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이어 열린 UNCRPD 협력단 하반기 릴레이포럼… 이행 위한 입법 과제 논의
디지털 접근성·재난안전·이동권 보장 위한 강행규정과 통합 이행체계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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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입법 전문가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들고 있는 피켓에는 '장애인권리협약' , '입법으로 실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보건복지부와 최보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한 ‘2026 UN 장애인권리협약 협력단 하반기 릴레이포럼’이 9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20주년을 맞아 상반기에 살펴본 협약 이행 성과와 향후 과제를 국내 입법 논의로 이어가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AI·디지털 환경의 정보접근권, 재난과 기후위기 속 안전권, 이동·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경혜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이 포럼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경혜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가 협약을 비준한 이후 법과 제도를 정비해 왔지만, 장애인의 삶이 협약의 기준에 맞게 달라졌는지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언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이날 논의가 구체적인 법과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입법 성과와 향후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협약 이행률 10.3%… “정책 설계부터 장애 관점 반영해야”
첫 발표를 맡은 최보윤 의원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입법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그간의 입법 활동과 정부의 협약 이행 상황을 설명했다.
최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19개 중앙정부 부처의 협약 이행 과제 29건 가운데 이행은 3건, 부분 이행은 14건, 미이행은 12건이었다. 전체 이행률은 10.3%로 전년보다 3.5%포인트 낮아졌다. 최 의원은 협약의 정신이 아직 정책과 제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과 주거 전환을 지원하는 법률, 무장애관광 관련 법률, 편의시설 사후관리를 강화한 법률 개정안, 인공지능기본법 개정안, 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2028년 5월 시행되는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대해서는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전환을 법에 담았다는 의미를 짚었다.
다만 법 제정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법이 장애인의 삶을 바꾸려면 하위법령과 구체적인 제도,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과제로는 정책을 만들 때 장애인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살피고 이를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는 장애평등정책법 제정을 제시했다.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이부하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OTT와 디지털 미디어까지 접근성 넓혀야”
이부하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려면 법의 적용 범위와 강제력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유럽연합, 영국에서는 공공기관의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 주문형 비디오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도 접근성 의무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관련 규정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지능정보화기본법, 방송법 등에 흩어져 있다. 방송법의 장애인방송 규정도 방송 영역에 머물러 OTT와 VOD 등 달라진 이용환경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는 것만으로는 실제 이행을 끌어내기 어렵다며 “해야 한다고 해야 법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법적 개념을 정하고 민간 서비스와 제품에도 접근성 의무를 부과하는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소영 대전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재난과 기후위기 상황에서 장애인의 안전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재난안전 정책에 형평과 당사자 참여 반영해야
정소영 대전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재난과 기후위기 상황에서 장애인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개인의 필요와 생활환경을 고려하는 ‘형평’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1조가 자연재해 등 위험 상황에서 장애인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할 책임을 국가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재난과 기후위기 대응을 함께 다루고, 장애인과 여성 등 재난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이 정책과 입법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재난안전법은 장애인을 안전취약계층에 포함하고 있지만, ‘노력하여야 한다’거나 ‘지원할 수 있다’는 수준의 조항이 있어 실제로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정의에 장애인이 명시돼 있지 않은 점도 보완 과제로 꼽았다.
정 교수는 2024년 대법원이 장애인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언급했다. 법률이 권리를 보장해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범위를 좁히면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의 하위법령을 법의 취지에 맞게 만들고, 장애 특성과 생활환경을 반영한 재난 대응과 장애포괄적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원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가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과 접근을 나눈 법과 행정…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상원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이동권과 접근권을 나눠 다루는 국내 법체계가 실제 이동 과정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물 접근은 보건복지부, 교통수단은 국토교통부, 보행환경은 행정안전부 등 담당 부처도 나뉘어 있다.
한 변호사는 집에서 나와 저상버스를 타더라도 목적지인 식당이나 상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이동을 마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건물에 경사로가 있어도 그곳까지 이어지는 보도에 단차가 있으면 접근하기 어렵다. 이동과 접근을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14년 시작된 시외이동권 소송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여러 차례 승소했지만, 현재도 탈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가 한 대도 없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각자가 이용할 노선을 정해 반복해서 소송을 제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이동은 접근으로 완성되고, 접근은 이동에서 시작된다”며 국가 차원의 이동·접근성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러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고, 정책을 만들 때부터 집행하고 평가할 때까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가 참여하는 상설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의 발표자 3명과 오른쪽의 토론자 3명이 가운데 자리한 좌장과 함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입법 과제를 놓고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새 법만큼 중요한 책임과 실행구조
이어진 종합토론은 권형관 울산지방법원 판사가 좌장을 맡았다. 토론자들은 새로운 법과 권리조항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담당 기관과 예산, 점검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문제가 법적 근거가 없어서 생긴 것인지, 이미 있는 규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생긴 것인지 먼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법률로 해결할 수 있다면 필요한 의무와 실행수단을 보완하고, 별도의 권리와 지원 절차가 필요할 때 새 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애인에게 미칠 영향을 살피는 장애영향평가는 법령과 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실시하고, 시행 이후에도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도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현숙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와 이동, 안전이 서로 다른 부처와 사업으로 나뉜 현재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손가락을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직접 펼쳐야 하는 방독면을 지급하거나,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경로당과 체육관을 쉼터와 대피소로 지정한 사례를 들며 당사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정책위원회가 실제 조정 역할을 하려면 사무국과 전문인력,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행을 점검할 권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검 결과가 정부 평가와 예산 배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신진호 사단법인 UN인권정책센터 정책전문위원은 디지털 접근성 의무를 강화하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과 함께 갈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과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일선 공무원이 실제로 맡을 업무와 절차까지 입법 단계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정기구의 이름만 정할 것이 아니라 어떤 권한과 조직을 갖고 무엇을 할지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인권기구의 권고를 국내에서 이행하고 이후 조치까지 관리하는 해외의 ‘국내 이행체계’도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임서경 법원행정처 서기관은 법률과 기술기준만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접근성을 모두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준을 지켜도 장애유형과 이용자의 상황에 따라 접근이 어려울 수 있고, 기술 변화의 속도를 기준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와 설계, 배포, 검수 등 디지털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장애인이 참여하도록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난 대응에서도 장애유형과 생활환경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른 만큼 개인별 대피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로 참여하는 장애인은 누구인가”
토론 말미에는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제도화할 때 누구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인지도 과제로 제기됐다.
청각장애 대학생 김선진 씨는 청취보조기술과 히어링루프가 도입돼 있어도 당사자가 그 존재와 이용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UNCRPD를 국내법에서 이행하기 위한 입법 과정에서 전문가로서 함께하는 장애인은 누가 될 것인지”를 물으며,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장애유형이 다양하지 않고 특히 발달장애인이 직접 참여할 공간이 적다고 지적했다.
류 연구위원은 일부 장애인단체 대표가 반복해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장애유형의 당사자를 정책 전문가로 양성할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장애인 대학원생은 장애 관련 통계와 자료가 부족해 자료가 있는 일부 분야로 연구가 몰린다고 지적했다. 류 연구위원은 통계가 없다는 것은 통계에서 사라진 사람이 있다는 의미라며, 장애인의 생활 전반을 파악할 실태조사와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협약의 권리를 법에 옮기는 것과 함께 그 법이 현장에서 실행될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책임 주체와 의무를 분명히 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조정할 기구와 예산·점검체계를 갖추며, 전 과정에 다양한 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반기 포럼에서 협약 이행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본 데 이어, 하반기 포럼은 이를 구체적인 입법과 제도로 연결할 과제를 확인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수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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