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재활부터 스포츠까지
장애인의 생활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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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피트니스 센터 운동모습 (장애인스포츠강좌 시설)
2020년 7월 김철민 씨(가명)는 장애인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29세 뇌병변 장애인 청년이었습니다.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철민 씨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저희 좋은운동장의 재활체육을 연결했습니다. 당시는 코로나가 유행하던 때라 저희 좋은 운동장은 장애인의 가정에 방문해서 재활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시기였습니다. 처음 만난 철민씨는 족히 100kg이 넘는 체격으로 운동이 부족한 상태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첫 재활체육 프로그램을 하면서 철민 씨는 “운동을 해서 심장이 이렇게 빠르게 뛰는 것을 처음 느껴봐요.”라고 말했습니다.
재활체육 프로그램은 장애유형에 맞게 운동동작을 만들고 장애인이 혼자 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 운동 동작을 가르쳐주고 일주일 동안 혼자서 해야 할 운동을 숙제로 줍니다. 철민 씨의 경우 건강을 위해 식단도 같이 조절했습니다. 서른이 다 된 나이에 처음 심장이 뛰도록 운동을 해본 철민 씨는 지금까지 경험이 없어서 몰랐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매일 '숙제' 운동하고 식단 조절하며 10kg 가까이 체중도 줄였습니다. 체형이 확연하게 좋아졌습니다. 이 혼자서 하는 운동 숙제를 하느냐 마느냐가 그 사람의 성향입니다. 비장애인은 대부분 자기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싫어하는 사람인지 비슷한 경험을 통해 압니다. 하지만 장애인 중 많은 수가 안타깝게도 운동의 경험이 없어 자신이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철민 씨에게 회사에 입사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철민 씨가 열심히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는 경험을 당신과 같은 장애유형의 사람에게 가르쳐주면 됩니다.” 회사에 입사해 운동횟수와 방법을 늘리고 다른 사람에게 재활체육을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철민 씨에게 제안한 직무입니다. 직업이 없던, 또 다른 채용의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었던 철민 씨지만 거절했습니다. “취업할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요.” “지금 생활에서 변화가 싫어요.” 등의 이유였습니다. 장애인 채용 일자리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닐까요? 장애인 스스로가 사회에 나올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말 삼고초려에 철민 씨는 인간적으로 미안했는지 입사해 주었습니다. 돈을 내면서 집에서 하던 재활체육과 식단 조절을 회사에 출근해 똑같이 하면서 돈을 받습니다. 요즘 말로 '개꿀'같은 직장 생활 아닌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철민 씨는 재활체육과 식단 조절이라는 직장 생활은 정말 열심히 했고, 6개월 뒤 몸무게는 18kg이 더 빠져 80kg 초반이 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건강해진 모습이었고, 철민 씨를 담당하던 자립생활센터에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개꿀같은 직장 생활이 아닌 게 6개월 후 철민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제가 회사의 기대만큼 잘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좋은운동장의 재활체육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증명하고자 철민 씨가 책임감을 갖고 직장생활을 했음을 보여주는 말이었습니다. 철민 씨에게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삼고초려로 겨우 철민 씨를 계속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좋은운동장은 재활체육을 넘어 장애인육상까지도 적극적으로 진출했습니다. 2032년 호주 브리즈번 패럴림픽에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8명의 뇌병변 중증청년장애인을 추가 선수로 채용했습니다. 이들을 위한 장애인육상훈련장을 만들어 직업으로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모두 신인선수고, 운동을 좋아하지만 처음하는 청년 장애인이었습니다. 이 선수들에게 좋은운동장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여러분은 급여를 받으며 하루 4시간씩 여기서 훈련합니다. 1년에 1,000시간이고 10년에 10,000시간입니다. 체계적으로 10,000시간 훈련하면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또 선수생활 마치고 은퇴하면 여러분이 훈련했던 이 장소에서 여러분과 똑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운동시키는 트레이너로 평생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장애인스포츠 시장을 만들겠습니다.”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딴 '존경받는 멋진 장애인을 만든다.'를 저희 장애인육상팀의 슬로건으로 만들었습니다.
철민 씨는 팀의 주장을 맡았습니다. 어느 집단의 지도자가 돼 본 적이 없는 철민 씨에게 또 한 번 회사에서 부담을 줬습니다. “부담 갖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조금씩 선수들의 훈련과 휴가 관리같은 업무를 늘려가며 다른 선수들이 철민 주장에게 의지하도록 했고, 철민 씨는 점차 리더쉽을 보이며 주장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철민 씨도 장애인육상 이벤트 중 휠체어레이싱 종목을 선택했고 정말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책임감이 넘치는 주장 김철민은 팀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였고, 2024년 10월 26일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장애인육상 휠체어레이싱 T34등급 400m에서 한국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금메달은 이번 시합에서 제일 잘한 선수지만, 한국 신기록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레이싱휠체어를 빠르게 타는 선수라는 증명입니다. 불과 4년 전 은둔의 건강이 위태로운 그러나 운동을 좋아하는 성향의 장애인이었던 김철민 씨는 저희 좋은운동장의 재활체육을 만나 직장도 얻고 장애인육상 선수가 되어 한국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존경받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 뇌병변 장애인 프레임러닝 모습. 2024년 JTBC 서울마라톤 LG전자 임직원과 함께 10명 뇌병변 장애인의 마라톤 도전
누구나 건강을 위해서 운동, 영양, 심리 세 가지 측면을 관리해야 합니다. 장애 유형마다 관리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지체장애와 뇌병변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특히나 '운동'을 관리하기 힘듭니다. 뇌성마비 장애학생의 부모님을 만나 재활체육부터 시작하자라고 권하면 “글쎄요, 될까요? 저희 아인 워낙 운동신경이 없어서.”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운동신경이 부족한 게 뇌성마비의 특징이고 그래서 하는 것이 재활체육입니다.”라고 설득하지만, 부모도 장애학생도 자신을 '환자'로 인식하고 병원 치료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장애인의 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장애인의 운동성 자체가 향상될 때 장애인의 운동권도 빛을 발할 겁니다.
장애인의 운동성 향상이 저희 좋은운동장의 미션입니다. “장애인이 운동할 시설이 없어요.”, “내 장애유형에 맞춤 운동이 필요해요.”라고 얘기하지만,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운동프로그램을 만들고 비용에 대한 부분을, 거리에 대한 부분을, 일정에 대한 부분을 모두 지원해도 참여하지 않는 운동성이 없는 장애인이 의외로 많습니다. 비장애인에게는 초중고 학창 시절의 체육수업이 운동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입니다. 학교의 단계적인 체육교과과정을 통해 적합한 운동 동작을 배우고, 운동이 습관이 되고, 학교 성적이 보상으로 제공됩니다. 체육교육과정을 통해 비장애인의 대부분은 운동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의무감)을 평생 동안 가지게 됩니다. 선천성 장애인인 뇌성마비 장애학생들은 학창 시절 12년동안 체육수업에서 배제되기 일쑤입니다. 이 배제를 통해 “나는 운동을 안 해도 돼” 또는 “나는 운동을 할 수 없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운동에 대한 의무감이, 또 운동성이 형성되지 못합니다. 중도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장애인일 때 매주 사이클을 타고, 달리기를 했던 사람이 척수손상 장애인이 되면, “난 이제 자전거를 못 타, 운동을 할 수 없구나"라고 절망하게 됩니다. 척수손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재활체육이 장애인에게 학교체육과 같은 운동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습니다. 2017년 제정된 장애인건강권법 제15조에 '재활운동및체육'이란 용어로 소개된 재활체육은 신체적기능, 정신적기능,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정의되었습니다. 재활체육은 신체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장애유형 맞춤 프로그램으로, 정신적 기능(운동에 대한 동기 향상) 향상을 위해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고, 사회성 향상을 위해 단체 운동을 통한 좋은 경험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서 저희 좋은운동장의 김철민 선수는 재활체육을 통해 신체적인 건강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동기를 갖게 되고, 스포츠로 직업을 갖고 팀의 주장이 되는 사회성도 향상된 재활체육이 잘 적용된 사례입니다.
재활체육은 일정 기간 적용하는 것이지 평생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의사는 '재활'은 평생하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은 환자가 아니며 현 상태가 '생활'입니다. 재활체육은 일시적인 과정으로 생활체육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생활체육은 재활체육과 달리 장애유형 맞춤보다는 스포츠 종목맞춤입니다. 테니스를 치고 싶으면 테니스장에, 수영을 하고 싶으면 수영장에 가서 그 규칙대로 타인과 함께 즐깁니다. 장애유형 맞춤이라 재활체육이 치료실의 재활운동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치료실은 운동성을 향상시키고, 사회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다음 단계인 생활체육으로 넘어가기 힘듭니다.
한국의 재활치료에 대한 제도와 기술은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재활치료 시설에 대한 접근성의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걷기를 물리치료사의 지도 하에 치료실에서 한다면 즐거움보다는 힘든 고행이 되겠지만, 프레임러너라는 스포츠로 걷기를 타인과 경쟁하듯 한다면 힘들어도 즐거움이 될 겁니다. 저희 좋은운동장에서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 10명을 프레임러닝으로 훈련시켜 2024년 마라톤에 도전해 4명이 10km 완주를 기록했습니다. 즐거움을 넘어서 감동이 있었던 도전의 결과입니다. 고행의 치료를 넘어 즐거운 스포츠로 넘어가는 과정에 재활체육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재활체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선결되고, 재활체육을 통해 장애인의 운동성이 향상되면, 사회가 추진하는 장애인의 운동권 보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이민구 좋은운동장 대표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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