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사망률 비장애인의 3배…의료 공백 해법 논의
건강검진·진료 격차 확인…의사소통 지원과 조정체계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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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발달장애인 의료 이용 실태 진단과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패널과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연구진을 비롯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활동지원사, 작업치료사, 의료진 등이 참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김예지·서미화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2026 발달장애인 의료 이용 실태 진단과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9월 2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인권위가 올해 진행 중인 ‘발달장애인 의료 이용 실태조사’의 중간 결과를 공유하고 법·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 자료 분석과 관계자 심층면접, 해외 사례 조사를 진행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의료 이용은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몸과 치료에 관한 설명을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아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사망률은 약 3배, 건강검진 수검률은 더 낮아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2002년부터 2024년까지 한 번이라도 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된 약 35만 명과 연령·성별을 맞춘 비장애인 약 350만 명의 건강보험 자료를 비교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는 비장애인 317명, 발달장애인 988명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의 사망률이 3.1배가량 높았다.
반면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일부 질환의 진료 비율은 중장년층부터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낮았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자료가 실제 질병 여부가 아니라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장년 발달장애인의 진료기록이 낮은 것을 건강해진 결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가족도 나이가 들면서 병원 동행이 어려워지고, 당사자가 스스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지원이 부족해 의료에서 멀어진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망률은 세 배 가까이 높은데 건강보험에 드러나는 질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중장년층부터 의료 이용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수검률도 비장애인 75%, 발달장애인 56%로 차이가 났다. 구강검진은 각각 29%와 18%였으며, 여성 발달장애인의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검진율도 크게 낮았다.
김 교수는 “발달장애인이 통증이나 몸의 변화를 표현해도 주변에서 이를 질병이 아닌 장애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진단적 가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질병 발견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이용 과정에서 나타난 어려움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김란영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
의료 이용 전 과정에서 발생한 공백
김란영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는 “발달장애인 가족과 활동지원사 7명, 의료인 10명, 의료 이용 지원기관 관계자 10명 등 모두 27명을 심층면접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의료 이용 과정을 증상 발견, 병원 탐색, 병원 도착, 진료, 비용 지불, 사후관리 등 여섯 단계로 나눠 살폈다. 조사 결과 당사자와 가족뿐 아니라 의료진과 지원기관 관계자도 각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족은 당사자의 증상을 파악하고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했지만 관련 정보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었다. 의료진은 짧은 시간 안에 증상과 병력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대화로 증상을 파악하지 못했을 때 필요한 검사도 진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지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의료기관도 부족했다. 의료진들은 발달장애인을 진료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에 맞는 보상체계가 없다고 밝혔다.
김 연구교수는 “발달장애인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의료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창구, 응급상황 대응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진료 과정을 연결하고 조정할 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과 발달장애인 당사자·가족, 활동지원사, 가정의학과 전문의, 작업치료사 등 다양한 경험과 분야를 가진 토론자들이 발달장애인의 의료 이용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냥 한 사람의 환자로 봐주십시오”
박연지 한국피플퍼스트 서울집행위원은 “병원에서 자신의 약에 관해 물어도 의사가 답하지 않아 정신건강의학과를 세 차례 옮겼다”고 경험을 전했다. “최근 옮긴 병원에서는 의사가 약을 먹는 이유와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설명해줘 안심할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박 위원은 “비장애인의 시선이 불편할 때가 많다”며 “저도 그저 병원에 온 아픈 사람인데, 그냥 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발달장애인 동료와 가족, 의료진을 인터뷰하며 ‘병원 이용 권리수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는 의사의 말이 빠르고 어려워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거나, 당사자가 아닌 가족에게만 설명했다는 경험이 반복됐다.
그는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하고, 직접 질문하고 대답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발달장애인도 병원에서 설명을 듣고 질문하며 치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우리가 병원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우리 모두를 기다려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와 돌봄을 연결하는 지원 필요
발달장애인 가족인 김신애 씨는 “딸의 치과 치료를 앞두고 의료진과 한 시간가량 치료 방법을 논의했다”고 경험을 전했다. “당장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가족과 함께 치료 방향을 고민해주는 의료진의 존재가 든든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의 생활과 의사소통 방식, 치료 이후의 일상까지 살피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준기 활동지원사는 “1차 의료기관이 파악한 당사자의 생활습관과 복약 상황이 상급병원 진료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의료지원과 의사결정의 책임을 활동지원사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활동지원사는 “지원은 팀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왜 책임을 나눠 질 사람은 늘어나지 않는 걸까”라며 “활동지원사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을 함께 질 동료”라고 말했다.
임형석 우리동네의원 원장은 “발달장애인이 아동기에서 성인기 의료체계로 넘어갈 때 진료가 끊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이 근무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처음 건강검진을 받은 발달장애인 10명 중 4명이 검사를 마치지 못했지만, 같은 사람들이 다시 검진을 받았을 때는 8명, 그다음에는 9명이 검사를 마쳤다. 사전 설명과 반복 경험이 검진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임 원장은 “의료진 교육과 임상수련을 강화하고, 발달장애인 진료에 필요한 시간과 지원 정도를 건강보험 보상체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아 광주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작업치료사는 “의료진의 질문을 당사자와 가족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산부인과 검사가 중단될 뻔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질문의 뜻을 쉬운 말로 다시 설명하고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면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업치료사는 “질문 하나도 의료 접근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의 특성과 의사소통 방식을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양쪽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서 김승섭 교수는 “진료 거부에 대한 처벌만 앞세우면 의료기관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거절 사유를 찾으며 더 방어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 방법을 알지 못해 진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침과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실태조사의 최종 결과가 아니다. 인권위는 건강보험 자료에 대한 추가 분석과 이날 나온 의견을 검토해 발달장애인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권고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수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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