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된 인기 공연, 남은 휠체어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이슈광장


매진된 인기 공연, 남은 휠체어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

417호 이슈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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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휠체어석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함께걸음
 
- 독자 50.7% “공연 당일 비장애인에게 판매해도 된다”… 49.3% “끝까지 비워둬야”
 
매진된 인기 공연을 앞두고 공연장에 몇 개의 휠체어석이 남아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연 티켓은 모두 팔렸지만,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마련된 좌석은 예매자가 없어 비어 있는 상황이다. 공연장 입장에서는 장애인의 관람을 위해 해당 좌석을 끝까지 남겨둬야 할지, 공연 직전까지도 예매되지 않은 좌석을 비장애인 관객에게 판매해 빈자리를 줄여야 할지 고민이 된다.
 
<함께걸음>은 17번째 이슈광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 문제를 물었다. ‘휠체어석을 끝까지 비워두어야 한다’와 ‘공연 당일에 비장애인 관객에게 판매해도 된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설문 결과 ‘공연 당일에 비장애인 관객에게 판매해도 된다’는 의견이 50.7%, ‘휠체어석을 끝까지 비워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49.3%로 나타났다. 두 의견의 차이는 아주 근소했다.
 
두 의견이 1표 차이로 거의 정확하게 양분된 가운데, 댓글에서도 양쪽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어느 쪽이든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공연장의 남은 좌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정한 조건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제기했다.
 
“장애인의 관람 기회를 보장한 뒤, 남은 좌석은 활용할 수 있어야”
 
공연 당일 휠체어석을 비장애인 관객에게 판매해도 된다는 의견에서는 공연 좌석의 특성과 현실적인 좌석 활용 문제가 강조됐다.
 
오렌지 님은 공연이 시작되면 판매되지 않은 좌석의 가치가 사라지는 ‘소멸성 재화’라는 점을 들며, 장애인의 관람권을 보장한 뒤 공연 1~2시간 전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한 좌석은 현장 판매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을 님 역시 장애인의 관람권을 우선 보장한다는 전제 아래 공연 당일까지 판매되지 않은 휠체어석은 비장애인에게 판매해 빈 좌석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이거우 님과 길가는 님은 공연시간 직전에 판매하는 방안을, mydeliever 님은 공연 1~2시간 전부터 판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생 님은 공연 시작 30분 전을 기준으로 제시하며,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보장하면서 남은 좌석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이 상생의 방법이라고 봤다. 제도적 배려는 필요하지만, 활용 가능한 빈자리까지 끝까지 비워두도록 하는 경직된 운영은 비장애인 관객에게 불필요한 ‘역차별’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장애인 권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Brian Lee 님도 장애인의 관람권 보장과 함께 사전예약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당일 1시간 전까지 예매가 없다면 비장애인에게 판매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연장 자체의 접근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신아 님은 남은 좌석을 비장애인에게 판매하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좌석뿐 아니라 화장실까지의 이동 동선과 많은 관객이 동시에 이동할 때의 안전 등 실제 공연장 이용 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mutant0102 님과 sweetpey1004 님도 안전과 화장실, 이동 동선 등 편의가 갖춰져야 장애인이 실제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희 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연 바로 전 시간까지 비어 있는 좌석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해도 괜찮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휠체어석과 비장애인석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맥락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어 있다고 해서 필요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면 휠체어석을 끝까지 비워두어야 한다는 의견에서는 ‘예매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좌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지호 님은 사회적 효율성보다 장애인 인권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장애인석이 비어 있는 모습과 그 자리에 비장애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비교했을 때, 사회가 장애인 인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연 직전까지 장애인이 관람을 원할 수 있는 만큼, 휠체어석을 비장애인에게 판매하는 시점을 정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rlaehdgusa 님도 장애인이 나중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휠체어석을 끝까지 비워야 한다고 밝혔다.
 
광어 님과 땅끝마을 님은 공연 당일 휠체어 이용자가 현장에서 표를 구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오미숙 님 역시 어렵게 공연장까지 찾아온 휠체어 이용자가 막상 좌석이 없어 공연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강 님은 100% 예약제가 아닌 당일 구매가 가능한 공연이라면 기회의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는 선택할 수 있는 좌석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 관객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레몬그라스 님은 일반 좌석과 휠체어석을 동일한 시장 논리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장애인은 수백, 수천 개의 일반 좌석 가운데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지만, 휠체어 이용 관객에게 허용된 자리는 전체 좌석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휠체어 석까지 일반석으로 전환하면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이 자본주의적 효율성 논리에 밀릴 수 있다고 봤다.
 
춘향이 님은 휠체어석이 단순히 비어 있는 좌석이 아니라 휠체어 이용자의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휠체어 접근을 위한 공간과 조망권 등을 고려해 마련된 만큼 일반석처럼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은 물리적·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관람 여부를 늦게 결정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연 직전까지 현장 장애인 방문객을 위한 ‘비상석’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득이하게 일반석으로 전환한다면 장애인 예매 수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켓 님은 현재 휠체어석 자체가 충분하지 않고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규모 공연장에서 휠체어석이 극히 적고, 전화 예매에서는 좌석이 없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현장에서 항의한 뒤 구매할 수 있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좌석 전환 문제에 앞서 장애인이 예매부터 공연 관람까지 어떤 장벽을 겪는지부터 구조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휠체어 이용자 외 다른 유형의 장애인도 휠체어석을 필요로 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똥이맘 님 역시 휠체어석이 팔리지 않았다고 해서 필요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당일의 컨디션이나 이동 상황 때문에 관람을 늦게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휠체어석의 위치를 공연장 뒤쪽에만 배치하기보다 앞쪽 중앙 등 관람하기 좋은 위치에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휠체어석이 장애인을 위한 자리라는 사회적 인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뚝딱이는너구리 님은 대중교통의 노약자석이나 임산부 배려석을 예로 들며, 공연 직전 휠체어석을 일반 관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반복되면 해당 좌석이 장애인을 위한 자리라는 인식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애인석이 비장애인에게도 열리면 ‘예매에 실패해도 당일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연 주최 측이 수익적인 측면보다 왜 장애인이 공연을 보러 오지 않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벨라베어 님 역시 휠체어석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비장애인에게 판매한 휠체어석을 암표상이 사들여 되파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숙 님은 대중교통의 배려석이 사회적 인식으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공연장에서도 휠체어석을 비워두는 원칙을 통해 배려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전체 좌석에서 휠체어석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은 만큼, 일부 좌석을 비워두는 것이 공연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연 주최자와 참여자 모두 이러한 문화의 정착에 앞장서는 것이 선진적인 복지국가의 모습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lovelycorocoro 님은 두 가지 선택지 중 답변을 선택하기 보다 “좌석이 몇 개 있지도 않은데 왜 안 팔렸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휠체어석을 비장애인에게 판매할지, 끝까지 비워둘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왜 장애인 관객이 해당 좌석을 이용하지 않았는지부터 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볼 수 있다.
 
‘빈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관람 기회’의 문제
 
이번 이슈광장 설문 결과는 50.7%대 49.3%로 기존에 진행한 어떤 주제보다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장애인 관객에게 우선적으로 예매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양쪽 모두 동의하면서도 한쪽에서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판매할 수 없는 좌석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공연 직전까지 남은 좌석을 다른 관객에게 판매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휠체어석은 일반 좌석과 달리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간인 만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휠체어석의 위치와 화장실, 이동 동선, 안전 등 공연장 전체의 접근성, 휠체어 이용자 외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게도 좌석을 개방할 필요성 등 보다 폭넓은 문제도 제기됐다.
 
최근 영화관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대두되었다. 영화 ‘오디세이’의 IMAX 전용 상영관을 둘러싸고 좌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어 있는 장애인 관람석을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장애인 관람석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하도록 한 제도와, 매진된 인기 상영관의 좌석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맞부딪힌 사례다.
 
이번 이슈광장의 팽팽한 결과는 이 질문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아직 하나의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좌석의 판매 여부만이 아니라, 장애인이 문화공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선택권과 접근성을 보장받고 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빈 좌석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니라, 장애인이 공연을 보고 싶을 때 실제로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느냐일 것이다. 장애인에게 공연에 대한 정보와 홍보가 충분히 전달되고, 집을 나서 공연장에 도착하기까지의 이동권과 공연장 안에서의 접근성과 편의가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도 ‘배려받는 관객’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선택에 따라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휠체어석을 언제까지 비워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 이러한 문화향유권이 충분히 보장된다는 전제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번 이슈광장이 남은 좌석의 처리 방법을 넘어, 장애인이 더 자유롭게 공연장을 찾고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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