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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 작가를 만나다

박 기자의 함께걸음-37

본문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던 지난 뜨거웠던 여름의 어느 날, 서울의 한 우동집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도서 “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의 작가 이수현 씨입니다. 미리 구입했던 책에 작가로부터 싸인을 받고,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수현 작가는 책을 출간하기 전부터 이미 인연이 있던 분입니다. SNS를 통해 처음 알게된 뒤 지난 7월에 열렸던 제2회 오티즘엑스포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지요. 저는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으니까 먼저 사람을 알아보기 쉽지 않은데, 오티즘엑스포에서 제가 ‘먼저’ 이수현 작가를 알아봤을 만큼 특별한(?) 인연입니다. 
 
도서 “누라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는 두 명의 장애자녀를 키우는 이수현 작가의 에세이로, 작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글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장애’와 연관된다고 해서 어둡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밝고 씩씩한, 그리고 따뜻하면서도 용기 있는 작가의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줍니다. 
 
저는 시청각장애를 가진 장애인이고, 이수현 작가는 두 명의 장애자녀를 둔 부모이기에 제가 이 책을 읽으면 우리 부모님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부모님보다는 꼭 저의 이야기같은 느낌이 자주 들었어요. 이수현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자녀를 키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자폐성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운다는 건 그야말로 죽을 만큼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은 부모를 불쌍하고 축은하게 바라봅니다. 그런데 이수현 작가는 힘들어하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입니다.
 
 
 
▲  "이수현 작가(사진 제공. 이수현)" 
 
 
 
책에서 ‘립스틱 대신 운동을 한다’는 대목이 정말 와닿았습니다. 장애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엄마인 본인이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양한 운동을 하며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자고 서로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잘 안 보이고 안 들려서 몸이 약해지고 힘들어지지 않도록 저의 일상에서 운동은 꼭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십년 넘는 자립생활에도 크게 한 번 아프지 않고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작가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도 저랑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부모님이 장애에 대해 걱정하셔도 오히려 더 밝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으니까요. 저는 책을 읽으며 ‘우리 엄마도 작가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가 작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자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SNS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었을 때는 저랑 이수현 작가가 같은 포항 출신이라서 반가웠는데, 이날 만남에서 알고 보니 이수현 작가가 제 초등학교 선배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더더욱 반가웠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저는 어느새 작가님의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도 SNS에서 작가님의 글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마다 춤을 춘다는 작가는 어느날 요리 중 춤을 추며 딸인 연우에게 물어봅니다. “연우야, 엄마 좋아?” 그럼 연우는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고기 좋아.” 하하. 
 
이수현 작가는 늘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기분좋게 합니다. 작가의 미소에는 정말 많은 게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출근길에 차에서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도 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웃으며 이겨내자고 다짐했던 작가의 글들을 읽을 때마다 저도 작가의 밝은 미소를 본받고 싶어집니다. 
 
“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불편하고, 슬프고, 힘든 이야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소하면서도 차분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함께걸음>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장애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면 좋을지 이 책을 읽으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수현 작가는 요즘 동화를 배운다고 합니다. 작가만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동화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네요. 열심히 살아가면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작가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를 힘껏 응원합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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