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만들어가는 다음 걸음
416호 독자모니터링
본문
<함께걸음> 416호 독자모니터링은 하석미 님께서 함께해주셨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휠체어 여행작가이자 방송 리포터, 장애인권·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하석미입니다. 현재 한국무장애관광연구센터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약 20년 전,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장애인이 참고할 만한 여행 정보를 찾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을까?’, ‘장애인 화장실은 있을까?’ 같은 궁금증에 답해주는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가보고 경험한 이야기를 하나씩 기록하고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20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휠체어를 타고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관광지와 교통시설, 축제 현장의 접근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좋은 풍경과 사람들, 아쉬웠던 점과 달라져야 할 부분을 글과 방송, 강의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여행의 설렘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직접 길을 다니며 장애인의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따뜻하고 솔직하게 전하겠습니다.
Q. <함께걸음>을 처음 접한 건 언제였나요? 독자님이 함께걸음을 구독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함께걸음>을 처음 접한 지도 어느덧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장애와 관련해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우리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되는 매체입니다.
일반 뉴스에서는 장애 관련 소식이 짧게 소개되거나 사건 중심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함께걸음>은 장애인의 삶과 권리, 제도와 정책, 문화와 일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 걸음 더 들어가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 좋습니다. 장애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그 안에 담긴 현실과 의미까지 살펴볼 수 있어, 궁금했던 점을 해소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른 장애유형과 당사자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도 <함께걸음>을 읽는 이유입니다.
저는 장애인권과 장애인식개선 강의를 다니면서 장애당사자와 가족, 기관 종사자, 학생, 시민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의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분께 <함께걸음>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장애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아직 장애가 낯선 사람에게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를 만나고 새로운 시선으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Q. <함께걸음> 7·8월호에서는 ‘장애청년 네 명에게 물었다. 이번 여름, 어디서 놀아요?’와 ‘국제사회 정신건강 개혁의 전환’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기획기사에 대한 독자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A. 기획기사 가운데 특히 「장애청년 네 명에게 물었다. 이번 여름, 어디서 놀아요?」를 무척 새롭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기사를 읽다가 예전에 방송에서 해외 여행지를 소개하려 했을 때 한 PD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도 해외여행을 자주 못 가는데 장애인들이 어떻게 해외여행을 다니느냐”며 해외여행 이야기는 다루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오래도록 답답함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사에서는 수다를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미국, 칠레, 독일, 일본, 대만은 물론 여수와 강릉까지 여러 여행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장애청년들은 이미 우리나라 곳곳을 넘어 세계를 누비고 있는데, 왜 아직도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을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어 생각하는지 묻게 됐습니다. 기사 속에서 “수다가 어디로 튈지 궁금해졌다”고 했는데, 저 역시 다음에는 어떤 여행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하며 즐겁게 읽어 내려갔습니다.
‘깊은 휴식과 얕은 휴식’이라는 표현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장애인에게도 여행은 늘 도전이거나 극복의 과정일 필요가 없습니다. 때로는 깊이 쉬고, 때로는 가볍게 바람을 쐬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휴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그동안 장애인의 여행을 이야기할 때는 이런 평범한 욕구가 자주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친구들을 먼저 꾀어 여행을 제안하고, 자신을 여행의 ‘엔진’이라고 표현한 청년들의 모습이 참 반가웠습니다. 장애인은 여행에서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처럼 그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꾀실 건데”, “내가 엔진인데”라고 말하는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직접 만들고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여행을 가고 싶으면 주변 사람들을 먼저 꾀는 편이라 더욱 공감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할 때 플랜 B와 플랜 C까지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적극적이고 든든하게 느껴지는 한편,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성격의 차이도 있겠지만, 장애인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접근 가능한 숙소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여러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는 이렇게 몇 가지 대안을 꼼꼼히 준비하지 않아도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각장애인인 강주은 님이 여행 필수품으로 손전등을 챙긴다는 이야기도 새로웠습니다. 숙소를 예약할 때 장애인 객실 사진을 요청하고, 같은 숙소라도 여러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한다는 방법 역시 실제 여행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였습니다. 장애인에게는 저렴한 항공권을 구하는 것보다 휠체어나 보장구가 안전하게 운반되는지,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에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우리에게 보장구의 안전은 곧 여행자의 안전이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여행과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여행을 이야기하는 대목도 오래 남았습니다.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던 경험, 독일에서 버스를 타며 단 한 번도 승차 거부를 당하지 않았던 경험이 ‘최고의 여행’으로 꼽혔습니다. 비장애인에게는 하고 싶으면 예약하고, 버스가 오면 타는 너무나 평범한 일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에게는 그런 일상이 최고의 기억이 됩니다. 기사 속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런 게 좋다고 말하는 게 슬프다”는 말에서, 제가 여행을 시작했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도 느꼈습니다.
“왜 장애인의 여행은 완벽하게 편한 곳에 가야만 한다는 것이 기본값인가?”라는 질문도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편의시설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청년들이 말한 것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상버스가 있어도 기사가 승차를 거부하면 탈 수 없고, 작은 턱이 있더라도 함께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저는 관광지 종사자들을 만날 때마다 시설뿐 아니라 사람의 태도, 즉 ‘정서적 배리어프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젊은 청년들 역시 여전히 같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하기 위해 사전에 답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상과 여행이 늘 쉽지만은 않겠지만, 장애인은 가고 싶은 곳보다 갈 수 있는 곳을 먼저 찾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여행에 대한 욕망과 취향은 사람마다 다른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선택지가 먼저 좁아지는 현실은 달라져야 합니다.
앞으로는 장애인에게 “어디에 갈 수 있나요?”라고 묻기보다 “어떤 여행을 좋아하세요?”,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라고 자연스럽게 물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고, 친구를 꾀고, 계획을 세우며 세상을 누비는 젊은 장애청년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읽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Q. 이번 호(7·8월호)에서 흥미롭게 읽은 코너 또는 기사는 무엇인가요?
A. 이번 호에서는 「‘망상할 권리’부터 ‘병원 공식방문관’까지… 권리 중심 정신건강 체계가 던진 과제」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망상할 권리’라는 말이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망상에도 권리가 있다는 뜻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사를 읽어보니 망상을 옹호하거나 치료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신장애인을 병리화하고 통제하거나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봐 온 기존의 정신건강 체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말이었습니다.
“사람을 어디에 가둘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정신장애인을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의사를 가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만을 답으로 삼기보다, 지역사회에서 존엄과 자율성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자의 입원’이라는 표현도 이번 기사를 통해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법적 절차에 따라 입원하게 되는 것을 과거에는 주로 ‘강제입원’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당사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뜻을 담아 ‘비자의 입원’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다만 명칭이 달라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입원이 결정되는 과정과 입원한 이후에도 당사자의 의견과 권리가 실제로 보장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리는 증명해야 얻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보장받는 것”이라는 말에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제가 장애인 인권을 이야기할 때마다 강조해 온 내용과도 닿아 있었습니다. 장애인이 자신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증명해야만 권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정신장애인 역시 자신의 경험이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를 빼앗기거나 통제받아서는 안 됩니다.
호주의 ‘공식방문관’ 제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병원과 독립된 사람이 병실 문을 두드려 입원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가족과 연락할 수 있는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를 살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권익옹호가 입원이 적절했는지를 심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원한 뒤에도 그 사람이 여전히 권리를 가진 시민임을 확인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도 생겼습니다. 정신장애인 중에는 휠체어나 보행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장애를 함께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의 현실은 정신건강 체계를 논의할 때 얼마나 함께 다뤄지고 있을까요? ‘망상할 권리’를 비롯한 권리 중심의 논의 안에서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정신장애인의 경험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병실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문을 두드려 주길 기다리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정신장애인은 접근 가능한 병원 자체를 찾지 못해 그 문 앞까지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출입구에 계단이 있거나 장애인 화장실과 이동 가능한 병실이 없다면 치료와 지원이 필요해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익숙한 거주 공간에서 혼자 힘든 시간을 견디거나, 가족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병원에 들어간 뒤의 권리뿐 아니라 병원과 지역사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 접근권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신건강 개혁은 병원을 더 잘 운영하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기사의 결론에 공감합니다.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필요한 순간에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만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바꾸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 변화 안에는 다양한 신체 조건과 복합적인 장애를 가진 정신장애인도 빠짐없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망상할 권리’라는 낯선 말에서 시작해 권리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기사였습니다.
「카약, 스쿠버다이빙, 서핑… 장애인은 어디서 강습해야 할까」 기사도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해양스포츠 프로그램은 넘쳐도 장애인 참여 정보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장이 지금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여행을 다니며 카약이나 요트, 서핑 같은 해양스포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의 운영 시간과 비용, 준비물은 자세히 나와 있어도 휠체어를 타고 선착장이나 해변까지 갈 수 있는지, 장비로 옮겨 탈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활동지원사나 동행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지는 거의 안내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장애인이 직접 여러 곳에 전화해서 자신의 장애 상태와 필요한 지원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합니다.
어렵게 장애인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찾더라도 마음 놓고 다음을 기약하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운영했던 프로그램이 다음 해에는 사라지기도 하고, 한 번의 체험 행사로 끝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일정이 맞지 않으니 다음에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다시 찾아보면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져 아쉬웠던 적도 있습니다. 장애인 해양스포츠가 일회성 행사나 특별한 체험으로 그치지 않고, 원할 때 꾸준히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기사에 소개된 화성시 장애인 요트체험과 김포 아라마리나의 딩기요트·카약 등은 저도 직접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장애인 전용 프로그램뿐 아니라 일반 프로그램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받아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가웠습니다.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곳에 모아 종목과 지역, 운영 기간, 비용, 접근 방법, 지원 인력, 동행자 참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참여 가능’이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같은 휠체어 이용자라도 몸의 움직임과 필요한 지원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이나 대중교통에서 체험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휠체어에서 장비로 옮겨 타야 하는지, 이동을 돕는 장비와 인력이 있는지, 장애인 화장실과 탈의실을 이용할 수 있는지까지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장애인이 매번 전화해서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운영기관이 먼저 이런 내용을 안내해 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물에 들어가 속도와 바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이고, 누군가에게는 휴식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이어가고 싶은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기사는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한데 모아 실제 문의할 수 있는 기관과 연락처까지 알려줬다는 점에서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정보가 한 번 소개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계속 운영되는지와 실제 장애인 참여 경험은 어땠는지까지 이어서 전해주면 더욱 유용할 것 같습니다.
Q. <함께걸음>이 보다 장애당사자와 기관 종사자,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보완해 나가면 좋을까요?
A. <함께걸음>은 일반 언론에서 짧게 지나치기 쉬운 장애 문제를 당사자의 목소리로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 깊이는 지키면서, 좋은 기사가 더 많은 사람에게 쉽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먼저 장애당사자의 삶을 보여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사자가 직접 질문하고 취재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기사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장애 유형이나 나이, 성별, 사는 지역에 따라 경험은 모두 다릅니다. 특히 여성장애인,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고령장애인, 중복장애인과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목소리처럼 상대적으로 덜 들려온 이야기도 꾸준히 담아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나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으로만 그리지 않고, 각자의 취향과 욕망, 관계와 일상을 가진 사람으로 보여주는 기사도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기사에서 문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계속 확인해 주는 후속 보도도 필요합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이동권 문제는 언론에 보도된 뒤 잠시 관심을 받다가 잊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적된 문제가 실제로 개선됐는지, 제도와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시 찾아가는 기사가 있다면 당사자에게는 변화의 과정을 확인하는 힘이 되고 기관 종사자와 시민에게는 실천 방법을 알려주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기관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도 조금 더 있었으면 합니다.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만 전달하기보다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지원을 거부할 때 어떻게 의사를 확인할 것인지, 사생활과 안전이 충돌할 때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 무심코 사용하는 말이 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는지를 당사자의 경험과 함께 다루는 방식입니다. 좋은 사례뿐 아니라 실수했던 경험과 그 이후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솔직하게 소개한다면 현장에서 훨씬 공감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여행 분야에서도 단순히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동 방법과 경사도, 장애인 화장실, 숙소, 보장구의 안전,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처럼 실제로 여행을 결정할 때 필요한 정보가 함께 제공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에게 어디에 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어떤 여행을 좋아하고 어디에 가고 싶은지를 묻는 기사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기사의 접근성도 중요합니다. 긴 기사는 핵심 내용을 먼저 볼 수 있도록 쉬운 요약을 함께 제공하고, 이미지에는 대체 텍스트를 넣으며, 발달장애인과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쉬운 글도 꾸준히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기사 내용을 카드뉴스나 짧은 영상, 음성 콘텐츠 등으로 다시 만들어 온라인에서 나눈다면 잡지를 잘 모르는 시민에게도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내용을 지나치게 줄이기보다, 짧은 콘텐츠를 통해 관심을 갖게 한 뒤 깊이 있는 본문으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면 <함께걸음>만의 강점도 잘 살아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가 기사에 의견을 보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의견이 다음 기획과 취재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와 장애당사자가 제안한 주제를 모아 정기적으로 기사화하거나, 기사에 등장한 당사자와 독자가 다시 만나 이야기를 이어가는 자리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함께걸음>이라는 이름처럼 장애당사자와 기관 종사자, 시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따로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다음 걸음을 만들어가는 매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생활 속에서 장애와 관련해 불편하거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직장, 공공장소, 대중교통, 관계 등에서 겪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A. 저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며 여행하고 강의를 다니다 보니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 여러 불편을 자주 마주합니다. 요즘 제가 가장 많이 느끼는 문제는 편의시설이 아예 없는 것뿐 아니라, 설치되어 있어도 장애인이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키오스크에서 ‘접근성 기능’이라고 표시된 버튼을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사용해 보려 했지만, 정작 그 버튼이 화면 위쪽에 있어 제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접근성을 위해 만든 기능인데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키가 작고 팔이 짧아 전동휠체어에 앉은 채로 화면을 조작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제한적입니다. 버튼 하나를 만들더라도 누가, 어떤 자세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당사자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설치 여부를 점검하는 데서 끝나면 실제 생활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장애인 화장실도 비슷합니다. 문에 장애인 표시는 있지만 안에 물건이 쌓여 있거나, 비상벨과 세정 버튼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설치된 경우가 있습니다. 축제장에서는 여러 장애인 화장실의 변기 세정 장치가 페달식으로 되어 있어 발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은 물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휠체어를 옮겨 앉을 공간이 부족하거나 등받이와 안전손잡이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안내만 믿고 갔다가 사용할 수 없을 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외출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대중교통 역시 차량이나 설비만 갖춘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상버스가 와도 운전기사가 승차를 거부하거나 경사판 사용을 부담스러워하면 탈 수 없습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제 전동휠체어가 안전하게 실릴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기종이나 화물칸 높이 때문에 갑자기 탑승 계획을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비장애인은 시간과 가격을 먼저 살펴보지만, 휠체어 이용자는 ‘나와 휠체어가 안전하게 탈 수 있는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동수단이 있어도 사람의 태도와 운영 방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동권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장벽도 있습니다. 장애인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가능한 방법을 함께 찾기보다 “위험해서 안 된다”,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어렵다”는 답부터 돌아올 때가 많습니다. 장애인을 걱정한다는 이유로 선택의 기회까지 막아버리는 것입니다. 도움을 주기 전에는 당사자에게 필요한지, 어떤 방식이 편한지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제가 바라는 변화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만들 때 실제 사용자의 몸과 움직임을 기준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고쳐가는 것입니다. 시설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당사자가 처음부터 참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보기보다, 자신의 일과 관계와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대했으면 합니다.
경사로 하나, 낮은 버튼 하나, 먼저 묻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외출을 가능하게 하고 여행을 계속하게 합니다. 장애인이 특별한 용기를 내지 않아도 일하고, 만나고, 쉬고, 여행할 수 있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글. 하석미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