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는 세계, 그 길 위에 장애인의 자리는 있는가: 2026 강릉 ITS 세계총회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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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 강원도 강릉에서 ‘교통 올림픽’이라 불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의 막이 올라 23일까지 닷새간 이어졌다. 1998년 서울, 2010년 부산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열린 이번 총회에서는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 강릉에 세계 90여 개국의 교통 리더들이 모여 미래 모빌리티의 청사진을 그렸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이번 총회가 내건 공식 슬로건이다.
‘이동성을 넘어, 하나 되는 세계(Beyond Mobility, Connected World).’
이 슬로건을 마주하며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설렘과 함께 본질적인 질문이 피어오른다. ‘하나 되는 세계’라는 담대한 선언 속에서, 이동의 자유와 권리를 오랫동안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교통약자, 즉 장애인의 삶과 이동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연결되고 있을까?
중소도시 강릉의 도전과 땀방울, 그 위에 얹는 질문
강릉시가 이번 세계총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열기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은 남다르다. 거대 메트로폴리스와 달리, 강릉과 같은 지방 중소도시는 계절별 관광 교통 체증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배차 간격의 한계, 벽지 노선 소외, 고령화와 보행 인프라의 단절이라는 복합적인 이동 격차를 안고 살아간다.
강릉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도시 전역에 지능형교통체계를 깔고, 벽지 노선 자율주행 마실버스를 실험하며 도시 전체를 미래 교통의 실증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왔다. 단순히 세계적인 메가 이벤트를 치러내는 것을 넘어, 지방 도시가 겪는 이동의 고립을 첨단 기술로 풀어내겠다는 강릉의 집념과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 총회가 제시한 ‘미래 이동성’의 방향성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기술이 아무리 똑똑해지고 차량이 스스로 달린다 한들,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시각장애인, 보행 속도가 느린 이들이 여전히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장벽을 마주해야 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혁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총회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단순한 ‘부가 기능’이나 ‘시혜적 배려’가 아닌, 미래 도시가 갖추어야 할 ‘보편적 기본권’으로 얼마나 무게감 있게 다뤘을까?
총회 이후 무엇을 살펴볼 것인가
총회는 막을 내렸지만, 미래 이동성을 향한 기대와 관전 포인트는 여전히 명확하다.
첫째, 자율주행과 DRT(수요응답형 교통)가 약속하는 ‘문전 연결(Door-to-Door)’의 진정성이다.
차량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기술을 넘어, 휠체어 이용자가 보호자의 도움 없이 홀로 승하차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인터페이스가 얼마나 고민되었는지 궁금하다.
자율주행 셔틀이 승강장 연석에 빈틈없이 밀착(정밀 도킹)하고 램프를 내리는 과정에서, 기술이 인간의 존엄한 이동을 어디까지 책임지려 하는지 그 태도를 확인하고 싶다.
둘째, 스마트 인프라가 품어내는 보행의 다정함이다. 차량의 속도를 높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효율 중심의 ITS를 넘어, 보행 약자의 걸음걸이에 맞춰 신호 시간을 유연하게 늘려주는 스마트 횡단보도나, 단차와 요철을 피해 안전한 길을 비춰주는 보행 내비게이션 기술이 과연 도심 도로 위에 얼마나 촘촘히 설계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셋째, 디지털 전환이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는 ‘포용적 연결’의 고민이다.
앱으로 부르고 결제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이 눈부시게 발전할수록, 정보 접근성이 취약한 이들은 이동의 출발선에서부터 밀려나기 쉽다. 전 세계 석학과 기업들이 모였던 이 자리에서 디지털 격차를 메우기 위한 표준화와 공공의 책임이 얼마나 깊이 있게 토론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가장 느린 걸음과 함께 달리는 미래를 기다리며
기술의 진보는 늘 눈부시다. 도로 위를 날아오를 듯한 UAM과 화려한 자율주행 콘셉트카가 쏟아져 나오는 풍경은 그 자체로 미래를 앞당겨 놓은 듯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모빌리티 혁신의 완성은 속도나 마력에 있지 않다. 그것은 가장 느리게 걷는 이의 발걸음, 가장 낮은 곳에서 구르는 바퀴의 궤적을 인프라가 얼마나 세심하게 보듬어 안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강릉시의 뜨거운 열정과 헌신으로 열린 이 축제의 장이 단지 첨단 장비의 쇼룸으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닷새간 이어진 수많은 학술 세션과 토론, 기술 시연을 바탕으로, 장애인과 이동약자의 권리가 미래 도시를 떠받치는 가장 단단한 주춧돌로 호명되기를 기대한다.
총회가 끝난 뒤에도 그 길 위에 새겨질 ‘모두를 위한 다정한 연결’의 증거들을 마주하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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