 점점 줄어드는 종모양의 곡선을 그리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명백히 잘못된 수치라는 것이다. 즉, 석유가 일정한 양이 생산되다가 한순간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70년, 러시아, 인도네시아, 중국은 90년대에, 북해 유전은 2000년을 정점으로 석유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늦어도 2008년경부터는 석유생산량이 감소하는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고 책에서 지적하고 있다. 또 이 책에서는 핵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이필렬 교수는 필연적으로 종말을 맞게 되는 석유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풍력이나 태양에너지와 같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을 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다. 우라늄이나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규모가 크고 중앙집중적인 기술과는 달리, 지구 전체에 골고루 퍼져있고 단순하고 작은 기술로도 가능한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기반한 사회는 단순히 에너지 문제만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스스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게 됨으로써 분권화되고 좀더 일상에서의 민주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석유가 없는 시대를 상상해보자. 조금 불편하긴 하겠지만, 어쩌면 평화로운 새로운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싸움꾼 부시가 100명이 한꺼번에 몰려오더라도, 항공모함이나 전투기로 누군가를 위협하지 못할 세상 펼쳐질 테니 말이다. 우리는 결국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아껴 쓰는 소박한 세상을 맞이할 것이다.

〈전쟁과 평화와 석유〉
하지만 그 평화로운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석유가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반세기에 걸쳐 조금씩 줄어들며 많은 분쟁의 소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석유에 밀접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도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의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석유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고, 그러는 과정에서 생태적,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늘어갈 것이 명백하다. 이미 얼마 전 중동의 석유자원을 두고 미국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이라크와 전쟁을 시작했다가 제멋대로 전쟁을 끝내지 않았는가.
앞으로 에너지 전환과 평화의 문제는 석유시대를 잘 마칠 수 있도록 해결해야 할 현세대의 가장 긴박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글/ 허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