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장애인의 삶을 위한 또 하나의 발걸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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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장애인학대의 심각성이 알려지게 된 것은 2014년 신안 염전 장애인학대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 후 서울, 청주 등 여러 곳에서 발생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학대 사건들과 최근의 특수학교에서의 장애인 아동의 학대까지 일련의 학대 사건들은 사회적⋅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가정, 시설,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학대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및 장애인 관련 학계가 장애인학대에 대한 논의와 정책은 아직도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장애인학대와 관련된 논의는 크게 학대예방과 학대피해장애인(이하 ‘피해장애인’)들의 응급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상응해서 그동안 정부와 장애인 단체들은 피해장애인의 학대사례 발견과 구출에 중점을 두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해 많은 장애인들이 가정과 시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학대를 경험하고 있었기에 그 장애인들을 학대 현장에서 우선 발견해 벗어나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리고 학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그 결과 장애인의 인권침애와 학대문제는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됐고 장애인관련기관 종사자들의 정기적인 인권교육과 아동학대신고의무와 같은 정책으로 이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장애인의 응급지원 및 회복지원을 위한 기관들이 점차 체계화됐다. 그것의 예로는 장애인복지법 제59조(2015년 개정안)을 근거로 설치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중앙 1개소 및 지역 기관 18개소)과 2015년부터 시범 운영돼 현재 전국에서 6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학대피해장애인 쉼터’를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는 공동모금회의 사업으로 쉼터를 2016부터 2018년까지 위탁 운영해 현재까지 30여명의 피해장애인을 지원했고 그 중 12명의 피해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자립하는 수준까지 이어졌다.
이와 같이 학대예방과 피해장애인의 응급지원에서의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피해장애인들의 최종목표인 ‘지역사회에서의 참여와 자립’에 관한 시스템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즉 학대피해장애인의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세가지 요소-학대예방과 발견, 학대피해장애인의 회복지원 및 응급지원, 그리고 지역사회 자립-가 하나의 과정 안에서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피해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참여를 위한 지원방안에 관한 논의와 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의 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보건복지부와 ‘학대피해장애인의 삶의 변화에 관한 질적연구(2018)’에서 피해장애인들의 긍정적 인식변화-권리와 학대에 관한 인식 증가, 일상생활능력 향상, 사회적 능력 향상, 자립생활에 대한 가능성 향상 등-에도 불구하고 쉼터에서 퇴소 이후 자립생활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다양한 어려움(예: 새로운 직장에서의 문제, 세탁, 요리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 여가활동의 부재로 인한 단순한 일상의 흐름, 이성교제 및 성적 요구 충족의 어려움 등)을 언급한 것을 들 수 있다.
피해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의 요구와 필요성은 학대경험이 없는 장애인들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관한 요구와는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학대피해의 심각성이다. 피해장애인들의 많은 수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 경험을 반복적이고 장기간 경험하기에 정서적,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학대에 대한 트라우마는 때로는 긴 ‘회복’과정을 필요로 하기도 하며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둘째, 학대를 경험하는 동안 사회와 ‘단절’된다는 점이다. 장애인 학대에 관한 연구와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많은 피해장애인들은 사회적 접촉이 차단된 곳에서 학대를 경험했다. 물론 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장애인들도 가정과 시설에서 사회와 차단돼 생활할 수 있지만 피해장애인들은 그 차단의 시간과 격리의 정도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셋째, 학대피해에 다시 노출될 가능성이다. 피해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 쉽게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다시 학대피해의 대상이 되거나 범죄에 노출되는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피해장애인들의 학대 경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지원 요구는 학대경험이 없는 장애인들의 자립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학대 피해의 시간과 강도가 크면 클수록 자립생활 지원은 좀 더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물론 피해장애인들의 자립지원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가칭 ‘장애인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전환지원서비스’에 포함시켜 지원할 수도 있다. 다만 지원 내용과 지원 방식은 피해장애인들의 개별적인 요구에 적절하게 제공돼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의 정책위원회는 올해 학대피해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방안에 관한 기초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래서 피해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은 누가 담당할 것이며 또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국내외 사례를 통해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보건복지부와 지난 2년간 수행한 ‘지역사회자립생활을 위한 학대피해장애인 쉼터 운영방안 연구(2017)’와 ‘학대피해장애인의 삶의 변화에 관한 질적연구(2018)’에 이어서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지원 방안을 제시해 피해장애인들도 ‘완전한 사회 참여와 통합’하는데 또 하나의 발걸음을 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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