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현장에서 PCP(사람중심계획)를 실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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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현장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근래 여러 법률이 제정되거나 대폭 개정되고 오랫동안 요청에 그쳤던 제도들이 도입되고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혹자는 장애인복지 변화의 파고가 상당하며 예측불허라고도 한다. 조만간 국정과제로 인해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지거나 특정 서비스가 이전과 유사하지만 다른 형식으로 제공될 수도 있다. 여하튼 이와 같은 법률, 제도, 서비스의 생성과 변화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지원의 당사자가 어디쯤 위치하는가이다.
영국의 자기옹호 연구에 참여한 한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장애와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I won’t think of meself as a learning disability. But I have’라고 응답하였다. 이 응답은 ‘발달장애인 누구’가 아닌 ‘사람 누구’로 존중받기를 원하며, 지원과정에서도 객체가 아닌 주체이고 싶음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아마도 장애 이전에, 서비스 이전에 먼저 사람으로 이해하라는 호소일 것이다. 지난 장애인복지학회의 춘계학술대회에서 사람중심계획(이하 PCP)는 한 주제로 다루어졌으며 당사자와 부모, 학계, 현장 실무자들 모두 높은 관심을 보였다. PCP는 서비스 이용자인 당사자에게 최대한 집중할 것을 강조하는 가치이자 실천 원칙이다. 따라서 PCP(person centered planning)는 서두에서 제기한 당사자의 위치를 대변할 수 있는 타당하고 적절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PCP는 정상화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애썼던 Wolfensberger와 그의 교육생들은 정상화 원리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다 중요한 지점을 발견한다. 정상화를 지역사회에 정착시키려면 기본적으로 현재의 지원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던 이전의 방법 즉 실천가가 당사자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알려주고, 리드하고, 계획서를 구성하고, 과정을 문서로 잘 정리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이렇게 탄생한 PCP의 목표는 장애인당사자가 스스로 원하거나 바라는 것을 찾아내고 전체 과정에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하여 지금보다 나은, 의미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연구자는 PCP를 ‘듣고, 듣고, 듣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복지현장에서 PCP를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상에서 PCP에 입각하여 지원을 제공하려면 무엇보다 다음의 요건을 점검해야 한다. 먼저 지원 전 과정에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당사자를 중심에 두는 사고와 실천을 하려면 우선적으로 관련자들이 PCP를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성에 대해 사고도 변화해야 하며 이용자와의 권력에 대한 진지한 검토도 요구된다.
다음으로, 현장 실천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변화가 재고되어야 한다. 실천가는 더 이상 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를 챙기며, 이용자에게 적절한 것을 결정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그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 등을 관련자들이 오랫동안 함께 고민하도록 끌어가야 한다. 전문가의 역할이 ‘당사자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 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전문가’로서 변화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 간의 불일치한 의견을 조율하고 협상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PCP는 일회에 완성시키는 이벤트가 아니다. 따라서 긴 호흡으로 서비스의 계획과 실천을 장애인당사자의 시간과 속도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PCP를 철학적으로 고찰한 Snderson(2000)은 PCP란 “지속적으로 듣고, 배워나가는 과정이며, 지금 그리고 미래에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과 참여하고 협력하여 실천해 나가야 한다. 많은 회의를 하고 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만이 성과가 아니다. 진정한 성과란 당사자가 바라는 더 나은 삶을 진짜로 갖게 하는 것이다.”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PCP는 이용자의 개별적인 욕구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접근방식이다. 또한 표준화된 절차가 아니라 바람직하고 실제적인 실천이 강조되고 개인의 욕구와 환경변화를 고려한 적극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제공과정에서 이용자의 개별성을 추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5가지 특성은 PCP가 지향할 것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 발달장애인을 계획과정의 중심에 두고 당사자의 욕구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 가족, 친구, 서비스 제공자 등은 계획과정에서 파트너로 참여해야 한다.
- 장애인에게 지금과 미래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 계획은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통합되는데 유용하고, 지원은 지역사회에서 통합되도록 해야 한다.
- 계획은 장애인이 원하는 것을 실천으로 연결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PCP를 적용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성과를 내기란 어려울 수 있다. 영국의 4개 지역은 2년에 걸쳐 93명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당사자가 선호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PCP 이행이 성공적이었다. 또한 근로나 생활환경에서의 선택하는 기회가 많고, 친구들과의 접촉이 활발하며, 1주당 활동 시간이 많을수록, 사회적 관계망의 크기와 촉진자의 이해와 역할 수준도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사람중심계획의 개념과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촉진가(facilitator)가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경우, 전체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거나 지역사회 자원이나 제공기관이 한정적인 것은 실천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조사되었다. 엄밀히 위에서 언급한 요소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지를 장애인복지서비스 현장에서 명확하게 논의하지 못한다면 사람중심계획(planning)과 실천(action)은 성공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한편, 장애인이 지금 하고 싶은 것과 꿈 또는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은 다른 개념이다. PCP는 당장 내가 좋아하거나 원하는 것 등과 같은 단지 즐겁고 재미있는 어떤 것이나 활동을 찾는 게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잘 짜여진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사람중심실천 즉 행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개인을 위한 세심한 생애계획과정인 PCP는 개인이 지역사회로의 평등과 통합을 보장받을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받는 것을 중시하는 사회적 모델에 가깝다. 정상화는 장애인복지의 시작이자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러므로 정상화의 안착을 위해 고안된 사람중심실천은 장애인복지현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할 확실한 이유이자 명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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