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우산이 되어, 삶의 무대에 서다
도민기자단 / 경상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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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청년의 직업과 삶을 준비하는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의 특별한 도전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동에는 조금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하루가 단순히 보호받는 시간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인사를 연습하고, 시간을 지키고, 친구와 대화하고, 작업을 수행하고,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자기 삶의 가능성을 넓혀간다.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는 “일하고 싶어요, 나도 일할 수 있어요!”라는 슬로건 아래 발달장애 청년들이 직업생활과 사회참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이다. 그리고 이 센터 안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이름이 있다. 바로 발달장애청년 뮤지컬 극단 ‘하이파이브 친구들’이다.
1.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 소개
‘사단법인 문화복지 공감’에서 운영하는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이하 부산센터)는 지역사회 중증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적응훈련과 사회적응훈련을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은 일반 작업환경에서 바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준비된 환경 안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이후 보호작업장이나 근로사업장, 나아가 경쟁 고용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재활시설이다. 부산센터 역시 이러한 역할을 바탕으로 훈련생 개개인의 속도와 특성에 맞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의 미션은 “장애 청년의 주체적인 삶을 함께 디자인하는 센터”인데,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주체적인 삶’이다. 센터는 훈련생을 단순히 서비스를 받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며, 일과 활동을 통해 자기 역할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훈련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근태관리, 작업태도, 직장 예절을 배우는 직업준비훈련부터 손기능, 직업체험, 실습을 중심으로 한 직무수행훈련, 대인관계와 의사소통, 지역사회 이용을 배우는 사회적응훈련까지 이어진다. 정보화교육, 디자인교육, 스포츠스태킹, 문화예술활동 등도 훈련생의 강점과 흥미를 발견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센터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존중, 혁신, 성장, 동행’이다. 훈련생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기존 방식에 머무르지 않으며, 당사자와 가족, 직원,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고, 입소부터 종결 이후까지 동행하는 것이 센터의 방향이다.
2. 발달장애인 뮤지컬 극단 소개와 운영 계기
‘하이파이브 친구들’은 부산센터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청년 교육 뮤지컬 극단이다. 춤과 노래에 끼와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 청년 배우들이 장애인식개선, 인권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 공연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이 극단을 단순히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이파이브 친구들은 교육 뮤지컬 전문 극단이자, 장애인 문화예술 일자리 모델이다. 배우들은 음악, 안무, 연기, 스태프 교육을 받으며 공연을 준비하고, 학교와 공공기관, 기업, 지역행사 등 다양한 현장에서 무대에 선다. 극단이 시작된 배경에는 중요한 문제의식이 있다. 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갈 수 있는 곳과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이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반복작업이나 단순 임가공 중심의 직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자신이 가진 재능과 흥미를 일로 연결할 기회를 만나기 어렵다.
하이파이브 친구들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발달장애인은 정해진 일만 해야 할까?
“노래를 좋아하고 춤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청년도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사자가 직접 무대에 서서 자신의 목소리로 장애인식개선 메시지를 전한다면 어떨까?”
이 질문은 곧 새로운 시도가 되었다. 발달장애청년을 보호와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이자 교육 전달자로 바라보는 일. 이것이 하이파이브 친구들이 가진 가장 큰 의미다.

▲지난 6/24(수),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된 ‘제20회 장애인미디어축제’ 개막식 축하공연 장면. 극단 하이파이브 친구들은 ‘우산이 되어줄게’ 갈라쇼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 극단 유튜브 채널 youtube.com/@hifivefriends (출처: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
3. 공연 소개
현재 하이파이브 친구들이 공연하고 있는 대표 작품은 ‘장애인식개선 교육 뮤지컬 「하이파이브」’ 이다.「하이파이브」는 공연을 앞둔 리허설 현장에서 시작된다. 배우들은 실수를 반복하고, 긴장하고, 부담을 느낀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워한다. 그러다 결국 주인공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실수와 두려움에서 멈추지 않는다. 친구들은 사라진 주인공을 찾고, 서로를 격려한다. “넌 혼자가 아니야”, “넌 해낼 수 있어”라는 말 속에서 배우들은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느려도 괜찮다. 함께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으로 펼쳐진다. 작품의 중심에는 노래 「우산이 되어줄게」가 있다. 이 장면은 하이파이브 친구들이 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장 잘 보여준다. 누군가 힘들 때 사람들이 우산이 되어주었고, 이제는 배우들이 다른 사람의 우산이 되어주겠다는 마음이다. 장애인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배우들이 한 명씩 자신을 소개한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배우”, “개그맨이 되고 싶은 배우”, “그림을 잘 그리는 배우”, “계란후라이를 잘 만드는 배우”처럼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가 무대 위에 오른다. 관객은 그 순간 장애라는 이름보다 먼저 한 사람의 취향, 꿈, 표정,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하이파이브 친구들의 공연은 장애인식개선 교육이지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교육은 아니다. 배우들이 직접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며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장애인을 어떤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에게 어떤 우산이 되어줄 수 있는지 말이다.
4. 앞으로 활동계획
하이파이브 친구들의 목표는 더 많은 무대에 서는 것만이 아니다. 물론 학교, 공공기관, 기업, 지역사회 행사 등을 찾아가는 장애인식개선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목표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센터는 앞으로도 뮤지컬 아카데미를 통해 배우들의 음악, 안무, 연기 역량을 꾸준히 키워갈 계획이다. 또한 지역 예술인들과 협력해 새로운 공연 콘텐츠를 만들고, 기존 작품을 더 완성도 있게 다듬어갈 예정이다. 공연뿐 아니라 영상, 디자인, 스태프 활동 등 다양한 문화예술 영역으로도 가능성을 넓혀가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하이파이브 친구들이 발달장애청년 문화예술 일자리의 대표적인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다.
누군가는 무대 위 배우가 되고, 누군가는 무대 뒤 스태프가 되고, 또 누군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장애인의 직업재활은 지금보다 훨씬 넓은 길을 가질 수 있다. 하이파이브 친구들의 또 다른 꿈은 부산에도 장애예술인이 마음껏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장애예술을 만날 수 있는 ‘부산만의 장애예술축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애예술인이 일회성 초청공연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장애예술인 전문 공연 극장’이 생기는 것도 하이파이브 친구들이 바라는 미래다. 장애예술이 특별한 날에만 만나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문화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부산센터와 하이파이브 친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직업재활은 단지 일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의 무대에 서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무대는 공장일 수도 있고, 사무실일 수도 있고, 지역사회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조명이 켜진 진짜 공연장일 수도 있다. 하이파이브 친구들은 오늘도 연습한다. 노래도, 춤도, 연기도,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우산이 되는 일도. 그 연습이 쌓여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것이다. 그들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성자글. 경상지역 배소혜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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