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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돌봄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전북의 일상은 달라질까

도민기자단 / 전라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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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 인포그래픽」ⓒ보건복지부
 
주간활동 2만 명, 최중증 돌봄 확대…
지난 9월 10일, 보건복지부가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은 2025년 말 기준 28만 8천여 명으로 전체 등록 장애인의 11%를 차지한다. 정부는 그동안 가족에게 집중되어 있던 돌봄의 부담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고,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보통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추진방안은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돌봄 강화, 일상 속 자립과 사회참여 확대, 지역사회 중심의 촘촘한 지원체계 구축 등 3대 전략과 11대 추진과제, 50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이 정책은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게 될까. 전북은 도시지역과 농산촌 지역이 함께 존재하는 지역이다. 같은 전북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관까지의 거리는 다르다. 그래서 전북에서 국가책임제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질문은 “서비스가 생겼는가?”가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서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가?”이다.
 
전북은 ‘서비스가 있는 지역’에서 ‘가까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가야 한다.
 
주간활동 1만 5천 명에서 2만 명으로
이번 국가책임제에서 현장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성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확대다. 정부는 2026년 1만 5천 명 수준인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2027년 2만 명, 2030년에는 3만 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청자가 많아 기다리거나, 이용할 기관이 집에서 너무 멀어 서비스를 포기하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주간활동서비스는 단순히 낮 동안 보호받는 서비스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사람을 만나고, 필요한 것을 배우고, 문화·체육을 경험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서비스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체육·평생교육·여가시설은 도시지역에 비해 제한적이고, 기관이 있어도 차량과 제공인력, 프로그램을 운영할 공간과 지역 자원이 필요하다. 결국 기관의 숫자를 늘리는 것과 지역사회에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전북에서의 국가책임제는 앞으로 기관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와 함께 14개 시·군 각각에서 어떤 서비스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이어지는 하루
학령기 발달장애인에게도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는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2026년 1만 1,500명에서 2027년 1만 3,000명으로 1,500명 확대하고, 1인 집중지원과 방학 프로그램도 새롭게 추진한다.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라는 공간과 특수교육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졸업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디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무엇을 배우고 경험할 것인지 다시 찾아야 한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기관 자체가 많지 않다. 그래서 방과후활동서비스 확대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보다 학교와 지역사회 사이의 돌봄 공백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는 ‘주말’도 필요하다
이번 정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 돌봄 대상자는 2026년 2,340명에서 2027년 정부안 기준 2,760명으로 확대되고, 최중증 긴급돌봄 제공기관도 2개소에서 5개소로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부모의 부재 등으로 돌봄이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해 현재 평일 중심으로 운영되는 24시간 1:1 지원을 주말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말이라고 해서 돌봄의 필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이 모든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경우 주말은 또 다른 부담이 되기도 한다.
 
부모가 늙어도 아이의 삶은 계속된다
정부는 2027년 3월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 시행에 맞춰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주거·일자리·활동지원 등을 연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에는 모든 광역지방정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2030년에는 모든 기초지방정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북의 14개 시·군은 규모와 생활환경이 다르다. 전주와 군산에서 가능한 자립생활의 모습과 농산촌에서 가능한 자립생활의 모습이 같을 수는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 자립은 전국에 동일한 모델을 내려 보내기보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집이 있다고 자립이 되는 것도, 활동지원 시간이 있다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집에서 나와 동네를 걸을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일하거나 배울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자립은 서비스 하나가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전북 14개 시·군, 돌봄의 현실을 들여다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이트 제공기관 검색에서 확인되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서비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발달재활서비스는 각각 다른 생애주기와 욕구를 지원하고 있다.
 
도시지역과 농산촌지역이 함께 존재하는 전북에서는 ‘기관 수’만으로 지역의 돌봄 환경을 평가하기 어렵다. 제공기관이 얼마나 있는가, 실제 제공인력이 얼마나 확보됐는가, 이용자는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가, 기관까지 얼마나 이동해야 하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농산촌 지역에서는 한 기관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관 하나가 사라지면 단순히 선택지 하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숫자를 늘리는 것에서 ‘생활을 바꾸는 것’으로
2027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관련 일반회계 예산은 2027년 6조 6,189억 원 규모로 전년보다 11.9% 증가했으며, 장애인활동지원과 장애인연금, 발달장애인 돌봄에 증액이 집중됐다. 발달장애인 돌봄 예산은 2026년 4,565억 원에서 2027년 정부안 5,721억 원으로 1,156억 원 증가했다. 숫자로 보면 분명 변화가 크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라보면 질문은 다시 남는다. 이 예산이 전북의 발달장애인에게 어떤 하루를 만들어 줄 것인가.
 
주간활동서비스가 2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가까운 기관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중증 돌봄 대상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지역에 충분한 전문인력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발달재활서비스 대상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농촌지역의 아이들이 도시지역과 같은 선택권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국가책임제의 다음 단계는 ‘확대’에서 ‘지역 격차 해소’로 넘어가야 한다. 전북에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새로운 제도만이 아니다. 이미 있는 서비스들이 서로 연결되고 지역 안에서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다.
 
아동기에는 필요한 발달재활서비스와 교육을 연결하고, 학령기에는 방과후활동을 통해 학교 밖 시간을 지원해야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주간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는 필요한 만큼의 돌봄이 제공되고, 부모가 늙거나 아프거나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삶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선택이다. 어디에서 살 것인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 것인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발달장애인의 삶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은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14개 시·군이 모두 다른 전북, 그래서 지역이 중요하다
국가가 주간활동서비스를 2만 명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작이다. 최중증 통합돌봄을 2,760명으로 확대하고, 방과후활동서비스를 1만 3,000명으로 확대하는 것 역시 시작이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숫자가 전북의 14개 시·군에서 실제 사람의 삶으로 이어지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순창에 사는 발달장애인과 전주에 사는 발달장애인의 하루가 다르듯, 필요한 지원의 방식도 달라야 한다. 결국 국가책임제의 성패는 중앙정부의 발표문 안에 있지 않다. 전북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한 발달장애인이 아침에 집을 나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일상 속에서 확인될 것이다.
 
서비스가 없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기관이 멀어서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고, 부모가 늙었다는 이유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이번에 발표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가 그런 변화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전북의 14개 시·군에서도 그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작성자글. 전라지역 이나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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