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제도, 필요와 우려의 목소리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이건수ㆍ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철웅 기고
본문
지난 8월 4일 법무부는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여,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 제도가 가족이나 의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면이 있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 등을 감안하여,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예를 참고하여 추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흉악범죄의 가해자가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던 과거에도 이들의 ‘치료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취지로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이에 따라 <함께걸음>은 사법입원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이건수 교수와 이 제도의 도입을 우려하는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의 기고를 통해 양측에서 생각하는 ‘사법입원제도의 정의와 형태’부터 재점검하고자 한다. 나아가, 양측에서 주장하는 목소리를 기반으로 합의점을 찾아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한다.
사법입원제도 도입이 필요한 이유 : 사법입원제도 찬성
글.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최근들어 정신질환 관련 흉악범죄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사법입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 대부분 주와 독일, 프랑스 등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해 심신상실 및 심신미약 상태에 있는 사람,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사람, 자해할 위험이 있는 사람들 대상으로 범죄예방을 위해 정신질환 보호의무자, 경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은 법원에 사법입원 신청을 할 수 있으며 법원이나 정신건강 전문가로 구성된 준사법기관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사법입원제도’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치료를 목적으로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사법입원 결정은 1개월 이내에 검사의 의견을 들어 재판장의 재판으로만 취소할 수 있다. 사법입원이 결정된 사람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6개월 간 치료받게 되며, 필요에 따라 6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에 강제입원이 처음 법제화되었다. 그러나 2016년 헌법재판소는 해당 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강제입원 요건이 엄격해진 ‘입원적합성심사제도’가 만들어졌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국립정신병원 5곳에 의사·법조인·당사자 등으로 구성된 기구로, 법률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일정 기간 유지하려면 이곳에서 입원유지가 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강제입원 치료 요건이 갖추어지면, 보호의무자 또는 지자체의 장이 신청하고 정신병원의 장이 입원을 결정한다. 이 결정에 억울한 정신질환자는 인신보호법에 따라 지방법원에 구제신청(수용해제)을 할 수 있다.
현재 강제입원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3가지 절차를 통해서만 허용된다. 첫째 정신질환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보호입원’에 관한 일치된 소견이 필요하다. 둘째 전문의 진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하는 ‘행정입원’이다. 셋째 경찰과 의사 동의로 3일 입원하는 ‘응급입원’이다.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은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강제입원을 강화, 정신질환자의 편견심화,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과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에 악역향, 인적·물적 자원 확보 부족 등을 들고 있다. 또한 강제 입원 문제에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그동안 ‘사법입원제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사법입원제도’가 시행된다면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적합성심사를 가정법원이 전담하게되고, 이로 인해 판사, 재판보조인력, 호송인력 등 인적 및 물적자원 확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중증 정신질환자 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보호, 신체 혹은 재산권의 보호 문제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법원이 주된 역할을 담당하는 ‘사법입원제도’는 시행되어야 한다. 전문의의 진단 과정에서 병인지 정도 및 중증도 판단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의견 충돌, 이해관계인의 부정한 목적의 입원 조치 등의 경우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독일은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국가이다. 강제입원를 결정할 때 전문의의 진단의견를 법적 판단의 기초자료로 삼아서 법원이 최종 결정을 하고 있다.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 강제입원이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입원 집행에 있어서 개별 사안의 규율에 관한 조치들에 대하여 환자는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이는 자신의 권리침해에 대해 자발적 청구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안인득 진주방화살인 사건, 신림동 사건, 서현역 사건 등 중증질환자의 흉기 강력사건 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백화점에서도 중증질환자가 “특정 집단이 자신을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고 한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하고 싶었다”고 흉기난동을 벌여 시민 14명을 다치게 했다.
‘사법입원제도’는 중증 질환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할 경우에 의사의 주도 하에 강제입원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소견을 받아서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서 입원 심사를 통해 입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법적 보호자의 강제입원 신청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통해 법원은 추가로 환자 상태와 치료여부, 가족의 환경, 사회적 위험 등을 고려하여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제도이다.
사법입원제도는 자유 박탈의 문제가 없도록 인권을 보호하고 자·타해 가능성있는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며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위해 치료처분 등을 모두 법관이 입원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중증질환자 사건이 접수되면 당사자 심문과 조사, 검사 및 감정 등의 절차를 걸쳐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환자는 변호사 등을 ‘절차보조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파악한 2021년이후 ‘정신응급’ 신고 건수는 2만6000여 건으로 해마다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입원, 범죄예방 등을 위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법입원제도는 사법입원 대상을 증중 정신질환자로 한정하고 의사, 법 전문가 등으로 사법입원제도를 구성하여 중증치료 및 범죄예방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환자를 위해서도 사회를 보다 더 안전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입원 치료 대상은 중증 정신질환자로서 범죄발생 가능성이 많은 대상자를 대상으로 강제입원을 통한 치료이어야 한다. 그러나 중증 정신질환과 무관한 분노조절, 사회불만자 등은 해당이 안된다. ‘사법입원제도’의 중요한 역할은 정신질환자 입원치료를 통해서 범죄기회를 차단하고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헌법 제19조와 제37조 제1항에 따라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행동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정신의학적 치료 과정에서 강제입원의 경우 의학적 판단과 기본권 제한에 대한 법률상 및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사법입원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사법입원제도’는 법원 중심의 공정성과 윤리성, 강제입원 과정에서 적정절차를 준수하며 인권보장을 우선시 한다. 또한 강제 입원환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환자 주변의 부양의무자에 대한 불법성 개입 여부를 판단할 때 공정성 확보가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사법입원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사법입원제도 반대
글.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의 한명인 다윈은 인간의 이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그를 계승한 프로이드는 인간의 동물적 감성에 이성이 종속되어 있다는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이해를 심화시켰다. 동물이 환경에 적응하듯이 인간 역시 사회질서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동물적 감각을 최대한 동원하여 사회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성은 동물적 본능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회정책이 전달하는 사회적 메시지 역시 동물적 본능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이성의 해석에 따라 의식과 무의식에 저장되는 것이다. 사회정책은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이기에 그것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정책을 단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도태의 지름길임을 동물적 본능이 가르쳐 준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 ‘정신질환은 누구라도 걸릴수 있다’는 문구로 하는 홍보가 사회적 스티그마를 더 심화시켰다는 영국 정신과의사이자 철학자인 라셰드의 주장은 인간의 행동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지금의 사법입원제도 논의도 그것이 우리 사회에 전달할 메시지가 무엇일까라는 각도에서 관찰해야 한다.
인류는 범죄자 아닌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시키는 오랜 역사를 유지해 왔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20세기 들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법원이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광의의 사법입원인 셈이다. 산업화, 전쟁, 경제위기 등과 더불어 사회관계망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정신질환자도 증가하게 되었다. 1970년대 정신질환자 시민권회복운동의 결과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이 있을 때 강제입원할 수 있다는 법리가 선진국에서 확고히 뿌리내렸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자국의 사정에 따라법원 개입의 방식은 달랐다. 법원의 판결로 입원시키는 독일과 같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72시간 응급입원 또는 2주간 진단을 위한 입원 후 법원이 치료를 위한 입원에 법원이 개입하는 미국의 일부 주가 있다. 법원 대신 정신건강재심위원회가 치료를 위한 입원을 판단하고, 그 결정에 대한 불복은 법원에 하는 영국과 호주와 같은 예도 있다. 정신병원의 장이 입원을 결정하지만 인신보호법관에게 통보하여 감독을 받게 하는 프랑스와 같은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정신병원의 장이 입원을 결정하지만 치료를 위한 입원에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계속입원은 정신건강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는다. 정신질환자는 언제든지 인신보호법관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협의의 사법입원제도는 이처럼 다양한 유형이 있다.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있는 정신질환자로서 의사능력이 없어서 의료적 결정을 할 수 없는 성인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후견인이 본인을 대신하여 입원치료에 동의한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 동의하도록 하는 독일과 같은 나라도 있고, 영국, 호주나 미국의 일부 주는 후견인에게 권한을 부여할 때 입원동의권을 미리 부여하기도 한다. 영국은 후견인이 없을 때 정신병원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입원시키고, 본인은 법원에 불복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는 후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입원시킨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런 입원을 강제입원이 아닌 ‘자의입원’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국제법에서는 본인의 의사가 아닌 후견인의 의사에 의한 입원이라는 점에서 이런 입원도 강제입원으로 분류한다. 국내법과 국제법의 용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1991년 유엔에서 채택한 소위 MI 원칙(정신질환자 보호와 정신보건의료향상을 위한 원칙)은 위 두 유형을 다 포함한 강제입원의 요건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는 대행의사결정의 폐지를 내포하고 있고, 제14조는 ‘정신질환 치료’를 이유로 한 강제입원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위 두 유형 모두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반된다. 그 때문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서문은 유엔에서 채택된 MI 원칙을 수용하지 않았다. MI 원칙은 폐기된 것이다. WHO 역시 강제입원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윤일규 의원이 현재의 입원제도는 가족이 입원시키는 것이라며 그 대체물로 법원이 입원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치료를 위한 입원을 법원이 결정하는 것을 사법입원제도라고 소개하였다. 서현역 사건 이후 정부가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세부내용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사법입원제도의 골격을 설명하였다. 사법입원제도 논의는 윤일규 의원안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선진국의 사법입원제도는 1970년대 이후에는 강제입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논의되었다. 21세기 들어 사법입원제도는 현실감각이 없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다시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제입원 요건, 입원을 결정하는 절차, 입원 후 처치와 퇴원 과정, 그리고 각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진 각각의 ‘치유력’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현대의 법률가들이 ‘치유법학(therapeutic jurisprudence)’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결과이다. ‘정신과 약물’만이 치료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법도, 절차도, 사람도 치유력이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그 결과 강제입원요건은 더 엄격해지고, 강제입원절차에서도 환자의 얘기를 충분히 경청하고 전달할 절차보조인을 필수적으로 두고, 입원 후에도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뿐 아니라 외출, 외부활동 등을 통한 사회참여를 촉진시킬 뿐 아니라, 자·타해 위험이 줄어들면 바로 퇴원시켜 지역사회에서 치료, 재활, 회복을 돕게 한다. 미국의 평균 입원기간이 6.4일이고, 독일 역시 2주를 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정신질환자가 이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치유력이 있다. 인간과 제도가 가진 치유력인 셈이다.
우리나라 정신병원은 좁은 방에 8명에서 6명이 생활하고,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고 면회와 외출도 제한되는 감옥 같은 공간이다. 거기에서 평균 200여 일을 넘게 있다. 환자 60명당 1명의 정신과의사가 있기 때문에 의사를 보기도 어렵다. 정신질환자는 취업도 거의 불가능하다. 정신질환자의 일할 자격을 제한하는 법률만 25개이다. 정신질환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례도 수백 개이다. 불과 3,000여 명의 소수가 순환보직하면서 높은 법대 위에서 ‘법 위에 서서’ 국민에게 명령하는 것이 법관의 이미지이다. 지금 논의되는 사법입원은 선진국의 사법입원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고, 100여 년 뒤진 시스템이 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사회환경을 누구라도 쉽게 알게 된다. 정신질환자인 ‘나’에게 치료가 인권이라면서 사법입원을 통해 당신을 더 잘 치료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은 어떤 이미지로 다가올까? ‘정신질환에 걸리면 큰일이다.’, ‘법원 판결문에까지 내 이름이 남을 수 있다.’는 불안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최대한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고, 입원치료가 필요하더라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사회제도에 대한 이렇게 반응하게 되면 늦은 치료, 늦은 입원을 통해 만성 중증 정신질환자는 더 증가할 것이다. 정신병원은 온순한 장기입원환자를 입원시켜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입원이 필요한 사람은 병상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정신병상은 OECD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매우 많은데 입원병상을 늘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정신질환자가 코로나로 죽고, 탈출을 시도하다 죽는 ○○병원 부류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심리를 이해한다면 이런 결과가 실현될 높은 개연성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정책이라도 정책대상자들은 자기 경험을 기반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20세기 초반 세계적 과학자 막스 플랑크, 아인슈타인 등으로부터 시작된 양자역학 이론의 사회과학적, 철학적 함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범한 상식 언어로 말하면 어떤 입자가 동시에 두 곳 이상에서 있을 수 있다는 것, 빛은 파동이자 입자라는 이 이론은 인간과학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윈이나 프로이드류의 결정론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발전가능성, 불확정성에 주목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물적 감성과 이성의 상호작용, 이성적 판단에 기반한 새로운 경험을 통한 손상된 감각의 치유, 서비스 이용자이자 서비스 제공자라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하게 되는 사회문화적 토대가 된 것이다. 조현병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은 평생 약을 먹고 관리해야 할 질환이 아니라 사회관계망 속에서의 인정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회복될 수 있는 어떤 상태라는 인식도 이런 문화현상에 기반한다. 이미 18세기부터 시작된 정신질환자 동료지원서비스는 1990년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2002년 부시정부의 정신건강신자유위원회의 활동 이래 2007년 동료지원서비스도 메디케이드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정신질환 선경험 있는 당사자가 제공하는 동료지원서비스도 그 예이다. DSM IV 집필 태스크 포스팀 위원장인 A. Frances 정신과의사는 정신병원을 폐쇄하고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로 전면 전환한 이탈리아 트리이스트(Trieste) 지역 정신건강정책을 새로운 희망이라고 극찬하는 것도 그 예이다. 인구 24만 명의 도시에 24개의 병상만 있고, 입원도 잠시 쉬었다 가는 역할로 충분하다고 한다. ‘사회관계망 속에서의 상호인정’, 즉 작은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중증 정신질환자도 회복되어 다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이런 정책을 실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일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인간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인식을 하게 할 것이다. 지역사회 기반 치료, 재활, 회복과 선경험 있는 당사자의 참여를 통한 정신장애인 공동체 회복은 사회적으로 매우 비용 효과적이다. 전체 보건예산(우리의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 상당)의 3%만을 정신보건예산으로 지출하는 데도 이런 성과를 거두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증 정신질환’에서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정신장애인의 공동체 형성을 지향하는 지역사회 기반 치료, 재활, 회복의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렇게 되면 강제입원은 거의 불필요해질 것이다. 사회적 비용도 최소화될 것이다. 입원치료도 최소한으로 줄어들 것이다. Trieste의 예에 빗대면 현재 있는 6만여 병상 대신 5,000여 개의 병상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응급환자를 입원시키지 못해 병원을 헤매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9·10월호 이슈논쟁 코너에서는 '사법입원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님과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의 양측 의견을 살펴보았습니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들은 '사법입원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일까요 아닐까요? 아래의 방법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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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여론조사 참여 방법★
2. 설문 문항을 작성하고 ‘제출’ 버튼을 누릅니다.
*장애 유무는 통계조사를 위한 목적으로만 수집됩니다.
설문조사 마감 기한: 2023년 11월 3일 (금)
*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정리하여 <함께걸음> 11ㆍ12월 호에서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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