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 바다에서 쏘아 올린 파도, “2026년 제주 무장애관광 국제포럼”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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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 바다에서 쏘아 올린 파도, 세계와 함께하는
“2026년 제주 무장애관광 국제포럼” 탐방기
Ⅰ. 프롤로그 :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실현된 완전한 유니버설 환경
가을빛이 그윽하게 내려앉은 2026년 10월 8일 오후, 제주시 삼도이동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 강당 앞. 입구에 들어서자 명찰을 정갈하게 목에 건 표선고등학교 인권동아리 ‘이끼동아리’ 학생 16명의 분주하면서도 빈틈없는 손길이 시야에 들어왔다.
행사장에 들어서며 필자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섬세하게 정돈된 무장애 인프라였다. 무대 양옆 배너와 휠체어가 막힘없이 회전할 수 있도록 여유 있게 확보된 객석 통로, 저신장인과 휠체어 이용자의 시선에 정확히 맞춘 안내 표지판, 무대 위 수어통역사를 선명하게 비추는 집중 조명, 그리고 청각·발달장애인을 배려해 조도를 낮추고 소음을 차단한 아늑한 심리안정실까지. 행사장의 모든 환경은 외부 전문 업체의 손이 아닌, 바로 고등학생 16명의 손끝에서 구현되어 있었다.
4년 전, “장애인도 휠체어를 벗어나 제주의 푸른 파도를 온몸으로 가르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두 주먹을 쥐고 당차게 말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제도와 행정도 풀지 못한 견고한 장벽을 어린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염려했던 지난날의 조마조마한 기대감은, 어느덧 기성세대의 부끄러움을 넘어선 벅찬 경외감으로 밀려왔다.
Ⅱ. 파도를 가르고 세계를 잇다 : 모래사장에서 글로벌 담론장까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표선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휠체어 바퀴를 삼켜버려 장애인들에게는 ‘바라만 보아야 하는 거대한 유리벽’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끼동아리 학생들은 백사장에 매트를 깔고 당사자들과 함께 어댑티브 서핑(적응형 서핑)을 띄우며 ‘바다에 들어갈 권리’를 현장에서 당당히 증명해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연계되며 큰 반향을 일으킨 이 도전은 일회성 이벤트로 소멸하지 않고, 학술·행정·국제 연대가 결합된 ‘2026 제주 무장애관광 국제포럼’이라는 성숙한 공론의 장으로 만개했다.
[표 1] 표선 바다에서 국제포럼으로 확장된 무장애 관광의 단계별 진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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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
주요 활동 내용 |
핵심 가치 및 전환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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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바다를 열다 |
표선해수욕장 ‘바다에 들어갈 권리’ 캠페인 및 어댑티브 서핑 시도 |
물리적 진입 장벽 철폐: “보는 바다에서 뛰어드는 바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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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현장을 입증하다 |
전국장애인체전 연계 어댑티브 서핑 프로그램 성공적 운영 |
레저 스포츠 향유권 확인: “장애인도 서퍼가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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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세계와 잇다 |
2026 제주 무장애관광 국제포럼 개최 및 글로벌 콘텐츠 공유 |
유니버설 생태계 구축: “단순 접근을 넘어 선택 가능한 경험의 확장” |
오후 2시, 강지원·박세정 학생의 안정감 있는 사회로 막이 올랐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초빙된 연사들은 시각·발달장애인을 위한 탐조활동(Birding), 장애인 승마 및 동물 매개 재활, 자연 기반 정신건강 치유 프로그램의 선진 생태계를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황지오·윤정우 학생은 한국어와 영어를 막힘없이 오가는 전문적인 순차통역을 선보였으며, 3부 라운드테이블에서는 4개 원탁(T1~T4)마다 학생들이 직접 좌장, 통역, 기록관을 분담하여 국내외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을 능숙하게 조율했다.
단순히 어른들의 판에 초대받은 청소년이 아니라, 글로벌 아젠다를 발굴하고 판 자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낸 완벽한 ‘정책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모습이었다.
Ⅲ. 차가운 데이터로 본 현실 : '단절 없는 이동과 정보'의 과제
포럼장의 열기는 뜨거웠으나, 라운드테이블에서 공유된 현장 데이터는 냉혹할 만큼 냉철했다. 관광 약자 전문 소셜벤처 두리함께(주)가 지난 14년간 축적한 3만 5천 명의 당사자 데이터와 지역 리빙랩 분석 결과는, 제주가 진정한 ‘무장애 관광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구조적 병목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표 2] 현장 실증 데이터 기반 제주 무장애 관광 진단 및 정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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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항목 |
실증 데이터 및 현장 수치 |
정책적 시사점 및 현장의 목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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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취약층 유형 분포 |
발달장애 40%, 지체장애 30%, 시각 10%, 청각 10%, 기타 10% |
장애인은 단일 집단이 아님. 감각·유형별 맞춤 설계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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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관광 비용 격차 |
일반 45만원 대비 휠체어 이용 시 62만 원으로 17만 원 추가 부담 |
특장차량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제주형 여행바우처’ 도입 시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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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접근성(JEJU5A) |
주요 문화시설 조사 결과, 듣기·언어 영역 10건 중 7건(70%) 부실 |
어디까지 갈 수 있고 어떤 도움이 있는지 사전 안내 필요 |
데이터가 말하는 본질은 명확했다.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경사로 하나를 덧대는 수준의 ‘시혜적 접근’으로는 관광 약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이동 수단 간의 환승, 현장 매뉴얼, 디지털 정보가 끊어짐 없이 사슬처럼 엮이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유니버설 서비스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Ⅳ. 제언: 청소년 주도 풀뿌리 운동이 지역사회에 던진 울림
표선고등학교 이끼동아리의 발자취는 우리 사회 복지 현장과 거버넌스에 매우 귀중한 방법론을 던져준다.
1. 문제의 발견 : 일상적인 삶의 터전인 고향 바다를 걸으며 “왜 장애인 친구 들은 저 아름다운 모래사장에 함께 발을 디딜 수 없을까?”라는 본질적 질문 을 던졌다.
2. 현장 실증 : 책상머리 토론에 머물지 않고 현장으로 나가 적응형 서핑이라 는 혁신적 도구를 직접 기획하고 실증해 내며 장벽을 무너뜨렸다.
3. 제도적 확장 : 공공 행정, 학계, 민간 기업, 해외 전문가를 한자리로 엮어내 는 국제포럼을 직접 주최함으로써 지역의 담론을 글로벌 의제로 발전시켰다.
4년 전 마주했던 조심스러운 불안은 이제 흔들리지 않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장애가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는 세상”은 책 속에 박제된 먼 미래의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것은 청소년들이 바다에서 쏘아 올린 파도를 타고, 지금 우리의 현실 속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가장 눈부신 오늘이다.
척박한 바위틈에 스스로 푸른 융단을 깔아 마침내 숲을 이루는 흙을 만드는 자연의 이끼처럼, 표선고 학생 16명이 놓은 징검다리는 이제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희망의 숲이 되고 있다.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세상’은 먼 훗날의 이상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지금 당장 열어가고 있는 찬란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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