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이후의 삶까지…중도장애인 전환재활 지원 논의
병원부터 일상·직장 복귀까지, 당사자 참여와 지원체계 제도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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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2026 중도장애인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 모습. 화면에는 "중도장애인은 병원을 나선 이후에도 다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이 치료 이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병원과 지역사회를 잇는 전환재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퇴원 전부터 당사자와 함께 생활과 직장 복귀를 준비하고 의료·복지·고용 분야의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2026 중도장애인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김대식·서미화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전환재활협회와 해냄복지회, 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이 공동 주관했다. 조성재 대구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전문가 토론과 당사자·서비스 제공자의 사례발표가 진행됐다.
“전환재활은 결국 환자에서 시민으로 돌아가는 일”
발제를 맡은 박종균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재활의 목표가 퇴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중도장애인은 사회활동 경험과 경력을 가진 소중한 인적 자산인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은 소비나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료재활과 직업재활 사이의 심리·교육·사회재활을 ‘전환재활’로 설명했다. 그는 “전환재활은 결국 환자에서 시민으로 돌아가는 일”이라며 “몸이 회복되는 것만이 아니라 장애 이전의 삶의 질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를 가졌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며 장애 이전의 경험과 경력을 활용하고, 일했던 사람은 원래 직장과 직무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가 참여하는 개별 사회복귀 계획과 여러 분야의 협력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재활 과정에서 중도장애인들은 재활의 대상일 뿐 주체가 되지 못했다”며 “의료 분야 안에서의 다학제를 넘어 재활상담사, 당사자, 보조공학과 건축 등 여러 분야가 한 사람의 사회복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이 중도장애인의 전환재활 지원체계와 제도화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개별 복귀 계획과 지원의 제도화
김민 공무원연금공단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척수손상 재활체계를 소개하며 입원 초기부터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퇴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병원 내에서 퇴원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환자가 모를 뿐이다”라며 “기본적으로 1인 1계획으로 가야 하고, 입원부터 퇴원까지 연결하는 전환 코디네이터와 유급 동료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퇴원이나 취업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이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대 경남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장은 전환재활 지원 조례 제정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필요한 사업을 확대하려 할 때마다 중도장애인과 전환재활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했다”며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조례안이 의결된 이후에는 구체적인 실행을 요구할 근거가 생겼지만, 사업과 예산을 마련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지원체계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도의 가치는 당사자가 다시 일상의 삶과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재욱 사단법인 나눔으로행복한동행 사무처장은 해운대나눔과행복병원에서 장애 당사자가 입원 중인 사람에게 생활정보와 심리·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재활 코치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장애인이 된 몸으로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먼저 경험한 재활 코치가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활 코치 활동을 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법적·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원 시점에 대해서도 “퇴원할 때 지역사회로 연결하면 장애인이 된 몸으로 살아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장애를 갖게 된 초기부터 지역사회 조직이 병원 안으로 함께 들어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환지원으로 다시 준비하는 일상
사례발표에 나선 김지선 씨는 장애를 갖기 전 빵집에서 일하며 자신의 가게를 꿈꿨지만, 장애 이후에는 치료와 재활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퇴원해도 지내는 곳이 병원에서 집으로 바뀌었을 뿐,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전환지원서비스를 통해 재활운동비 지원과 상담을 받은 뒤에는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비해 실습도 마쳤고, 다시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활동에도 도전하고 있다”며 “누구를 만나고 어떤 도움을 받느냐에 따라 삶을 준비할 기회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씨를 지원한 최영훈 사하두바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과장은 “재활운동비 지원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동수단과 생활환경, 일과 지역사회 활동을 함께 고민했다”며 “이 모든 지원이 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장애 발생 시기와 생활환경에 맞춰 필요한 지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냄복지회 전환지원서비스 담당자는 보조기기와 생활환경 개선으로 부담이 줄어도 활동지원과 지속적인 재활·심리 지원에는 공백이 남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개별 지원이 일상생활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지만 지속적인 지원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며 “퇴원은 지원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생활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 한 참석자가 실제 보행·이동 능력과 장애 정도 판정 사이의 간극을 질문하고 있다
병원과 지역사회 사이에 남은 공백
종합토론에서도 병원 안의 당사자에게 지역사회 지원을 연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노경수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재활병원에 공문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 당사자를 만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입원 초기부터 당사자를 만나 이후의 생활을 준비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욱 사무처장은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척수장애인이 휠체어로 해운대 백사장을 다녀온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장애 이후에도 할 수 있네’라고 생각하게 된 큰 변화였지만, 병원에서는 치료시간과 수익을 포기하고 나가야 했다”며 “당사자의 삶을 중심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 중도장애인 참석자는 실제로 걷기 어렵지만 ‘심하지 않은 장애’로 판정돼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교통으로 병원을 오가면서 안전사고가 걱정되고, 비가 오거나 길이 얼면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염려된다”며 “장애 정도의 명칭과 실제 보행·이동 능력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걸을 수는 없지만 경험과 의지는 그대로 있습니다”라며 안전하게 이동하고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지원을 요구했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수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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