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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에 대해서 아시나요?

장애계, 우리도 있다

본문

 
<함께걸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없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더불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는 언론이다. 이에 사회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는 잘못 이해되고 있는 사례를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되는 데에 소중한 한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코다이다.
 
 
나는 코다인가?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찾을 수 있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이다. 이들은 음성언어보다 수어를 먼저 익히며, 어렸을 때부터 수어를 통해 부모와 의사소통을 한다. 청각장애인 특유의 문화인 농문화와 비장애인의 문화인 청문화에 모두 익숙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가교 역할을 하며, 청각장애인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위 사전적 정의를 모두 충족하는 사람을 코다라고 한다면, 반대로 위 사전적 정의에서 열거하고 있는 내용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코다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코다라고 생각하는, 코다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다의 사전적 정의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정OO “우리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고 저는 비장애인이에요. 그래서 저는 코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사전적 정의에서 뒷부분을 보면 코다는 농문화와 청문화에 모두 익숙하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이지만 수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셔서 저도 처음 배운 언어가 음성언어이고, 수어는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어요. 제가 청각장애인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지도 않은데, 그럼 저는 코다가 아닌 걸까요?”
남OO “저는 부모님 중 한분만 청각장애인이에요. 부모님은 수어를 사용하지 않으시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코다의 사전적 정의에서 어느 하나 해당되는 게 없죠. 그런데 부모 중 한쪽만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병원 등을 이용할 때 지원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그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코다에 대한정의를 조금 더 명확히 하고 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수어를 주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는 부모를 따라 자연스럽게 음성언어보다 수어를 먼저 배우게 된다. 그리고 어린이집 등에서 교육을 통해 음성언어를 배우고 청문화도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부모에게서 농문화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청문화를 배우면서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전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코다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양성과 다름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이 사전적 정의만으로 코다를 정의하는 것은 이제 한계가 있다. 위 두 사람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청각장애인 부부라고 해도 반드시 수어를 주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구어를 할 수도 있고 필담을 할 수도 있다. 인공와우 등 예전보다 발전한 의학을 통해 음성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청각장애인 부부도 있다. 이러한 청각장애인 부부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며 오히려 청문화에 더 익숙할 수 있다. 그럼 부부의 비장애인 자녀 역시 청문화에 더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하게 된다. 
 
코다와 관련하여 실제 코다가족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기관 두 곳을 방문하여 담당자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가족역량강화팀 김형진 과장과 청음복지관 가족사례지원팀 김민상 팀장과 조율빈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형진 “사전적 정의로 봤을 때는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비장애인인 경우 코다인데, 최근에는 이 정의가 사회적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미국의 경우 단순히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의 비장애인 자녀를 코다라고 정의내리지는 않아요.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코다를 보고 있어요. 주로 수어를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청각장애인 자녀가 태어났는데, 그 자녀가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음성언어를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하면 이를 코다라고 보고 있어요. 이렇게 사전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가 다르게 가고 있는데, 여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어요.”
 
미국은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의 비장애인 자녀뿐만 아니라 자녀가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도, 그 자녀가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의사소통의 방식이 음성언어와 수어가 충돌하는 경우 코다의 가족으로 본다는 것이다. 
 
조율빈 “우리 사회에서 코다가 아직은 제한적으로 알려져 있고 코다라는 집단을 만나기도 어렵잖아요. ‘나 코다야’라고 대외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잘 없을 뿐더러 뭔가 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희 기관은 부모 중 한 분만 청각장애인이거나, 청각장애인 부부의 자녀가 두 명인데 한 명은 비장애인, 한 명은 청각장애인인 경우에도 코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코다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하고 있는데,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건청인 자녀’라고 프로그램 담당자로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 중 어느 한쪽이라도 청각장애인이라면 코다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진 “저희 기관에서 독서 멘토링 사업을 하는데, 주 양육자가 청각장애인 어머니지만 건청인 아버지인 부모의 비장애인 자녀가 신청을 했어요. 이 경우 사전적 정의로는 부모 중 한쪽만 청각장애인이니까 코다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되더라도 주 양육자인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부모 중 한쪽만 청각장애인이더라도 코다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다에 대한 정의를 문화적 부분과 의사소통의 방식을 중심으로 두고 범주를 넓혀서 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의 경우, 코다 관련 사업의 신청을 받을 때 부모 중 한쪽만 청각장애인인지 부모 모두 청각장애인인지 꼭 확인한단다. 그 두 경우 아이들의 학습지도나 받아들이는 정도가 현저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적 의미의 코다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와 의사소통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는 사회적 정의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다르게, 즉 코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진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청각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지원 필요
정OO “우리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지만 수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농아인협회나 수어통역지원센터 같은 곳으로부터 통역지원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어요. 한번은 부모님이 다른 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는데, 버스 안의 안내방송에서 나오는 소리를 못 들으시잖아요. 그래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기 어려우니까 그냥 안 가려고 하셨어요. 결국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제가 같이 다녀왔어요. 사실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이렇게 이동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까 청각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가 꼭 제공되어야 한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회 전반적으로 청각장애인은 이동이나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으니까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너무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남OO “하루는 엄마가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날이 있었는데, 엄마는 수어를 사용하지 않으시고 구어를 주로 하시는데 요즘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잖아요. 병원에 가시면 접수부터 진료에 이르는 과정에서 의사소통과 통역 등을 제가 옆에서 지원해 드려야 해요. 자연스럽게 엄마가 병원에 가는 날처럼 제가 동행해야 할 때가 생기면, 제 개인 일정은 모두 멈춰 버려요. 그래서 저는 수어를 주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수어통역이 지원되는 것처럼, 구어나 필담 등의 방법으로도 의사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에 맞춰진 통역지원도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청각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과 수어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의사소통 방법에 따라 통역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앞서 코다의 사전적 정의가 가지는 문제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수어를 주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농문화에 익숙한 청각장애인이라면 농아인협회나 수어통역지원센터를 통해 통역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엄연한 사전적 의미의 코다에 완전히 포함되지 않는, 즉 농문화와 수어에 익숙하지 않은 청각장애인 가정은 청각장애인이면서도, 코다에 충분히 해당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는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형진 “부모가 청각장애인인 경우 수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있어서 신체적·병리적 관점으로 보면 코다는 맞아요. 맞는데 결국 소통으로 봤을 때는 수어로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활동지원사보다 의사소통지원사가 필요한 거예요. 그럼 수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이라도 문자나 구어 등 어떤 것이든 원활한 방법으로 옆에서 의사소통을 지원해줄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활동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고 의사소통에 대한 부분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수어통역이 많이 노출되면서 조금씩 생각들이 변하고 있는 시점인 것 같아요.”
 
김 과장에 의하면, 일본의 수어통역센터가 의사소통지원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센터의 이름은 ‘수어통역센터’지만, 통역을 신청한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에 맞는 통역사가 파견된다는 것이다. 즉 반드시 수어로만 통역을 하는 게 아니라, 구어나 필담 등의 방법으로도 통역이 지원된다. 이처럼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식에 중점을 두는 접근은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하다.
 
 
김민상 “사실 현재 혼자 살고 있는 청각장애인 중에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활동지원사가 수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 부분이 좀 아쉽죠. 그래서 활동지원사를 지금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 관련 프로그램 운영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사는 청각장애인에게만이 아니라 코다 가정이나 다양한 경우의 청각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면 위 사례처럼 불편함이 조금은 개선될 것 같아요.”
 
 
코다도 사회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현재 우리 사회는 코다보다는 청각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이슈가 훨씬 더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 때 수어통역의 크기 확대, 대통령의 연설 때 대통령 바로 옆에 수어통역사 배치, 청각장애인의 금융서비스 이용 때 수어통역의 제공 등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사회의 흐름에 따른 코다의 명확한 정의, 생애주기별로 코다에 대한 지원과 인식개선 등도 꼭 필요하다. 부모가 청각장애인인 경우 코다에게 음성인어나 학습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코다는 부모보다 세상을 먼저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부모를 멀리 하려고 함으로 인해 가족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형진 “그래서 저희 기관에서도 코다의 생애주기에 맞는 방법으로 접근을 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다 가정에 있어서 형제자매 간 프로그램, 청각장애인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 가족 전체의 유대감이나 의사소통을 향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서 가족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부분이 가족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보니 코다만을 위한 것은 아동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청소년기나 성인기 코다는 주로 활동하는 곳이 학교나 사회잖아요. 이 부분까지 다 접근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까, 정부 차원에서도, 또 사회에서도 코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
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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