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타살과 전 지구적 참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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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네팔 누와콧 지역 데브가트에서 한 주민이 진흙으로 뒤덮인 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 AFP=연합뉴스
알고 있지만 막지 않은 장애인의 사회적 타살.
2022년 8월 8일 서울, 폭우로 반지하 집에서 탈출하지 못해 발달장애인들이 숨졌다. 폭우 때마다 인명 피해가 예고됐으나 장애와 가난에 처한 기후재난 약자의 국가와 지자체의 대응은 거의 없었다. 2026년 9월 14일 서울 중랑구에서 지적장애인 청년이 집안에서 숨진 뒤 한참 후에야 발견된 고독사가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였지만 모두 심한 지적장애로 발생한 동거 고독사였다. 올해 더운 여름에도 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켜지 못했다. 사인은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 급성 심정지로 추정되었다. 이후 통신사 대리점 직원이 그를 속여 전자기기 8대가 개통한 범죄 정황이 드러났다.
장애인을 속여 핸드폰을 무단 개통하는 일은 상습 범죄로 기사화도 잘되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직접 원인 아니라도 간접 사인으로 충분했다. 정부가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제를 거창하게 밝힌 바로 다음이었다. 우리는 이들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 불렀다. 국제 인권 사회 역시 이와 같은 사건들을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안전하지 않은 주거 환경에 약자를 몰아넣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국가의 구조적 방치, 즉 ‘인재(人災)’로 인한 구조적 타살로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집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6억 9,158만 톤 (세계 평균 4.67톤)으로 미국·중국·인도 다음으로 세계 13위, OECD 회원국 중 6위 탄소 대량 배출국이다. 이에 국내 상위 10%의 고소득층이 전체 탄소의 45% 이상을 배출하는 반면, 하위 소득 계층의 배출량은 미미하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높은 빈곤율을 볼 때 기후 위기에 가장 책임이 없는 계층이 기후재난에 가장 먼저 가장 위험하게 노출되어 있다. 도시 난개발과 기후 변화에 따른 기후 약자 주거 안전의 위협은 이미 충분히 비판되었다.
특히, 우리의 반지하 주거와 장애인 가구에 대한 직접 지원 문제는 유엔(UN)과 국제사회가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Right to Adequate Housing)’기준을 크게 벗어나는 심각한 인권 침해 및 불평등 사례로 여러 번 비판받았다. 침수 위험 높은 반지하에 장애인이 거주하는 것 자체가 재난 상황에서 생명권을 위협받는 구조적 방치라고 했다. 우리가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명백한 불이행이지만 아직까지도 정부와 지자체는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 재난과 난개발에 의한 복합재해에 대한 의도적 방치와 외면은 분명 미필적 고의에 사회적 타살이 아닐까?
모든 기후 참사가 전부 급속한 탄소 대량 배출 때문이라 할 수 없다. 허나, 지구 온난화 결과로 기후 변동이 격해지고 난개발 등으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같은 기후 약자들이 제일 먼저 직접 위험한 것은 부인 못할 사실로 다가오는 사건들이다.
수없이 경고한 히말라야 참사,
네팔 장애인들이 절망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히말라야 빙하 및 암석 붕괴로 네팔에서 큰 기후 참사가 있었다. 두 대륙이 맞닿아 쉼 없이 땅이 솟아오르는 지역에서 강대국들과 네팔 정권은 수자원 확보를 빌미로 무분별한 난개발을 해왔다. 이번 네팔 참사 원인은 다양하다. 히말라야 등반 관광객들의 쓰레기와 활동까지 직간접 요인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런 지질변동과 난개발로 인한 산사태가 기후위기로 그 파괴력이 몇 배로 잦아졌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네팔 지역 빈곤 역시, 그 파괴력을 그 지역 가장 큰 약자인 장애인과 아동, 여성에게 그대로 가중해버렸다. 재난 초기 네팔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13명 사망, 53명 이상의 장애인 중상자를 발표했다. 네팔 장애인연맹(NFDN) 실시간 추적으로 최소 6~14명이 사망하고 12~14명 연락 두절 및 실종 상태를 찾았다. 집을 잃거나 고립된 장애인 이재민 규모는 2만
명에 남짓 추산한다.
네팔 국가통계국 인구주택총조사(2021)에서 장애인 인구는 647,744명이다. 네팔 전체 인구(약 2,916만)의 약 2.2%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 (World Bank) 등은 실제 장애인 인구는 최대 200만~300만 명이 넘는다는 의견도 많다. 산악 지형이 많은 곳은 장애인 인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보아, 이번 재난 지역 실제 장애인 피해는 예상을 휠씬 웃돌 것이다. 이들은 정부나 단체들의 구호 활동에도 심각한 배제와 차별에 놓일 뿐 아니라, 약탈이나 인신매매등 심각한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구호 헬기나 트럭이 임시 대피소에 물자를 떨어뜨릴 때, 지체·시각 장애인들은 물자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이 겨우 배급받은 식량, 깨끗한 식수, 보조기기 박스를 주변 이재민들에게 약탈당하고 있다. 네팔 정부가 구호물자 약탈 방지로 도입한 ‘단일 창구(One-Door)’ 배급제에도, 장애인 등록증 분실한 장애인들은 구호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당한다. 재난 임시 대피소들은 칸막이나 잠금장치가 없고, 장애인 사용 가능한 곳이 없어 외부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여성 장애인과 아동들이 성폭력 및 납치 위협에 시달린다. 가옥과 생계 수단을 모두 잃고 고립된 발달장애 청소년 및 취약 가정에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옆 국가나 도심 공장에 취업시켜 주겠다거나 안전한 시설로 이주시켜 주겠다 속여 당사자를 유인하는 범죄도 너무 빈번해 국제기구들이 경고령을 내린 상태이다.
이에 네팔 장애인연맹(NFDN)은 정부에 임시 대피소 주변의 경찰 순찰을 대폭 강화하고, 구호물품을 장애인 가정에 직접 전달하는‘방문 배급제’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니세프(UNICEF)와 국경없는의사회 등은 인신매매 및 아동 착취를 막기 위해 현지 주민 중심의 ‘인신매매 감시 위원회’를 긴급 조직하여 순찰을 지원하고 있다.
네팔은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기후변화 피해는 가장 가혹하게 겪는 ‘기후 부정의(Climate Injustice)’의 대표 국가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상 없다. 네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총배출량 약 0.04%~0.05%이며 산업화 이후 쌓인 역사적 누적 배출량은 단 0.01%에 그친다.
많은 탄소 배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 정부는 긴급 구호대를 포함한 인력과 1억 5천만원을 지원했다. 사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볼 때 많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한국 기업들과 한국 노동자들이 재난 지역에서 막대한 개발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 차원에서도 네팔의 구호 활동은 부족해 보인다. 국내 NGO 중에는 굿네이버스와 초록우산, 월드비전 등이 식량·식수 공급과 아동 보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에서 설립된 국제 장애인 구호 단체인 핸디캡 인터내셔널((Handicap International - HI)은 네팔에서 장기적으로 활동하는데, 이번 재난에서 대피소 내 장애인 접근성을 모니터링하고 휠체어 및 목발 등 보조기기를 긴급 지원하고 있다. 미국 의료 구호 단체 다이렉트 릴리프(Direct Relief)는 네팔 장애아동재활병원(HRDC)과 척수손상재활센터(SIRC)에 긴급 자금과 응급 의료 구호를 집중하고 있다. 덴마크 장애인 연합 조직(DPOD)는 2001년부터 네팔전국장애인연합(NFDN)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나라는 한국장애인재활협회(RI Korea)가 유일하게 ‘네팔 대홍수 피해 장애인 지원 모금 캠페인’을 하고 있다. 구호 기금 마련 피해지역 장애인 직접 전달이 목표다. 그동안 국내 장애인 단체들은 꾸준히 아시아 지역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몽골지역을 제외하면 주로 동남아 지역에 자원이 집중되었다. 그나마 밀알복지재단과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네팔 지역에 협력 사업을 진행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KODDI)은 이번 9월 ‘K-장애정책’ 전수 초청 연수로 네팔, 방글라데시 장애 분야 전문가 16명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우리는 직접 네팔 현지 장애인 상황을 직접 들을 수 있었으나 국내에서의 관심과 보도는 너무 적었다.
마을 전체 진흙으로 쓸려간 네팔 재난 현장에서 언덕 위 홀로 남은 한 장애인 노부부의 집이 이재민들의 안식처로 화제이다. 산비탈의 프렘 바하두르타망과 아내 마이야 타망 부부의 가옥이 화를 면했다. 지금까지 2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부부의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잠자리를 제공받았다. 집주인 부부는 지체 장애가 있다. 매달 우리 돈 오만 원도 안되는 정부 노령연금을 받는 극심한 생활고에 있으면서도 재난 속에 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기존 언론들은 히말라야를 등반과 트레킹으로 장애를 극복하거나 동행하는 체험 도전서사로 종종 소비만 해왔다. 네팔 장애인들의 재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많은 장애인 당사자 교육·복지·재활 기관들이 아예 사라졌거나 단전 단수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며 피해지역의 2차 돌발 홍수발생 가능성도 매우 높다. 같은 대륙에 사는 아시아인으로, 같은 공기와 같은 비와 같은 눈을 맞는 지구인으로서 동일한 아픔과 차별을 공유한 장애인들로서 우리는 히말라야의 눈물을, 네팔의 장애인들의 슬픔과 고난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안전이 없으면 우리의 안락도 없다. 그들의 일상이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의 삶도 함께 불안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지금해야 한다. 우리의 장애인 인권 운동과 연대는 지금 그래야 한다.
작성자글. 김형수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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