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에서] 차별이 아닌 "다름"의 철학, <딸들에게 희망을 > > 문화

[책마을에서]

차별이 아닌 "다름"의 철학

『딸들에게 희망을』

오숙희 지음

  몇 해 전 장애인의 날에 열린 "함께걸음 시민대행진"에 오숙희씨는 휠체어장애우인 조카와 함께 참석해 가까이에서 지켜본 우리 사회 편의시설의 문제점들을 그 특유의 입심(?)으로 조목조목 실감나게 얘기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었다. 그런 그에게 좀처럼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 자폐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 딸아이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에 그가 펴낸 <딸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에는 감추고도 싶었을 자신의 아픈 경험들, 이혼을 하고 장애아를 키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혹은 주위 사람들로 인해 절절하게 느꼈던 참담함과 그 속에서 소중하게 건져 올린 희망적인 세상보기의 한 방법을 여전히 씩씩하게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풀어 보이고 있다.
  그저 말이 늦는 것이겠거니 했다가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심증을 가지게 되어 병원과 이런저런 장애우관련 기관을 드나들면서 결국 "희망을 주는 사람은 멀리 있어 보이지 않고 가까이에서 겁을 주는 사람은 많다"는 사실 때문에 그 역시 몹시 아파했었다. 다들 똑같이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아이를 가진 것을 후회했습니까?"라고 묻거나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하면 "그러면 그렇지"하는 표정이 되고 "엄마 아빠 이혼에 네가 희생양이 되었구나"라고 보는 주위 시선을 뛰어넘어 당당한 엄마가 되기란 엉켜진 실타래를 풀기만큼이나 쉽지 않았을 것임도 쉽게 헤아려지기도 한다.
  그이 또한 처음엔 "아이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내가 뭘 잘못했을까"로 이어져 끝없는 죄책감과 원인규명 욕구로 인해 심한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었다. 돈으로 대신 잘해주어야 할 것 같아 이것저것을 사다 날랐고, 마음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십오륙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아이를 업고 저녁 무렵 시장어귀를 돌다가 결국 치질이 걸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서야 "저 아이를 위해 이만큼 했어요"하는 당당함이 생기고 면죄부를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장애아를 낳은 어머니는 말 그대로 죄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되갚음을 스스로에게 강요하게 된 것이다.
  여성학자의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여성과 장애우의 동질성을 발견한 그는 거기다 장애아의 어머니로서, 또 실제 사회적 장애를 가져오곤 하는 이혼녀로서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더 이상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다름의 철학"을 설파하고 있다.
  이미 경박한 입 운동쯤으로 여겨지던 여성들의 수다에 사회성을 부여하기도 했던 그이의 입심과 필력이 제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살아야 했을 이 땅의 어머니들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대변하는 것을 보니 차라리 고맙다. 장애는 불행하게 살라는 게 아니라 특별하게 살라는 것을 깨닫고 "제게 이 아이를 주심에 감사합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어머니를 지금에서라도 알게 되어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그가 전해주는 "비교하지 않는 마음, 참 건강한 마음"이나 "병을 고치려면 그 마음부터 고쳐라"는 글귀도 반가워 다시 한 번 되뇌이게 된다.

<도서출판 석필/ 가격 7천원>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