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회복수기를 준비하며
인권 / 당사자 이야기
본문
▲사이센터 고성조 간사(왼쪽)와 함께 식사 중인 모습
- 완벽하지 않기에 내일을 기대할 수 있어요 -
당시 나는 3년 전 정신장애인 회복수기를 써 최우수상을 탄 바 있다. 올해 5월, 나는 4년 경력의 동료지원인이 되어 국립정신건강센터 회복수기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3년 전처럼 최우수상을 기대했지만, 장려상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을 훌륭히 써 나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다시 도전하려 한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심리사회적 당사자인 동료들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회복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1. 다시 공모전에 도전한 이유
나는 상담, 자조모임 진행, 인권과 회복 강의, 언론 미디어 모니터링과 권익옹호 동료지원을 하고 있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얼마 전엔 당사자인 여동생과 따로 살게 되어 분담하던 살림도 도맡아 한다. 허리가 좋지 않아 피트니스 클럽에서 PT도 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정신질환자권익옹호센터인 사이센터에서 개소 멤버로 일하고 있다.
3년 전인 2023년 나는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정신장애인 회복수기에 참가하여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상금 30만 원을 받고, 수상작으로 엮은 책자엔 나의 글을 올렸다. 그때 나는 활동 2년 차의 동료지원인이었다. 그 글을 쓰면서 나는 그때까지의 나의 인생을 정리해 보고,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내 삶과 활동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번 공모전도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길 바랐다. 이번엔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수기 공모전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여하고, 최우수상은 부상 100만 원을 받게 되는 큰 규모의 공모전이다. 참여에 의의를 둘 수도 있지만, 나는 다시 한번 최우수상을 받고 싶었다. 상금 100만 원을 받아 내가 신세 진 당사자 센터들에 나누어 기부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나는 내 인생을 갈아 넣듯 준비했다.
2. 수기 제출 - 마지막까지 고심하다
수기 공모전은 총 3차에 걸친 심사에 걸쳐 진행된다. 1차 예비 심사에서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사례 중 50 사례를 선정한다. 2차 본심사에서는 국립정신건강센터 및 정신건강 전문가 8명 이상의 심사위원이 1차 예비 심사를 통과한 사례 중 10개의 사례를 선정한다. 3차 대면심사에서는 사례의 주인공들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하여 이것을 심사받는다.
이를 위한 작품과 서류 제출 시한은 5월 14일이었다. 나는 마지막 날까지 원고를 작성했다.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넣고 뺄 것인지, 작품의 완성도는 어떻게 높일 것인지, 읽는 이에게 나의 글은 어떻게 읽힐지, 지난번 입상했던 글과의 차별점은 어디에 둘 것인지. 이 모든 것이 A4 용지 3장 내외로 이루어져야 했다. 마지막 맞춤법을 점검한 후 사이센터 간사의 도움을 받아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 사업부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파일을 제출하였다. 이 일에 내몸의 일부를 갈아 넣은 듯 나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제 끝났다.’
공모전 공고가 올라왔던 3월부터 지금까지 출품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준비했기에 속이 후련했다. 그간의 준비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나를 칭찬해 주고 싶었다. 결과에 기대감도 커졌다. 한 편으론, 내 글에 대한 심사위원과 사람들의 평가에 대한 불안감도 들었다. 나의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선보이는 조바심 나는 도전이었다.
3. 서류 심사 발표 -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확인하다
6월 16일은 2차 본심사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심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전까지 사이트는 조용했다. 확인을 위해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심장이 쫄깃쫄깃해졌다. 나는 일정을 위해 아쉬운 마음을 두고 집을 나서야 했다. 일을 하던 오후, 동료지원센터 직원이 톡으로 결과를 알려주었다. 1차 예비 심사와 2차 본심사를 통과하였다. 10위 안에 든 것이다. 나는 내심 ‘그럼 그렇지’하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대면 심사다.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뛰는 가슴이 말을 듣질 않았다.
4. 3차 준비 - 큰 기대를 품다
6월 23일. 10명의 대면 심사 대상자와 각각의 사례관리자, 총 20명이 줌으로 대면 심사에 대한 비대면 교육을 받았다. 대면 심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무엇을 준비하면 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사이센터 간사는 이 내용을 정리하여 나에게 전해줬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넘치는 자신감이 말을 듣질 않았다. 나는 다른 동료지원 활동을 하면서도 대면 심사 준비가 늘 마음에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대면 발표를 위한 PPT 자료와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고 작성했다. 내용을 거듭해서 다듬었다.
대면 심사 당일엔 오전부터 10명의 당사자가 8명의 면접관 앞에서 오후까지 차례로 발표를 진행하게 된다. 각자 10분간 발표한 뒤, 사전에 받은 질문에 대해 5분간 답변하는 방식이다. 내 발표 순서는 오후 4시 40분으로, 총 15분 동안 발표와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나는 이번에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싶었다. 이젠 정말 대면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 수기 공모전 대면심사를 기다리며
5. 대면 심사 당일
7월 23일 3차 발표 대면 심사 당일 아침. 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나는 여전히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급한 마음으로 노트에 그것을 적어 내려갔다. 만들어 놓은 PPT 자료도 아직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볼수록 새로웠다.
시간은 오후 3시를 넘기고 있었다. 심사장에 함께 들어갈 사이센터 간사와의 오후 4시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택시를 불렀다. 택시 안에서도 원고를 보고 또 봤다. 노트에 적어둔 사전 질문과 답변은 사진으로 찍어 간사에게 보내고, 텍스트로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너무나 급박한 상황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좀 더 차분히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아쉬움을 느낄 시간조차 아까웠다.
국립정신건강센터 1층 카페에 간사님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4시 20분. 우리는 심사장인 9층 영상회의실로 이동했다. 안내를 받아 대기 장소에 도착했다. 직전 순번의 대기자와 사례관리자는 구면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긴장이 덜해졌다. 서로의 파이팅을 외쳤다. 간사님은 나를 챙겨주고 기다려 줬다.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 애썼고, 입을 풀라고 조언해 줬다.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드디어 나를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간사님과 나는 함께 심사장으로 입장했다. 8명의 면접관이 나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에게 대면 심사 발표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0명 중 마지막 차례라 피곤할 법도 했지만, 면접관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척 떨렸지만, 준비한 대로 발표했다. 그런데 나의 발표 시간인 10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 염두에 두진 않았다. 때문에 나는 5분간의 질문 시간에 하나의 질문에만 답할 수 있었다.
‘저의 발표를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이 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아 얼떨떨한 마음으로 심사장을 빠져나왔다.
6. 심사 후 - 꿀맛 같은 시간
근처 식당에서 나는 간사님과 식사를 했다. 고성조 간사는 내가 1등 할 거라고 했다. 수기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누었다. 얘기가 끝나지 않아 우리는 차도 마셨다. 간사님은 오늘 이곳에 나와 동행하느라 업무를 하지 못했고, 내일 가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일 출근도 준비해야 하지만 괜찮다고 했다. 공모전을 혼자 준비했지만, 그 과정 속에 혼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잠깐 스치듯 만났던 다른 참가자들과의 인사와 서로에 대한 응원도 힘이 되었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란 정말이지 없는 것 같다.
7. 결과 - 대단한 장려상
최종 결과 발표일은 엿새 뒤인 7월 29일이었다. 나는 또 아침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 홈페이지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일하던 오후에 결과를 보게 되었다.
장려상.
내 이름은 맨 아래에 있었다. 같이 결과를 확인한 지인에겐 애써 마음을 숨기며 웃고 있었지만, 실망감이 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 삶에 대한 등수가 매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 며칠간은 우울했다. ‘이제 내 인생에 수기공모전 참여는 없다.’, ‘제대로 삐뚤어질테다!’며 나는 누군가를 원망했다.
8. 깨달음 - 오히려 잘 되었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 남들은 모르는 우울에 젖어있었다. 그런데 결과를 들려준 사람들마다 ‘장려상 대단하다.’, ‘10등 안에 든 것은 정말 잘한 거야.’ 라는 거다. 나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래. 심사에 탈락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장려상이 어디냐. 상금 30만 원이 얼마냐.’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의 인생과 글이 대단했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교만했음을 알게 되었다.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 결과가 나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아니었다.
“오히려 잘 되었다.”
나는 3년 뒤쯤 다시 수기 공모전에 참여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처럼 정신적 결핍과 도전은 나의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나는 다른 당사자들을 만나고, 회복을 함께 고민하고 권익을 옹호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3년 뒤엔 이 활동을 하며 한층 성숙한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의 글솜씨도 그러하길 기대한다.

▲사이센터 고성조 간사(왼쪽)와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
9.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나는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다. 어릴 때부터 깊이 있고 세련된 글을 쓰는 것이 소원이었다. 정신적 어려움으로 생각이 혼란스럽고, 표현이 서툴렀던 나는 항상 이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제는 그 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내 인생을 훌륭히 써 나가는 사람이고도 싶다. 개인의 삶과 동료의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회복해나가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인생의 즐거움과 의미, 가치 있는 활동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좋은 글은 이와 함께 선물처럼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까?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쓰고, 배우고, 활동하고, 도전할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10.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내일을 기대해요.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회복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꺾이지 말고, 도전하세요. 우리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테니까요.
작성자글과 사진. 장영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질환자권익옹호센터(사이센터) 동료지원 활동가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