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감 지적에 ‘장애인 1만 3천 가구’ 집중 조사 착수
제도 속 ‘동거 고독사’… 장애인 위기가구 촘촘히 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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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위기가구를 사전발굴하는 절차 및 체계 설명 그림 ⓒ보건복지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 돌봄 공백, 그리고 건강권 문제를 둘러싼 국가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복지제도의 테두리 안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비극적인 '동거 고독사'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중증·발달장애인이 포함된 위기가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 조사와 종합 지원 대책 수립에 나섰다.
“제도는 있지만 실제 지원은 미흡”… 중랑구 사건이 드러낸 실태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중랑구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인 가족의 장남 사망 사건을 제시하며 현행 복지안전망의 한계를 강하게 지적했다.
해당 가구는 어머니와 두 아들이 모두 지적장애인으로, 생계·주거급여 및 장애인연금 등 공적 급여를 받고 지자체로부터 ‘주의’ 단계(연 2회 모니터링)로 분류·관리되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대 장남이 숨졌음에도 가족들은 장애로 인해 사망 사실을 즉시 인지하지 못했고, 통신 사기(휴대전화 다수 개통으로 900만 원 상당 피해) 등 위험 신호가 사전에 존재했음에도 적절한 개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서 의원은 이에 대해 “행정이 몰랐던 가족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급여지급과 서비스 이용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가족의 실제 생활 여건과 위험 신호를 깊이 살피는 ‘발견-돌봄-의료’의 연결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복지부의 ‘고독사 위기 대응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자(4만 3,858명) 중 장애인 비중이 76.4%(3만 3,49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장애와 사회적 고립의 상관성을 반영한 세심한 사례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함이 확인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발달장애인 가구의 복합적 취약성을 인정하며 철저한 현장 관리를 약속했다.
49종 빅데이터 기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10년간 461만 명 지원
우리나라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2015년 12월부터 구축·운영되어 왔다. 단전·단수, 건보료 체납 등 23개 기관의 49종 위기정보를 입수·분석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저소득층을 선별하고,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팀’이 방문·전화 조사를 거쳐 맞춤형 복지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이 가동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지자체를 통해 총 945만 명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으며, 이 중 48.8%에 달하는 461만 명에게 공공·민간 복지서비스가 지원됐다. (기초생활보장 25만 5,920명, 차상위 8만 1,931명, 긴급복지 13만 5,503명, 기타 공공서비스 88만 7,087명 등)
보건복지부는 통상 회차당 약 20만 명 규모(중앙발굴 약 15만 명, 지자체 자체발굴 약 5만 명)로 연간 5~6차례 기획발굴을 추진해 왔으며, 2022년 12월부터는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장애인·노인 등의 조건을 입력해 대상자를 선별할 수 있는 맞춤형 발굴 기능도 강화했다.
복지부, ‘2026년 제5차 발굴·조사’ 착수… 장애인 가구 1만 3천 명 집중 발굴
복지부는 이러한 발굴시스템을 활용해 10월 19일부터 12월 11일까지 8주간 ‘2026년 제5차 복지사각지대 발굴·조사’를 추진한다. 이번 조사는 중앙정부 선별 인원 19만 명과 지자체 자체 발굴을 합쳐 총 25만 명 규모로 진행된다.
특히 서울 중랑구 사건을 계기로 이번 5차 조사에서는 장애인 위기가구 1만 3천 명을 별도 선별해 집중 조사한다. 경제·생활 위기정보와 장애정보 데이터를 결합해, 세대 내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포함한 2인 이상 장애인 거주 가구를 우선 조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한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된 복지부 개선계획에 따라, 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65세 이상 고령 보호자와 함께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가구 등 4,325명에 대해서도 안부 확인 및 공적 돌봄 연계 조사가 2차로 이어질 예정이다.
금융·에너지 취약가구 발굴 및 민관 긴급의뢰체계 가동
이번 5차 발굴에서는 금융 위기가구 1만 7천 명에 대한 조사도 병행된다. 지난 4차 발굴(1만 6천 명)의 불법사금융 피해자·취약채무자 정보에 더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중지자’ 정보까지 신규 활용한다.
아울러 10월 30일(금)부터는 보건복지부·금융감독원·신용회복위원회가 협력하는 「긴급의뢰 체계」가 가동된다.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및 신용회복위원회 전담창구에서 상담 중 복지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를 발견하면 즉시 기초자치단체로 의뢰해 상담부터 복지 지원까지 한 번에 연결한다. 독거노인, 주거 취약계층 등 겨울철 에너지 취약가구 1만 7천 명에 대한 조사도 진행된다.
빅데이터 기반 발굴시스템이 지난 10년간 460만 명이 넘는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중랑구 사건처럼 복지 울타리 안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막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단독가구 중심의 발굴 공식이나 단순 수급 여부 확인만으로는 장애인 가구가 가진 복합적 위기 요인(돌봄 공백·건강 악화·사회적 고립)을 잡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미화 의원은 “이번 중랑구 사건은 장애인이 복지제도 테두리 안에 있어도 위기 상황에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정부의 개선계획이 일회성 조사로 끝나지 않고 장애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지원체계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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