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취업 이후의 지원을 묻다…아시아태평양 서울포럼 2일차 > 국내소식


장애인 고용, 취업 이후의 지원을 묻다…아시아태평양 서울포럼 2일차

한국·호주·태국·인도네시아, 고용 유지와 직장 복귀 지원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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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제3회 한-아시아태평양 장애인당사자 서울포럼’에서 인도네시아 심리사회적 장애여성단체(IMHA) 관계자가 발표하고 있다. 이날은 각국의 고용정책과 사례를 공유하며 장애인의 고용 유지와 직장 복귀를 위한 지원 과제를 논의했다.
 
일자리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소득이 생활을 유지하기에 충분한지,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지, 건강 문제로 잠시 쉬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에 따라 노동의 경험은 달라진다. 장애인 고용의 성과를 취업자 수와 고용률에 더해 일자리의 질과 지속성으로 살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지난 10월 13일 기후위기와 재난 불평등을 다룬 ‘제3회 한-아시아태평양 장애인당사자 서울포럼’은 14일 장애인 고용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한국장애인연맹이 주관한 둘째 날 포럼에서는 한국과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의 고용정책과 당사자의 경험, 기업의 채용 사례를 공유했다. 노동시장 진입부터 고용 유지와 직장 복귀까지 지원을 연결하고, 당사자가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심진예 박사가 통계를 바탕으로 장애인 고용정책의 성과와 임금·고용안정의 격차를 설명하고 있다.
 
고용 확대에도 남은 임금·고용안정 격차
 
첫 발제를 맡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심진예 박사는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통해 장애인 고용정책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짚었다.
 
의무고용 사업체의 실제 장애인 고용인원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4만 명 늘었고,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도 2025년 법정 기준인 3.1%에 도달했다. 그러나 같은 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64.5%였으며, 월평균 임금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67.2% 수준이었다. 전체 인구와 장애인의 고용률 격차도 2015년 26.1%포인트에서 2025년 29.8%포인트로 확대됐다.
 
심 박사는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만큼 장애인이 진출할 수 있는 직종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며, 단순노무직에 편중된 고용과 여성·중증장애인이 노동시장 진입과 임금에서 겪는 불리함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무고용제도가 미치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75%가 고용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의무고용 사업체의 성과와 함께 제도 밖의 노동환경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 박사는 “얼마나 많이 취업시킬 것인가에서 누구도 빠짐없이 일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며, “개인이 사업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계속 이어지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취업자 수 외에 근로시간 확대, 정규직 전환, 고용 유지 기간 등을 평가할 지표로 제시했다. 적정한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을 제공하는 기업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줄리안 로렌 호주장애인단체(PWDA) 국장이 장애인의 동등한 노동권과 고용주의 차별 예방·정당한 편의 제공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호주, 분리 고용 해소와 고용주의 차별 예방 책임 강조
 
호주장애인단체(PWDA)의 줄리안 로렌은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노동권과 고용주의 책임을 강조했다. PWDA는 고용·교육·주거에서의 분리 해소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지급 폐지, 정당한 편의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부터 일반 노동시장을 경험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준비와 경험 없이 분리된 고용환경으로 들어가면 이후 다른 일자리로 옮길 기회도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있어도 당사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현실도 짚었다. 로렌은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매번 비용과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고용주가 먼저 차별을 예방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적극적인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주의 어려움을 모두 편견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고 봤다. 장애인은 일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채용 의지는 있지만 지원 방법을 몰라 주저하는 경우에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로렌은 “지원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과 자신감도 중요하다”며, 고용주에게 실질적인 정보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취업을 연결한 뒤 지원이 끊기는 문제를 지적하며 고용 유지까지 서비스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장애인지원청(DEP)의 칸(좌)과 프림(우)이 장애평가와 권리 보장, 고용·생계 지원을 연결하는 태국의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태국, 장애평가부터 고용·생계 지원까지 연결
 
태국장애인지원청(DEP)의 칸과 프림은 장애평가와 권리 보장, 고용과 생계 지원을 연결하는 정책체계를 소개했다.
 
칸은 장애평가에서 의료적 상태뿐 아니라 실제 생활과 환경을 함께 살피는 접근을 설명했다. 의료적 기준만으로는 제도에 포함되지 않지만 생활과 일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의 경험과 주변인의 설명, 담당자의 평가를 통해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고용지원에서도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콕의 사무직, 남부의 수산업, 다른 지역의 농업 등 산업이 다른 만큼 훈련과 일자리도 지역에 맞게 연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프림은 직접 고용과 기금 납부, 판매 공간 제공 등 생계 지원 방식을 소개했다. 기금은 장애인의 창업과 소득 활동을 위한 대출, 관련 사업 지원 등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프림은 “정부만으로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 당사자단체는 법과 정책을 설계하는 첫 단계부터 함께한다”며, 위원회와 국가·지역 협의뿐 아니라 사업 이후의 점검과 개선 권고에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두 발표자는 농촌과 외딴 지역의 지원 부족도 과제로 제시했다. 아동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하면 교육과 이후 고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설 중심의 서비스에서 지역사회에서 접근할 수 있는 조기지원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심리사회적 장애여성단체(IMHA) 관계자가 현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여성의 고용 유지와 직장 복귀에 필요한 지원을 설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장애여성이 겪는 채용 차별과 복귀 지원 공백
 
인도네시아 심리사회적 장애여성단체(IMHA) 관계자들은 자카르타 광역권 심리사회적 장애여성의 고용과 경제적 자립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 관계자는 자신의 채용 거절 경험부터 꺼냈다. 법학 석사학위를 갖고 강사직에 지원했지만 거절당했으며, 채용 과정에서 요구하는 신체·정신 건강 증명 등의 요건이 장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일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규정과 낙인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라며, 채용 장벽을 개인의 기술 부족으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사 참여자 30명 중 23명은 소득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득의 충분성을 묻는 문항에 답한 29명 중 22명은 소득만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건강이나 심리사회적 지원의 필요로 최소 한 달 이상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일을 중단한 참여자도 30명 중 20명이었다.
 
관계자는 “취업하는 것과 노동의 세계에 포용되는 것은 다르다”며, “일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필요할 때 회복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 공개와 정당한 편의 요청에도 위험이 따랐다. 공식적으로 편의를 요청한 10명 중 5명은 거절을 경험했다. 불이익이 두렵거나 누구에게 요청할지 몰라 요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참여자들이 필요로 한 지원은 유연한 출퇴근 시간, 예측 가능한 근무 일정, 진료를 위한 휴가, 조용한 공간, 명확한 의사소통 등이었다.
 
관계자는 “왜 장애를 공개하지 않는지만 물을 것이 아니라 공개해도 안전한 환경인지 물어야 한다”며, 장애 공개가 비밀보장과 필요한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 이후의 연결도 부족했다. 훈련을 마친 뒤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18명 중 취업하거나 소득을 얻은 사람은 6명이었다. 이에 관계자들은 추가 훈련만이 아니라 직무 매칭과 고용주 준비, 편의 제공, 취업 후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7년 시범사업 모델로는 개인별 평가부터 취업과 고용 유지·복귀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과 역시 훈련 인원과 취업자 수에 더해 6개월·12개월의 고용 유지, 소득 안정성, 실제 편의 제공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협 이케아 코리아 인사팀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의 강점과 필요한 지원을 파악해 적합한 직무로 연결하는 채용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케아, 지원자의 강점과 지원 필요에 맞춘 채용 과정 소개
 
이케아 코리아의 한상협 인사팀 채용 담당자는 지원자의 강점과 필요한 지원을 파악해 직무와 연결하는 채용 과정을 소개했다.
 
이케아는 매장만 지정하고 직무는 열어둔 공고와, 매장·직무를 모두 지정한 공고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면접에서는 경력과 희망 업무, 필요한 지원,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 등을 확인하고 실제 근무할 팀과 조율한다. 치료 일정에 따른 근무시간 조정과 근로지원인 이용 여부, 통근 여건도 함께 살핀다고 설명했다.
 
한 담당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자가 어떤 강점을 갖고 있고 이를 업무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가다”라며, “채용에서 끝나고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입사 이후에도 장비와 업무환경을 마련하고, 관리자와 지속적으로 면담하며 어려움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내부에서 경력을 발전시킬 기회를 지원하는 과정도 소개했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모든 과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질의응답에서 한 담당자는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 가치가 있어도 이를 실제 결과로 만드는 과정에는 간격이 있다”며, 그 간격을 줄이는 것이 실무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서 드러난 공백은 채용 전후의 여러 지점에 놓여 있었다. 훈련을 마쳐도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았고, 취업한 뒤에도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기 어려웠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 경력의 단절로 이어지기도 했다. 고용의 성과를 묻는 일은 이 각각의 과정에서 누가 멈추게 되는지 살피는 일과 맞닿아 있다.
 
심진예 박사는 정책 전환의 방향을 설명하며 “단지 더 많은 사람을 취업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제대로 오래 일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수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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