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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장애인교원의 현실, 꼭 개선이 필요하다

[기획]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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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2019년 9월호 ‘함께 하는 우리(현재는 ’장애, 한 걸음‘)’ 코너에서는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아래 장교조)”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서두에는 막 창립한 장교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교사들이 별도의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최초의 사례라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의 관련 자료에도 없을 정도로 의미 깊은 장교조가 2019년 7월 6일 공식 출범한 지 어느덧 3년의 시간이 지났다.
 
출범 후 본격적으로 활동의 영역을 넓혀 가려던 시기에 닥쳐온 코로나19 바디러스 감염사태로 인해 대면 행사를 전혀 하지 못했던 장교조는, 출범 후 3년이 흐른 뒤인 지난 7월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교조 출범 3주년 기념식에서야 처음으로 대면 행사를 했다. 
 
세계적으로도 최초이면서 이제 대면으로도 더욱 활동을 넓혀 갈 장교조의 김헌용 위원장을 만나 3년동안 장교조가 걸어왔던 길, 그리고 장애인교원들의 근무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먼저 출범 3주년을 맞아 장고죠의 활동을 통해 달라진 점이 없는지 궁금했다.
 
김헌용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은 많지 않은데 교육부와 교섭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공무원들을 만났고 교육청 장학사들도 만났고 국회 국정감사에도 나가서 발언도 했습니다. 그리고 교육감 선거 때 후보들에게 정책제안서도 전달하면서 학교 현장에서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제안을 직접 할 수 있었다는 게 의미있었습니다. 또 올해는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게 있습니다. 국가시책사업으로 장애인교원 근무 전용 여건 조성을 위한 정책연구입니다.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은 어떤 변화가 생기는 단계라기보다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제반조건을 만들고 있는 시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많은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장애학생의 수업 참여를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에서 여러 가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서 또 생각해 볼 수 있는게 바로 비대면으로 수업을 할 경우 장애인교원의 수업권은 제대로 보장이 되는지 여부다.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면서 웹 접근성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교원이라면 많은 불편함이 뒤따를 텐데, 코로나19 사태에서 장애인교원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이나 지원은 없었던 걸까?
 
김헌용 “없었습니다.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많은 고충이 있었습니다. 학교라는 곳이 교육부나 교육청보다는 학교에서 교장·교감 등 여러 인력들을 통해서 진행되는 것들이 많아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처럼 전국 단위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발생하면 교육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장애학생 같은 경우에는 특수교육정책과나 특수교육원 같은 라인을 통해서 특수교사들이 긴급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는데, 장애가 있는 교사 같은 경우에는 지원인력과 함께 임시방편으로 적응해온 것 같아요. K-에듀파인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접근성이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는데, 코로나 초기 몇 달을 거치면서 길게는 일년간 서서히 나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K-에듀파인은 교사들이 공유하여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2020년부터 개통을 하게 되었는데 개통 과정에서 시각장애인 교사의 웹 접근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함께걸음> 2020년 2월호에서도 표지에서부터 K-에듀파인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K-에듀파인의 접근성에 대한 어려움으로 <함께걸음>에 인터뷰했던 권유진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권유진 “저는 K-에듀파인이 들어오면서, 진짜 심정적으로 너무 큰 절망감을 느꼈어요. 제가 시각장애교사라는게 정말 슬펐다는 거예요. 교사생활 오 년차인데, 이제야 저는 기존의 업무포털시스템에 익숙해졌거든요. 오년 만에 비장애교사들과 업무처리 속도가 거의 비슷하게 가능해졌다는 거죠. 하루에 많게는 여덟 가지나 되는 공문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바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떠오른 건 ‘아, 나는 또 신규로 돌아가는구나’였어요. 다시 처음부터 그 모든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하잖아요. 제가 시각장애라는 소수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요? 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출처 : <함께걸음> 2020년 2월호)
 
 
 
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
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
 
 
 
김헌용 “처음엔 장애인교원의 접근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가 장교조에서 문제제기를 하면서 시각장애인 10명 이상으로부터 자문을 받으면서 개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계속 업데이트를 해서 사용할 수 있게는 되었는데 애초에 K-에듀파인의 접근성이 잘 구현되지 않던 플랫폼이라서 불편합니다. 또 내년부터 개통할 차세대 사업이 있는데, 아직 개통 전이지만 이것 역시 장애인의 접근성을 갖추기 위해서 소통 중입니다. 아직 원활하지는 않아요. 향후 1년 동안의 활동이 중요할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장애인교원의 현실은 참 ‘웃픈’ 것 같다. 교사로 임용되면 연수과정을 거치게 될 텐데, 신규교사는 이 연수에서 교사로서 업무나 행정 등을 배우며 준비하게 된다. 꼭 연수가 아니더라도, 꼭 교사가 아니더라도 처음 직업을 가지게 되는 사람은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3개월의 수습기간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장애인교원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길게는 일년. 발령이 되면 바로 근무를 해야 하는데, 학교와 같은 현장에서 일년 동안 장애인교원을 기다려주는 게 아니라 장애인교원이 빠르게 업무에 적응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장애인교원을 위한 근무요건과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 그런데 슬프게도 대한민국의 교직 현실은 아직 거기까지 오지 못했다. 
 
김헌용 “이젠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도 장교조를 통해 장애인교원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교원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는 큰 변화가 없고, 예산과 같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또 장애인교원 전담부서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미정입니다. 2021년 교육부장관이 약속했고, 올해 교육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설치 제안이 넘어간 상태에서 행정안전부가 검토 중인 단계입니다. 조직과 예산이 생겨나면 구체적인 편의지원이 조금씩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교원 전담부서는 장애인교원에 대한 편의지원을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곳이다. 행정안전부에서 통과해서 정말 설치가 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장애인교원의 근무에 대한 편의지원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까? 교사라면 수업, 담임, 행정이라는 세 가지 업무영역이 있는데, 여전히 장애인교원은 담임과 행정 두 영역에서 많은 배제를 받고 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말한다. 나머지 영역인 수업에만큼은 즐겁게 임하고 있다고. 
 
김헌용 “수업은 법적으로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고, 담임이나 행정업무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장애인교원이)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지원인과 같은 지원인력이 있더라도 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담임, 행정업무는 접근성이 갖춰져야 성적 처리, 생활기록부 등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 지원인력을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고, 담임 업무도 미성년자 학생 생활지도, 진로상담, 학부모 응대 같은 부분은 지원인력이 대신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접근성을 위해 갖춰져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인식을 포함해서요.”
 
김 위원장에게 학교에서 장애인교원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원활한 근무환경을 위해 필요한 것을 알려달라고 했다.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장애물 없는 환경 조성, 점자보도블록 설치, 정보접근권, K-에듀파인 등 온라인에의 접근성 개선, 문자통역 및 수어통역 제공, 지원인력과 보조공학기기 지원, 인사상의 차별 금지, 장애인교원에 대한 인식개선, 접근가능한 교과용도서 제작까지. 
 
한 마디로 장애인교원의 근로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장애인교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이 이제야 활동한 지 3년에 접어들었다. 세계적으로도 최초라는 장교조의 활동을 통해 이제부터라도 장애인교원의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을 당당히 요구하고 또 그것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 그래서 장애인교원들도, ‘교사’를 꿈꾸는 장애인들도 근로여건을 걱정하지 않고 행복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장교조를 <함께걸음>도 응원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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